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시장, '황제와 교황의 도시' 로마를 접수하다
‘일시적인 인기’로 치부되던 이탈리아의 생활밀착형 정치단체 오성운동(Movimento Cinque Stelle·모비멘토 친케 스텔레)이 주요 도시의 단체장을 배출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2018년 총선에서도 오성운동이 돌풍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AP통신과 BBC방송은 19일(현시시간) 실시된 로마시장 선거에서 7세 아이를 둔 엄마이자 변호사인 비르지니아 라지(37)가 6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집권 민주당 소속 로베르토 자케티 후보는 33% 득표에 그쳤다. 로마에서 여성 수장이 나온 것은 2500년 만에 처음이다.
북부 주요 도시 토리노에서도 오성운동의 여류 정치인 키아라 아펜디노(31)가 55%의 득표율로 현 시장을 꺾고 승리했다. 다른 주요 도시인 밀라노와 나폴리에서는 각각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오성운동 소속 후보가 주요 도시 4곳 중 2곳을 장악하면서 이들이 내건 가치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BBC는 “유권자가 많은 로마와 토리노에서 새내기 정치단체가 승리함으로써 2018년 총선 승리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성운동은 2009년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68)가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설립한 단체다. 기존 정치권이 부패로 얼룩지고, 마피아와도 연계되면서 시민이 등을 돌리자 ‘청렴한 생활밀착형 정치’를 표방하며 발족됐다.
단체명인 오성은 공공수도 보장, 지속가능한 대중교통 확보, 인터넷 접속권 보장, 환경보호, 직접민주주의 등 이들이 지향하는 5개의 핵심 가치를 의미한다. 이들은 정치에서는 저비용 정치, 세비 삭감, 정치기부금 거부, 선출직 2회 이상 지속 금지, 전과자 공천 배제를 표방한다. 외교적으로는 유럽연합(EU)을 반대하고, 반(反)글로벌화를 내세운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몇 년 전 표방한 ‘새 정치’와 닮았다.
오성운동은 2013년 총선 때 ‘깜짝 성적’을 거뒀다. 25.6% 득표율로 민주당에 이어 2위 정당이 됐고 163명(상·하원 전체 952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하지만 오성운동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생활정치만 내세워 후보들이 국정 또는 시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높다. 라지 후보도 주로 교통과 교육 문제 해결만 공약으로 내세워 로마의 최대 현안인 재정적자를 어떻게 풀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이번에 당선된 두 후보가 시정을 얼마나 잘 이끄느냐에 따라 2018년 총선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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