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예산 없다면서 교장 국외 연수 한 번에 '29억'(종합)
경기 22개 시·군 이달부터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중단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경기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도내 22개 시·군의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이달부터 처우개선비 등을 받지 못하게 됐지만 교육청이 초·중등 교장 임용 예정자들의 국외 연수비로 한 번에 29억원 가까이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교육청은 초·중등 교장 임용 예정자들의 국외 연수가 교육부의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했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배정하라는 교육부의 요청은 거부하고 있다.
의정부지역의 한 어린이집 A 원장은 최근 의정부시로부터 "누리과정 예산이 추가로 교부되지 않아 이달 분부터 보육교사 처우개선비와 운영비 등을 지급하지 못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공문에는 "언제 다시 지급할 수 있는지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A 원장은 경기도교육청에 항의 전화를 걸었지만 "애쓰고 있다"는 답변만 들었다.
어린이집 누리예산은 운영비,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보육료 등으로 나뉜다.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에서 주는 기본 월급 외에 처우개선비 30만원과 기타 지원비 등을 개인 통장으로 받는다.
A 원장은 "보육교사들이 평균 월급 150만원과 처우개선비, 기타 지원비 등 49만원을 합쳐 199만원 정도 받는데 처우개선비 30만원을 받지 못한다고 하니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4월 초·중등 교장 자격 연수를 진행하면서 교장 임용예정자 761명을 미국, 영국, 스위스, 호주, 중국 등 7개 권역으로 나눠 5박 7일 일정으로 국외 연수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380만원, 총 28억9천만원의 국외 연수비용은 모두 경기도교육청이 부담했다.
23일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해 경기지역 어린이집에 필요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은 5천459억원이다.
이 예산은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에 전달하면 경기도가 다시 31개 시·군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그럼에도 경기도교육청은 "법률상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며 재원도 없다"며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보육대란이 우려되자 경기도는 지난 1월 급하게 예산을 편성, 우선 두 달 치 910억원을 31개 시·군에 배분했다.
이 가운데 22개 시·군은 카드사 대납 등의 방법으로 두 달 치를 운용해 5개월을 버텼지만 다 소진돼 이달부터는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지급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수원·용인·평택·김포·여주·광주·양주·동두천시와 연천군 등 9곳은 자체 예산을 편성해 혼란을 막았다.
A 원장은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보육교사에게 줄 돈은 없다면서 교장 임용예정자들을 해외 연수까지 보낸 처사가 어처구니없다"며 "처우개선비 지급이 중단돼 보육교사 사기와 보육 질이 저하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교장 임용 예정자 국외 연수는 교육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시·도 교육청은 결정권이 없다"며 "교육부 등의 연수 예산 안에 따라 교육청도 예산을 편성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감사결과를 발표했고,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시·도교육감은 이에 거세게 반발했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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