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 살아있는데 '사망자'..도움 준 경찰

정혜경 기자 2016. 6. 2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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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적으로 자신이 사망자 신분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8년간이나 그대로 살아온 노숙자가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주민센터나 법원을 찾아갔지만,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겁니다.

정혜경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57살 A 씨는 지난 2011년 황당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니던 공장에서 일하다 손을 다쳐 보험 상담을 받았는데 자신이 사망한 사람으로 돼 있던 겁니다.

[A씨 : 의료 보험 안 냈다고 압류 들어오더니 한 두세 달 지나니까 은행에서 계좌정보가 하나도 없다고 그러더라고.]

사업 실패로 우울증을 겪던 A 씨는 지난 2003년 집을 나와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습니다.

서울과 경기도 곳곳에서 노숙하거나 자활시설에서 생활했습니다.

그사이 A 씨 동생이 법원에 실종 선고 청구를 했고, 5년 뒤 A 씨의 주민등록이 자동 말소된 겁니다.

난데없이 사망자 신세가 된 A 씨는 다시 신분을 찾으려고 주민센터와 법원을 전전했지만, 신분증도 분실한 상태라 필요한 서류조차 발급받지 못했습니다.

[A씨 : 사망처리가 돼서 법원에 내려고 서류 좀 떼려고 왔는데.]

[주민센터 직원 : 말소가 돼서 주민등록상 없는 사람이거든요. 저희가 아무 근거 없이 떼 드릴 수가 없어요.]

서류가 없어도 법원에 실종선고 취소 청구를 하면 되지만, 누구도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A 씨는 8년을 사망자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노숙 중 우연히 만난 경찰관이 A 씨를 도왔습니다.

[김정연 경위/서울 금천경찰서 문성지구대 : 순찰을 돌고 있는데 본인이 신분 확인하고 싶은데 너무 어렵다며 간절히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가 세상을 뜬 사실도 알게 된 A씨는 뒤늦게 아버지 묘소를 찾았습니다.

[A씨 : 제가 뭐 잘못했으니 할 말이 뭐 있겠어요, 죄송하단 말뿐이지.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남들 사는 것처럼.]

A 씨는 지난 4월 마침내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고 신분 회복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김승태, 임동국, 영상 편집 : 유미라) 

정혜경 기자choic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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