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결산] '막장'에 물든 MBC, 드라마왕국 자존심은 어디에

윤혜영 기자 2016. 6. 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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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자극적인 막장이 활개를 치면서 '막장 명가'로까지 전락한 MBC는 올 상반기에도 주말, 일일을 중심으로 막장이 주를 이루면서 이 같은 오명을 씻진 못했지만 순위에서는 상위권을 유지하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나 MBC는 실험적인 도전을 거듭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복수극' '로맨틱 코미디'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장르를 선택하며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를 톡톡히 잡았다.

문제는 역시 '막장'이었다. 소위 '대박'을 터뜨린 작품은 막장인 경우가 많았다. 극강의 막장전개에 MBC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를 받는 곤혹을 겪기도 했다.

◆ 현대극 복수물로 점철된 월화드라마, 의외의 선전 MBC는 월, 화요일 '특별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장편 대작을 편성해오고 있다. 지난해 '화정'(극본 김이영·연출 김상호)부터 올해 '화려한 유혹'(극본 손영목·연출 김상협), '몬스터'(극본 장영철·연출 주성우)까지 MBC는 평일 저녁 프라임 시간대에 3연속 50부작을 배치하며 가히 '모험'이라 할 만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상반기 월화는 '현대극 복수물'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졌다. '화려한 유혹'도, '몬스터'도 억울한 상황에 휘말린 주인공들이 힘을 가진 세력에 대항하며 복수하는 얼개를 토대로 하고 있다.

진흙탕 같은 복수극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는 최강희의 기구한 삶을 그린 '화려한 유혹'은 SBS '육룡이 나르샤'라는 300억 대작을 동시간대 만나며 크게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반적으로 큰 일렁임없이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자살, 납치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치열한 복수와 잘 어우러지며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했고, 간혹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른바 '버리는 카드'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까지 전락했던 '화려한 유혹'이 MBC 내부에서도 만족스럽다고 평가할 정도로 뜻밖에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특히 극중 36세 연하로 설정된 최강희와 절절한 로맨스를 설득력 있게 표현한 정진영은 '할배파탈'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하드캐리'로 활약했다.

이어 등장한 '몬스터'는 다시금 50부작인데다 복수극이라 자칫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일으킬 법했다. 실제 '몬스터'는 3사 월화드라마가 동시에 시작한 지난 3월 28일 '월화극 대전'에서 꼴찌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나 경쟁작인 박신양의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100억대 대작 SBS '대박'에 비해 배우진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인공 강지환의 소름 돋는 열연은 매회 거듭됐고 정보석 박영규 이덕화 정웅인 등 믿고 보는 중견배우들과 성유리 박기웅 진태현 조보아 등 서브도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내며 극의 무게감을 더했다. 복수극임에도 코믹한 장면을 가미하며 '트렌디한 복수극'으로 색을 분명히 해 전작과 차별성을 뒀다. 이렇게 묵묵히 제 갈길을 가던 '몬스터'는 중반쯤 들어서면서 반전을 이끌어냈다. 줄곧 1위를 지키던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퇴장 후 '몬스터'는 곧바로 1위 자리를 꿰차며 선전 중이다.

◆ 들쭉날쭉 수목드라마, 1위거나 꼴찌거나 '미니시리즈'로 꾸려지는 MBC 수목드라마는 16~20부작의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장르는 다중인격, 판타지 뱀파이어 등을 다룬 지난해와는 달리 주로 로맨스에 치중됐다.

올 상반기에는 조직 보스와 고달픈 가장의 처절한 사투를 다룬 휴먼코미디 '달콤살벌 패밀리'(극본 김지은·연출 강대선), 1세대 요정 걸그룹이 30대가 돼 겪는 갖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한 번 더 해피엔딩'(극본 허성희·연출 권성창), 한 남자의 강렬한 복수극에 감성 멜로를 더한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연출 한희), 운과 점을 맹신하는 여자와 IQ 200에 수학 천재로 세상의 규칙은 과학적으로 입증된다고 믿는 남자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연출 김경희)가 차례로 선보였다.

