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버이연합, 2년5개월간 2500여회 '유령집회' 열었다

박홍두 기자 2016. 6. 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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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신고는 2728회, 실제론 184회 개최…하루 평균 3곳 ‘장소 선점’
ㆍ박근혜 정권 ‘옹호’ 일색…“권력층 지시·결탁 여부 조사해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지난 2년5개월 동안 2500여회의 ‘유령집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어버이연합이 실제 개최한 대부분의 집회는 박근혜 정권을 옹호하는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목소리를 ‘선동’으로 규정해 성토하는 집회를 가장 많이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은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어버이연합은 2014년 1월1일부터 지난 5월31일까지 모두 2728회의 집회를 신고했는데 집회를 실시한 것은 6.7%인 184회”라고 24일 밝혔다. 하루 평균 3곳 이상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셈이다.

실제 개최한 집회 성격을 보면 어버이연합은 2014년 초 정치·사회 이슈를 두고 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집회를 많이 열었다. 정부에 반대하는 단체를 규탄·비판했다. ‘민생법안 처리 않는 정치권 규탄 집회’가 대표적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엔 관련 집회를 주로 열었다. 2년여간 184회의 실제 집회 중 31회가 참사 관련 집회다. 그해 4월 말 ‘세월호 희생자 추모집회’를 연 어버이연합은 5월16일부터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세월호 추모 및 거짓 선동세력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 성격이 추모에서 규탄으로 바뀐 건 박근혜 정부 책임론이 고조되던 때다. 정부 비판론이 극에 달한 7월 중순부터 9월까지 ‘세월호 선동세력 규탄 집회’를 열었다. 석 달간 열린 이 집회엔 150명가량(경찰 추산)이 매번 참석했다. 검경 수사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보다 세월호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과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 쪽으로 기울던 시점인 5월17일에는 ‘세월호 참사 주범 유병언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어버이연합은 2015년에도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를 이어갔다. 참사 1주기인 2015년 4월부터 6월까지 ‘세월호 유가족을 선동하는 종북세력 척결을 위한 집회’를 계속했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시작된 지난해 8월부터는 서울 종로구 특조위 사무실 앞에서 ‘국민 혈세 낭비하는 세월호특조위 즉각 해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어버이연합은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받은 돈으로 세월호 반대 집회 등 집회 참여자들에게 대가를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정권 입장에 부응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2014년 5~6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 ‘망언’ 논란으로 비판이 거세지자 ‘총리 왜곡 보도 규탄 집회’를 주로 열었다. 9월 이후 ‘공무원연금 개혁 촉구 집회’ ‘이석기 RO 강력 처벌 촉구 및 종북세력 규탄 집회’ 등 현안 관련 집회를 이어갔다. 2015년엔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규명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다. 올해 1월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합의를 한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각 방송사에 몰려가 ‘국민 분열 야기, 유언비어 유포하는 패널 및 방송 규탄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이재정 의원은 “어버이연합이 정당한 국민여론을 방해·봉쇄하고 특정 권력층은 물론 비판 대상을 비호하려고 집회를 이용했다. 검찰은 어버이연합의 집회 개최 경위, 권력층 지시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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