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썩어가고 트라우마에 생활고..민간잠수사 점점 벼랑끝

2016. 6. 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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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피해구제 외면받는 ‘세월호 의인들’

김관홍씨 발인서 동료들 울음 삭여
정부에 사과, 대책 촉구 다시 확산
변호인 “의사상자 지정이 최소 도리”
박주민 의원, 특별법 개정안 낼 예정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지난 17일 숨진 세월호 민간잠수사 김관홍씨의 영정과 관이 화장을 위해 옮겨지고 있다. 고양/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동안 고생많았다. 많이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선체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인 잠수사 고 김관홍(43)씨 발인식이 거행된 19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장례식장에서 참사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인 민간잠수사 황병주(57)씨는 속으로 울음을 삭였다. 고인의 영정을 앞세운 유족들은 오열했고, 관을 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식장을 출발한 운구 행렬은 경기도 고양시 고인의 자택에 들렀다. 세월호 수색 이후 더 이상 잠수를 할 수 없었던 김씨의 가족은 생계를 위해 집에서 화원을 운영했다. 그가 쓰러졌던 화원 안 탁자 위엔 그가 세 아이에게 주려던 걸로 보이는 초콜릿 세개와 세월호 추모 노란 목걸이, 노란 리본 뭉치들이 놓여 있었다.

김씨의 사망 소식에 ‘세월호 참사의 2차 피해’라며 민간잠수사들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조사한 ‘민간잠수사 피해상황 및 요구사항’을 보면, 조사 대상자 18명 대부분이 골괴사와 디스크, 어깨통증 등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증, 수면장애 등도 앓고 있었다. 이로 인해 현업 복귀가 어려워 생계가 곤란하다는 답변을 한 민간잠수사는 18명 중 11명이나 됐다. 김씨도 부상으로 현업 복귀를 하지 못해 생계 곤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은인’이었던 민간잠수사들은 참사 이후 제대로 된 피해지원을 받지 못했다. ‘수난구호법’을 근거로 보상금 지급을 신청했으나 법령 해석 결과 지급을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과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의상자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신체 치료는 자비로 감당했고, 트라우마 치료는 특조위의 주선으로 정혜신 박사를 통해 올해까지 무료 지원을 받았다. 민간잠수사 김상우(44)씨는 “잠을 못 이루고 트라우마가 생긴 이유가 분노, 배신감 때문인 것 같다. 정부와 해경, 선원들에 대한 분노다. 방송으로 선미·선수 갑판에만 나가 있었어도 다 살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국민안전처는 뒤늦게 올해 1월부터 민간잠수사들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황병주씨가 민간잠수사들을 대표해 의상자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지난 3월 낸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현재도 주 3회 투석 등의 치료를 받고 있다는 황씨는 “정부에서 약속했던 보상 기준이 너무 약하다. 최대로 산업재해를 기준으로 해줬으면 좋겠고, 산재 여부와 상관없이 치료비 지원만이라도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송을 맡고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수영 변호사는 “의사상자 지정은 국가가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인정이고, 최소한의 도리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소송으로 다퉈야 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간잠수사들은 이제 세월호 같은 상황이 되면 또다시 생업을 포기하고 달려갈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한다. 김상우씨는 “국가 재난에서 민간 차원에서 봉사하는 사람이 현장 구조 감독(구조 현장 민간잠수사 관리감독)을 했다. 이게 말이 되냐. 잊을 만하면 재판받으러 오라고 하고, 잊을 만하면 의상자 안 된다고 하고… 팽목항에 간 것에 대해 후회는 안 하지만 이런 일이 있으면 또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박주민 의원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보장하는 특별법 개정안에 이어 20일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낼 예정이다. 개정안은 현행법으로 구제받지 못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 구조 활동 및 수습 활동을 한 민간 잠수사 등의 피해 구제안을 담고 있다. 3일 내내 김씨의 빈소를 지켰던 박 의원은 “그가 생전에 그토록 원했던 세월호 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미영 박수진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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