그러나 성적은 제각각이었다. 지난해 화제작 '그녀는 예뻤다'로 대박을 터뜨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으나 바톤을 이어받은 '달콤살벌 패밀리'는 시작 전부터 조폭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사용해 조폭 미화 논란에 휩싸였고 정극과 코미디 사이 줄다리기에 실패하며 혹평을 거듭했다. 결국 '달콤살벌 패밀리'는 정준호 정웅인 등 주연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 시청률 9.1%로 시작해 그의 반토막인 4.4%를 기록하며 꼴찌로 처참하게 막을 내렸다.

'한 번 더 해피엔딩' 역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첫 회부터 키스에 혼인신고까지 쾌속의 전개에 장나라 정경호의 능청스러우면서도 재치 있는 코믹 연기는 흥미를 돋울 만한 요소였으나 뻔한 삼각관계가 지지부진하게 펼쳐지면서 힘을 잃고 말았다. 8회 이후부터 매회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던 '한 번 더 해피엔딩'은 결국 3.0%로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은 채 퇴장했다.

황미나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검증된 원작의 인기와 함께 멜로로 정평이 나 있는 이진욱 문채원이 캐스팅되면서 방송 전부터 한껏 기대를 모았으나 클리셰 범벅인 설정에 경쟁작인 KBS2 '태양의 후예'가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면서 중반까지 큰 빛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3%대 저조한 시청률을 이어오던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태양의 후예'가 종영하고 비슷한 시기, 멜로와 복수가 2막에 접어들면서 1위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9.9%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수목극 1위로 마감했다.

현재 방송 중인 '운빨로맨스' 역시 김달님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특히 '믿보황'으로 불리는 황정음과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이 만나며 시작도 하기 전에 큰 화제를 모은 '운빨로맨스'는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를 넘기며 무난히 1위를 지키는 듯했다. 그러나 산만하고 난잡한 전개와 설득력 떨어지는 캐릭터 설명이 집중되면서 컸던 기대만큼 거센 역풍을 맞았다. 그렇게 2주차에 '운빨로맨스'는 1위 자리를 내줬으나 두 사람의 로맨스가 가속화되면서 끝내 반등했다. 5회부터 재차 1위를 탈환한 '운빨로맨스'는 치열하게 상위권 싸움 중이다.

◆ 주말드라마, 따뜻하거나 막장이거나 '극과 극' 밤 8시 45분과 10시, 두 시간대로 나뉘어 운영되는 MBC 주말드라마는 앞타임 '엄마' '가화만사성', 뒷타임 '내딸금사월' '결혼계약' '옥중화'까지 상반기 다섯 작품을 선보였다. 특이점을 꼽자면 가슴 따뜻한 가족극부터 개연성 없는 '막장'까지 장르가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띄었다.

2월 종영한 '엄마'(극본 김정수·연출 오경훈)는 엄마의 숭고한 희생과 중년 로맨스를 '막장기 없이'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는 우리네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담히 풀어냈고 엄마와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큰 화제성을 담보하진 못했지만 시청률 20%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을 거뒀다.

이어 자수성가한 중식당 가화만사성의 절대군주 봉삼봉(김영철)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연출 이동윤)은 따뜻한 가족극처럼 보였으나 극이 전개되면서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자식 셋 중 둘이 불륜과 혼외자 문제로 이혼했으며 한 명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해 미혼모를 염두해두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한부까지 걸쳐 있다. 이러한 내용 탓에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동시에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내 딸, 금사월'(극본 김순옥·연출 백호민)은 막장의 정점을 찍었다. 감금과 납치, 살인미수, 협박, 폭행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쏟아져 나왔고 극이 절정에 가까워질수록 막장 전개는 더욱 심해졌다. 급기야는 정상적인 인물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주요 캐릭터의 기본 설정까지 붕괴돼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이에 방통위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화제성만큼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내 딸, 금사월'은 30%대 시청률에 안착하며 주말극을 평정했다.

