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정상화법,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허용' 논란

김현정 기자 입력 2016. 6.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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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취지 무시한 개정안..자사고·특목고 유리" "저소득층 밀집학교 지정권한 교육감이 가져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현정 기자 = 방과후학교의 선행학습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입법안이 공포된 이후 교육 각계각층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이 시행령 개정으로 법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발의한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은 지난 5월 19대 국회를 통과됐다. 방학 중 운영하는 중·고교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농산어촌지역과 대통령령으로 정한 도시 저소득층 밀집 중·고교의 경우 학기 중에도 방과후학교에서 선행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도시 저소득층 밀집학교를 규정하기 위해 교육부는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7월4일까지 입법예고한 상태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Δ교과서 대금 등을 지원받는 교육급여 수급권자 Δ한부모가정 자녀 Δ북한이탈주민 자녀 Δ다문화가정 자녀 등 취약계층이 전체 재학생의 10% 이상이거나 70명 이상인 학교는 도시 저소득층 밀집 학교로 지정돼 방과후학교 과정 중 선행학습을 실시할 수 있다.

개정안은 법 공포와 함께 바로 시행되지만 학기단위로 이뤄지는 방과후학교 특성 상 올해 여름방학부터 학교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저소득층 밀집학교는 시행령이 확정되는 시기를 감안해 2학기부터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이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선행학습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교육정상화법의 입법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시행령을 만들 때는 항상 상위법인 법률의 입법취지를 잘 살펴야 한다"며 "상위법의 입법취지는 '교육은 학교 정규교육과정에서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그런데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은 사람들은 입법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선행학습을 없애겠다고 한 교육부가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작업을 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논평을 내고 "입법 취지에 반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 학생 가정형편으로 방과후학교 불참 가능 높아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가능 학교로 선정될 경우 혜택을 받는 것은 그 학교에 속한 일반학생"이라며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워 방과후학교에도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여름방학 때 방과후학교를 통해 선행학습을 (대대적으로) 하게 되면 학기 시작 후 선행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은 그 격차를 메울 수 없다"며 "이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 개정안의 일부 규정을 삭제·변경하는 수정안을 교육부에 검토의견으로 제시했다. 수정안에는 도시 저소득층 밀집학교 지정을 재학생의 10% 이상 또는 70명 이상이 취약계층인 학교가 아닌 시도교육감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도시 저소득층 밀집학교 지정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교라는 일종의 '낙인효과'가 있을 수 있어 우려된다"며 "저소득층 밀집학교 지정을 교육부 장관의 권한이 아닌 시도교육감의 권한으로 바꿔 기초학력이 미달인 학생만을 선택적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경우 사회적배려대상자를 20%까지 뽑기 때문에 현재 시행령 기준으로 봤을 때 특목고와 자사고가 우선적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선행교육 자체를 금지하기 위해 시작된 법이 학원을 규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어지자 학교의 선행교육을 허용하게 돼 절름발이법이 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비판여론에 자사고·특목고 선행학습 제외 검토

이에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 등 특목고를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허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교육계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에 갈 여건이 안 되는 등 교육여건이 어려운 학교를 대상으로 공교육을 통해 선행학습 기회를 열어주자는 취지"라며 "자사고와 특목고만을 위한 법 개정이라는 일각의 비판 등을 고려해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지역 자사고 6곳(24%)과 외고 1곳(16.6%)가 공교육정상화법 시행으로 방과후학교에서 선행교육이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일반고는 80곳(43.5%)이, 중학교는 60곳(15.7%)이 도시저소득층밀집학교로 지정돼 방과후학교를 통한 선행학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다만 개정안에는 지난해 10월 1일 기준으로 취약계층 학생의 재학 여부를 판단해 도시 저소득층 밀집학교를 지정하고 있어 수치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hjkim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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