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절벽' 한진해운.."조양호 회장, 이달내 결단해야"

김형민 기자 2016. 6. 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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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대형 선박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월 26일 오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상량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인 한진해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용선료 체납에 이어 컨테이너선 사용료까지 연체되며 당장 운용자금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상선과의 합병 카드 역시 요원해졌다. 현대상선이 머스크가 이끄는 해운동맹 2M에 합류하는 것이 가시화 되면서 두 해운사의 합병 시너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이나 지주회사 한진칼 등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채권단은 “추가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연일 천명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현 자금 상황을 봤을 때 결단 시점이 6월을 넘으면 안된다는 것이 채권단 입장이다.

◆ 진퇴양난에 빠진 한진해운

24일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한층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지난 5월 용선료를 연체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선박을 억류당했다. 한진해운에서 용선료를 받지 못한 선주가 선박을 담보로 이를 억류한 것이다. 한진해운은 선주와 합의 끝에 이틀 만에 운항을 재개했지만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캐나다 해운업체 시스팬에도 3개월 분량(약 138억원)의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하고 있고 컨테이너 사용료 역시 연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 자금은 1조원 안팎이다.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한진해운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난 4월, 4112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계획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채권단이 파악한 유동성 부족자금은 1조원이 넘었다.

4112억원의 자구안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한진해운이 확보한 현금은 16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채권단은 현대상선 사례를 들며 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을 1조2000억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 매각하면서 당장의 유동성 부족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용선료 조정 협상, 사채권 만기 연장 등을 추진할 수 있었다. 채권단은 현대증권을 담보로 브릿지론(일시적으로 빌려주는 단기 자금 대출)을 내줬던 것이 전부다.

◆ 현대상선의 2M 합류로 합병 멀어져

당초 한진해운이 포함된 ‘디얼라이언스’ 해운동맹에 현대상선이 편입을 시도하면서 두 국적 해운사의 합병 가능성이 짙었었다. 두 해운사가 가진 미주노선은 상당 부분 중복돼 있고 같은 동맹에 포함된다면 합병 시너지가 있을 것이란 것이 업계의 분석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모두 용선료 조정과 사채권 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을 완료하면 합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머스크가 이끄는 2M에 편입되면서 한진해운과의 합병 가능성은 상당히 멀어진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둘 다 각기 다른 해운동맹에 가입된 상황에 기존 동맹을 깨고 합병을 시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현대상선이 한진해운과 다른 동맹체에 가입한 것을 차라리 다행이라고 보고 있다. 두 국적 해운사 물동량 유지를 위해선 각기 다른 동맹체에서 활동하는 것이 결국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전세계 물동량은 동맹체 별로 배분된다”며 “두 국적 해운사가 각기 다른 동맹에서 물동량을 확보하는 것이 결국은 이득”이라고 말했다.

◆ “그룹 차원 결단 필요…시간 별로 없다”

남은 카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및 모기업인 대한항공의 지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조 회장이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면서 “이달 내에는 결론이 나와야 어떤 형태로든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역시 자금 여력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868%에서 올해 1분기 기준 918%로 증가했다. 최근 대한항공은 장래 발생할 매출을 기반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형태로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신용등급이 BBB까지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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