다음은 정통멜로 '결혼계약'(극본 정유경·연출 김진민)이었다. '결혼계약'은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옥중화'의 제작이 지연되면서 긴급편성돼 '땜빵드라마'라는 오명을 안고 시작했다. 또한 17살 나이 차이가 나는 이서진 유이의 '케미'에 대한 지적은 물론이고 뻔한 신파 같다는 우려까지 있었지만 배우, 작가, 연출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며 큰 호평을 받았다.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이 짙은 멜로는 동시간대 1위를 사수하며 예상 외로 크게 선전했다.

'옥중화'(극본 박완규·연출 이병훈)도 순항 중이다. 1999년 '허준'과 2001년 '상도'의 흥행을 만들어 낸 '히트 제조기' 이병훈 감독과 최완규 작가가 16년 만에 의기투합한 '옥중화'는 시작 전부터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를 모았다. 당초 진세연이 여주인공에 캐스팅되면서 연기력과 관련해 말이 많았지만 드라마 최초로 조선시대 감옥 '전옥서'와 조선시대의 변호사제도인 '외지부'를 다룬 것이 흥미를 자아내면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 막장 일색 일일드라마, 아침도 저녁도 '발암' 아침, 저녁을 막론하고 일일드라마는 '막장' 일색이었다. 성적은 들쑥날쑥했다. 아침드라마는 선전했지만 저녁드라마는 7시 15분대, 8시 55분대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4월 종영한 아침드라마 '내일도 승리'(극본 홍승희·연출 정지인)는 아침드라마답게 막장의 총 집합체였다. 여주인공의 유쾌한 인간 갱생 프로젝트라던 '내일도 승리'는 130부 내내 거짓말은 기본이고 치정, 교통사고, 뺑소니,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들로 얼룩졌다. 혹평은 셌지만 그만큼 시청률도 셌다. 덕분에 드라마는 10회를 연장했고 17.4%라는 높은 수치로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이어진 '좋은 사람'(극본 은주영·연출 김흥동) 역시 '보험설계사인 여주인공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후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첫 회부터 악녀가 임자 있는 남자를 유혹하는 등 전형적인 막장 스토리로 시작했다. 여기에 남녀주인공 모두 출생의 비밀이 얽혀 있다. 30회를 넘어선 현재 10% 초반대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저녁드라마 '최고의 연인'(극본 서현주·연출 최창욱)은 재혼, 입양, 이혼 가정을 통해 따스한 가족애를 다루겠다고 했지만 2대에 걸친 꼬인 겹사돈 로맨스를 시작으로 갑질. 불륜, 사기, 출생의 비밀 등이 판을 쳤다. 여러 명의 악역이 '발암'을 유발하며 시청자들을 자극했지만 허술함을 반복한 전개가 이어지면서 5월 종영 즈음까지, 10%도 넘기지 못했다.

'다시 시작해'(극본 원영옥·연출 박재범)는 그보다 더 처참한 상황이다. 드라마는 의대생 출신이지만 여러 사정에 의해 백화점 판매사원이 된 박민지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며 일과 사랑을 모두 이뤄내는 얘기를 담을 예정으로 김정훈, 박선호, 고우리와 사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전작에 비해 막장기가 쪽 빠진 모양새지만 시청률은 현재 5~7%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저녁 8시 55분대 방송된 '아름다운 당신'(극본 박정란·연출 고동선)도 아쉬웠다. 주인공 이소연 강은탁 서도영은 결혼을 두고 여러 번 엇갈렸고 갈팡질팡을 거듭한 이소연은 '어장관리녀'라는 오명을 쓰며 지난 5월, 10.5%로 막을 내렸다. 후속작인 '워킹 맘 육아 대디'(극본 이숙진·연출 최이섭)는 막장도가 덜한 편이다. 남존여비, 학벌지상주의 등 비교적 현실적인 갈등을 다루고 있다. 시청률은 10% 안팎이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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