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수 "31년차, 이제야 조금 배우가 된 것 같다"

조지영 2016. 6. 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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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1985년, 당시 나이 15세로 스위스 식품 업체의 초콜릿 파우더 광고 모델로 발탁된 배우 김혜수(46). 중학생답지 않은 늘씬한 키와 동그란 눈을 가진 이 소녀는 명랑하고 쾌활한, 깜찍한 매력을 발산하며 남성들의 마음을 훔쳤다. 영화 '깜보'(86, 이황림 감독)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기 도전에 나선 그는 어느덧 충무로와 안방극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톱배우가 됐다.

그동안 김혜수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당당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독보적인 여배우로 매 작품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성 팬에게 워너비 스타로, 남성 팬에게 이상형 스타로 손꼽히며 '걸크러시'의 표상이 된 것. 무려 31년간 한결같이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대(大)배우 김혜수가 이번엔 과감한 변신으로 관객을 찾은 것이다.

독거 싱글로 살아가는 톱스타가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지는 임신 스캔들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 '굿바이 싱글'(김태곤 감독,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작). 김혜수는 극 중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배우 중 하나였지만 온갖 찌라시와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인기 하락세를 맞게 되는 고주연 역을 맡았다. 올해 초 시청자의 인생 수사물로 남게 된 tvN '시그널'의 차수현 형사와 180도 다른 얼굴로 관객을 찾은 것.

고주연은 수많은 연하남을 거쳐 마침내 아들뻘 되는 연하 배우 지훈(곽시양)에게 정착하고 싶어 하는 여자다. 언감생심 결혼까지 꿈꾸며 예비 신부 수업에 나섰지만 돌아오는 건 어린 여대생과 바람난 지훈의 스캔들뿐. 유일하게 기댔던 지훈이 떠나자 허탈감을 느낀 고주연은 영원한 내 편을 만들기 위해 방법을 찾아 나섰고 그 결과 임신이라는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이미 시동이 걸린 상태. 하느님, 부처님도 톱스타 고주연의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줄거리만 들어도 웃음이 터지는 '굿바이 싱글', 그리고 김혜수. 그는 이러한 고주연을 맛깔난 코미디로 잘 버무려 표현해냈다. 솔직하고 화끈한, 쿨하고 수더분한 톱스타의 고주연은 마치 김혜수의 모습과도 같아 공감을 자아낸다. 물론 김혜수에겐 고주연처럼 철딱서니 없는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 기질은 없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여자라는 공통점은 존재했다.

"처음 '굿바이 싱글'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공감이 많이 됐어요.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았죠. 사실 배우 일을 하면서 드러나지 않은 일들이 많이 있죠.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얻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상상도 할 수 없는 불행이 찾아올 때도 있죠. 과거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내가 아니면 모르는 일들이 있었거든요. 그때 내 편이 필요했고 어느 순간 친구들이 내가 찾던 내 편이었다는걸 알게 됐어요. '나를 살리는 게 내 친구들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이게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 경험을 통해 알게 됐어요. 고주연처럼 너무 당연해서 몰랐던 내 사람들이 우연한 계기로 크게 와 닿게 된 거죠. '굿바이 싱글'도 그랬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진심이 보였거든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느끼고 누구나 필요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니까요. 진짜가 필요할 때 진짜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택했어요. 하하." (이하 일문일답)

김혜수
- 똑똑한 배우 김혜수가 뇌순녀 배우 고주연을 연기했다. 연기할 때 고민은 없었나?

▶ 제가 똑똑하다고요? 안 똑똑한 배우예요(웃음). 망가지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김혜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잖아요? 대신 캐릭터 접근에 대한 고민은 있었어요. 아무래도 저는 연기 경력이 오래됐으니까 대중에게 익숙한 부분이 있잖아요. 고주연을 자연스레 김혜수로 보이도록 만들지, 고주연을 보면서 김혜수를 잊어버리게 할지에 대한 선택이랄까요? 오랜 생각 끝에 후자를 택했어요. 대신 배우로 살아가면서 겪는 연예계 에피소드를 조금씩 넣어갔죠. 극 중 평구(마동석)의 아내 상미(서현진)가 '너는 누구의 편이 된 적이 있느냐?' '너만 모르지, 지금까지 모두가 네 편이었다' 등의 이야기는 참 와 닿죠. 실제 우리네 모습이 많이 담긴 대사니까요. 비단 이런 모습은 연예계뿐만이 아니에요. 일반 회사원, 가족 사이에서도 느낄 수 있는 갈등이죠.

- 김혜수도 고주연이 느낀 외로움을 느꼈나?

▶ 제 생활을 보면 형제들 만나는 시간보다 기자들, 그리고 매니저들과 만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얼마 전 '굿바이 싱글' 시사회 때도 친언니와 조카가 영화를 보러 왔는데 그때도 너무 바빠서 얼굴도 못 봤어요. 시사회가 끝난 후에 언니가 찾아왔다는 걸 들었죠. 늘 그랬어요. 애인이 있으나, 없으나. 친한 친구가 있으나, 없으나 매니저를 제일 많이 만나죠. 그렇다고 매니저와 일상의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렇듯 저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청춘이라 외로웠고 나이가 들면서는 청춘의 외로움과 다른, 강렬한 외로움의 대비를 느끼죠. 고독해요.

- 지금도 느끼는 고민이나 고독이 있나?

