[집중취재] 외래종 식물 '갯끈풀'의 습격, 갯벌이 마른다

전재홍 2016. 6. 2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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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해안가에서 이렇게 생긴 녹색 풀 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름도 생소한 갯끈풀이라는 외래종 식물입니다.

원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서해 갯벌을 초토화 시키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전재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하늘에서 내려다본 강화도 남쪽 해안가.

동그란 모양을 이룬 풀들이 마치 작은 섬처럼 보입니다.

끈을 만들 만큼 질기다 해서 이름 붙여진, 외래종 식물 '갯끈풀' 군락입니다.

강화도에 갯끈풀이 처음 확인된 건 지난 2012년.

번식력이 좋아 불과 1년 반 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동막 해변 2킬로미터 길이에 1만 2천여 제곱미터가 갯끈풀로 뒤덮였습니다.

[김성태/인하대 생명해양부 연구원]
"생각보다 퍼지는 속도가 빠른 것 같아서 매우 놀랍고요."

펄에 들어가 엄지손가락 굵기의 갯끈풀 줄기를 잡고 뽑아 봤습니다.

잔뿌리가 무성해 제거도 쉽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씨앗과 뿌리 양쪽으로 번식할 수 있는 특성 탓에 갯끈풀 면적은 1년에 2배씩 늘고 있습니다.

마치 논의 벼를 연상시키는 갯끈풀 군락은 해안가에서 점점 더 먼 바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갯끈풀의 가장 큰 문제는 갯벌 생태계를 완전히 뒤흔드는 데 있습니다.

자생식물인 칠면초로 수놓았던 갯벌에 갯끈풀이 자리 잡으면서 흔했던 방게나 조개, 갯벌부추는 이미 자취를 감췄습니다.

게다가 해안에서 500m 떨어진 조개 양식장도 갯끈풀에 점령당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수환/인근 주민]
"피해를 많이 주고 있는 거죠. 풀밭이지, 무슨 바다냐고…방게가 1~2년 전만 해도 제방에 올라와 새카맣고 그랬는데…"

갯벌은 수산 생물의 서식처일 뿐 아니라 수산물 생산과 수질 정화, 재해 방지까지 그 경제적 가치가 연간 16조 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갯끈풀의 습격으로 미국 동부의 조지아 해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인 강화 갯벌은 황폐화 위기에 몰렸습니다.

[홍재상 교수/인하대 생명과학부 교수]
"머지않은 장래에 육지화가 된다. 지금까지 기존에 있던 (갯벌) 생태 서비스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완전히 다른 생태계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00년 세계자연보전연맹은 황소개구리, 베쓰와 함께 갯끈풀을 '최악의 침략적 외래종' 중 하나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씨앗이 해류를 타고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될 뿐 갯끈풀이 어떻게 우리나라로 들어왔는지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재홍입니다.

전재홍기자 (bob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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