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에 소변봐라' 공무원시험장 화장실 금지 인권침해 논란

2016. 6. 2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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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인권센터 지난해 첫 문제제기해 인권위에 진정 행자부 "시험공정성 문제도 중요, 합리적 방법 찾겠다"

수원인권센터 지난해 첫 문제제기해 인권위에 진정

행자부 "시험공정성 문제도 중요, 합리적 방법 찾겠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남성은 시험실 후면에서 소변용봉투로 용변, 여성은 시험관리관이 우산 등으로 가림막을 친 후 시험실 후면에서 용변토록 조치.

지난해 6월 27일 경기도인사위원회 주관으로 시행된 경기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시 시험감독관 근무요령 지침 가운데 하나다.

수험생이 시험 도중 화장실 사용을 요구하면 이런 식으로 대응하라는 지침이다.

40만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시대를 맞아 시험시간에 화장실 이용을 불허하는 지침이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부분 20살이 넘은 성인 남녀들이 한 공간에서 필기시험을 치르는 공무원 채용시험이 심각한 인권침해 소지 가능성을 안고 있었지만, 이런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경기 수원시 인권센터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지방공무원 시험 중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응시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제도개선을 권고했지만, 중앙 정부는 시험의 공정성이 더 중요하다며 1년 가까이 제도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수원시 인권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사다.

◇ '응시자 인권침해' vs '시험 공정성'

수원시인권센터가 공무원 시험 응시자의 화장실 사용 제한에 따른 인격권 침해 문제를 표면으로 끄집어낸 것은 지난해 6월 27일 도내 30개 시군 공무원 시험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시군 공무원 2천595명을 뽑기 위한 시험은 도내 69개 학교에 마련된 1천567개 시험실에서 3만1천819명이 응시한 가운데 일제히 실시됐다.

당시 시험감독관들은 경기도가 시달한 '시험감독관 근무요령'에 따라 응시자들의 화장실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장애인이나 임신부의 경우에만 사전 신청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화장실 이용을 허용할 뿐이다.

배탈 등으로 불가피하게 화장실을 사용하면 그 시점까지 작성한 시험지를 제출하고 퇴실해 재입실 할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화장실 사용 요구 시 소변의 경우 남성과 여성 응시생 모두 시험실 후면에서 소변봉투에 용변을 보도록 한 것이다.

남성은 그냥 서서 해결하고, 여성은 시험관리관이 우산 등으로 가림막을 치게 한 것이 그나마 여성에 대한 배려라면 배려였다.

일부 응시생들이 반발했지만, 이런 시험지침은 엄격히 지켜졌다.

이런 내용을 알게 된 수원시인권센터가 직권 조사해 시험실 후면에서 용변을 보도록 한 시험실시기관의 행위는 비인권적일 뿐 아니라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 품위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센터는 수원시인사위원회 위원장에게 응시자들의 시험시간 중 화장실 이용 허용범위를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의 수준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수원시는 인권센터의 권고내용이 타당하다고 판단, 2015년 7월 16일 경기도에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도도 국가직 및 지방직 공무원 시험 전체에 관련된 사항이어서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행자부가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의 인권보다 시험의 공정성이 우선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수원인권센터는 같은 해 9월 3일 행자부와 인사혁신처를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성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없으면 제도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권위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수원인권센터의 진정에 대해 행자부는 "시험의 공정성과 응시자의 인권침해 모두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행자부 관계자는 "시험공고에도 화장실 사용 불가 내용을 충분히 공지하고 있고, 소변봉투도 만들어 응시자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화장실 이용을 허용하면 다른 응시자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신중하게 여러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 시험은 60분에서 최대 140분이어서 응시자 스스로 수분섭취 등 조절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인권위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공정성과 인권 두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공무원 시험에만 소변봉투 적용…수능·일반기업은 화장실이용 허용

수원시인권센터는 유독 공무원 시험에만 비인권적인 조치가 수십 년째 답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에는 공무원 시험을 볼 때 시험실 뒤편에 양동이를 비치해 용변을 해결토록 했다. 이후 나온 것이 소변봉투라는 것이다.

수원인권센터는 공무원 시험은 시험시간과 앞뒤 시간을 고려하면 2시간 가까이 퇴실할 수 없는데, 여러 응시자가 있는 공간에서 소변봉투로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라는 것은 헌법 10조에서 보장한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시험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현재 수능, 토익, 삼성 등 대기업 및 공기업 입사시험에서는 응시자들의 시험시간 중 화장실 이용을 허용한다.

특히 수능의 경우 수험생과 같은 성별의 복도감독관이 동행해 사용할 화장실을 지정하는 방법으로 시험시간 중 용변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원시인권센터 박동일 시민인권보호관은 "국가 및 지방 공무원 시험에서만 응시자들의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오랜 관행으로 조속히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은 아니지만, 국가기술자격 시험에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도개선을 권고한 사례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10월 5일 국가기술자격시험(기사)에 응시한 박모(54) 씨가 산업관리공단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을 받아들여 응시자의 시험 중 화장실 이용과 관련해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결정했다.

당시 박 씨는 시험 중 화장실에 갈 수 없다는 감독관의 말에 시험장 안에서라도 용변을 보게 해달라고 요청해 시험실 뒤편 쓰레기통에 용변을 봤다. 다른 남성 응시자들이 양해를 해줬고, 여성 감독관 1명은 시험장 밖으로 나갔다.

시험이 끝나고 박 씨는 "시험장에서 화장실 문제로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인권위 결정을 수용하고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올해 안에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인권위에 알렸으며, 금속탐지기 도입 등 시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여려가지 개선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연말에는 새로운 개선안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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