▶아주 어렸을 때 했던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멍청하게 고독할 때도 있어요. 예전엔 이런 상태가 되면 스스로 불안해서 정의를 찾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애쓰지 않는 것 같아요. 인간이기에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넘어갈 때도 있죠. 과거엔 거센 파도를 맞으면 더 강인해질 거라 믿었는데 막상 파도를 맞아도 강인해지지 않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더 깊어지고 현명해지며 유연해지고 합리적일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웃음). 그래도 시간에 비례해서 얻어지는 건 분명 있는 것 같고요. 저도 사람이라 너무 거친 파도만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극복하지 않고 잘 견디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걸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게 됐고요.

김혜수
- '굿바이 싱글'은 제작부터 개봉까지 8년이 걸렸는데, 영화 속 메시지가 8년을 기다리게 한 것인가?

▶ 제가 '굿바이 싱글'을 기다린 건 8년은 아니에요. 횟수로 3년 정도 됐을 거예요. 제작 기획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여러 배우를 거쳐 제게 온 거죠.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하나도 새롭지 않고 공감도 안 갔어요. 여배우 스토리는 많이 봐왔으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배우는 직업일 뿐 철이 늦게 든 여자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에 전체적으로는 유쾌한 태도를 가졌지만 어느 순간 진짜, 진심이 보이는 것 같아 연기하고 싶어졌어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고 이런 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 충무로에 여배우를 위한 영화가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김혜수는 여자가 원톱인 영화를 이끌 수 있는 독보적인 파워가 있다.

▶ 저 역시 쉽지 않아요. 일단 작품이 많이 없으니까 좋은 배우들이 많아도 기량을 못 펴고 있는 것 같고요. 사실 여배우를 위한 역할은 없어요. 여배우건, 남배우건 관객은 새로운 캐릭터를 원하는 것뿐이죠. 여배우가 주연이라 투자가 안 된다고들 하는데 남배우들 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투자가 안 되는 작품이 상당해요. 여배우들이야 시나리오 없다고 투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안팎으로 다들 노력하고 고생하죠. 여배우를 위한 작품이 없는 게 아니라 모든 상황이 열악해지는 거니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 '굿바이 싱글'에서도 드러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참 다사다난하다.

▶ 보이는 직업이니까요. 배우만 억울하고 힘들겠어요? 이 세상 모든 직장인은 다 힘들고 괴롭죠. 단지 우리는 보이는 직업이라 더 크게 부풀려지는 거예요. 실제 내가 하는 것 이상의 혜택을 누린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일도 있어요. 실체 없이 더 기쁘기도 하고 실체 없이 더 아프기도 하는 일이죠. 극명한 명암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직업은 맞아요.

- 다사다난한 연예계지만 31년을 버텨왔지 않나.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 처음 일을 시작하고 몇 년간은 아무것도 모른 상태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아역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스스로 늦게 성장했다고 느끼고요. 연예인이 되기 전 단조로웠고 평범했던 일상이었는데 연예인이 되면서 더욱 단조로워졌다고 할까요? 동시에 일상도 없어지긴 했지만요. 너무 어렸을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사춘기도 늦게 왔고 자의식에 대한 고민도 늦었어요. 원래 늦으면 더 길게 간다고 하잖아요. 다행히 주변에 좋은 분들이 있어서 삐뚤어지지 않았지만요. 방황하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이만한 게 모두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넘어갔지만 또 이게 잘 넘겼다는 것만은 아니에요(웃음). 부작용도 있었죠. 미숙하게 대처하거나 그렇게도 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거 아니겠어요? 하하.

김혜수
- '굿바이 싱글'에서 손숙이 김혜수를 향해 '이제 좀 배우 같다'라는 말을 하지 않나?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손숙 선생님의 그 대사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들은 대사예요. 손숙 선생님과 20여년 전에 MBC 드라마 '짝'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엄마로 열연을 해주셨는데 실제 수양딸이 되고 싶을 정도로 존경했어요. 좋은 어른, 좋은 선배는 누구에게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스스로 열심히 하는데 손숙 선생님이 딱 그러셨어요. 작위적인 것 같지만 솔직하게 전 손숙 선생님 그림자만 봐도 고개를 숙이고 싶어요. 어마무시하고 너무나 가슴 찡한 대상이죠. 그런 손숙 선생님과 무려 20년여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고 '너 이제 배우 같다'라고 말해주셨을 때 벅차올랐어요. 예전엔 '연기 잘하는 방법이 있나?'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뭘 해야 하지?' 등을 고민한 적이 있거든요. 정말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영화 '차이나타운'(15, 한준희 감독), 드라마 '시그널'을 하면서 이제야 조금씩 배우가 된 기분을 느껴요. 대중도 그렇게 느껴주시겠죠?

- 31년간 대중에게 사랑받는 배우는 어떤 기분인가?

▶ 31년간 사랑만 받았겠어요? 사랑도 있었고 구박도 있었죠. 주로 사랑이었지만요. 하하. 제가 가진 자격으로서 누릴 수 없는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도, 더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보다 더 사랑받는 게 행운이라고 여기죠. 대중이 준 종합선물세트 중 사랑이 제일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장점도 크지만 단점 역시 극명하게 노출되는 배우임에도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영광이죠. 배우는 대중과 소통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봐줄 가치가 없는 사람이 돼 버리면 배우라는 의미를 상실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전 훌륭한 배우는 못 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은 이 일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요? 하하.

김혜수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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