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을게"..'세월호 의인' 故 김관홍 잠수사 추모 행사 열려

김보영 2016. 6. 1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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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영웅" "참사 수색 현장에서 몸 사리지 않던 사람" 고인 추모박주민 의원 "고인 꿈꾼 사회 꼭 이룰 것" 오열각계각층 추모 발길 줄이어
‘세월호 의인 고(故)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 행사가 18일 오후 7시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시립 서북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무대 오른쪽에 고 김관홍씨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다. 김보영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잊지 않을게,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우리 가슴에 새겨 놓을게….’

18일 오후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던 고(故) 김관홍(43) 잠수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시립 서북병원 장례식장. 이날 오후 7시 ‘세월호 의인 고(故)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된 지하주차장에 작곡가 윤민석씨의 ‘잊지 않을게’가 울려퍼졌다. 헌화와 분향을 위해 줄지어 선 추모객들이 고인에게 건네는 이별의 말로, 남은 자들이 다짐하는 말처럼 들렸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검은 옷에 세월호 배지를 단 추모객들이 속속 입장하기 시작했다. 지하주차장 빼곡히 가득찬 추모객들로 발디딜 틈 없었지만, 무거운 공기에 짓눌린 탓인지 작은 소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4·16연대와 4·16가족협의회의 주최로 마련된 이날 행사엔 80대 노인부터 초등학생 아이를 데려 온 학부모,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고인을 추모하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추모 현장을 찾은 주부 김모(35)씨는 “민간잠수사로 누구보다 세월호 구조 활동에 앞장섰던 분이 떠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며 “부모 입장에서 유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알 것 같아 모하러 왔다”고 말했다. 학교 동문 선배와 함께 왔다는 회사원 박모(46·여)씨는 “아직까지 세월호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월호 피해자와 유가족말고도 선량한 분들에게 2차, 3차 가해가 생기는 현실이 슬프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만의 일이 아닌 모두의 문제다.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행사는 고인의 행적을 알리고 죽음을 애도하는 여러 인사들의 추모사와 추모 영상, 추모 공연,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로 추모사 낭독에 나선 박래군 4·16연대 상임위원은 직접 쓴 편지를 읽어내려 갔다. 박래군 상임위원은 “관홍아, 이제 모든 것 내려놓고 쉬거라. 평소 못 잤던 잠, 밀린 잠 많이 자고 편히 쉬렴….여기 남은 살아 있는 우리들이 네가 바라던 진상규명 꼭 해 낼 테니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고 응원해 주렴”이라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4·16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자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 고(故) 전찬호 군의 아버지 전명선 씨는 추모사를 낭독하기에 앞서 객석에 있던 고인의 유가족들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전명선 씨는 “김관홍 잠수사님은 세월호의 영웅”이라며 “오늘부터 저희 가족들은 고인의 두 딸과 아들, 그리고 부모님을 고인을 대신해 평생 모시며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 고인의 생전 모습과 목소리가 담긴 추모 영상이 방영되자 좌중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눈물을 훔치던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이 영상에 등장하자 “어떡해 우리 아들, 우리 관홍이 어떡해”라 외치며 끝내 통곡했다. 옆에서 아내를 다독거리며 애써 눈물을 참던 고인의 아버지도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흘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 갑)이 ‘세월호 의인 고(故)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 행사에서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오열하며 무대로 나온 박 의원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고 김 잠수사는 선거운동 기간 박 의원의 당선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수행비서를 자처했다. 김보영 기자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의 추모사를 대독한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은 목이 메어 갈라진 목소리로 “부조리한 세상에 당당히 진실을 외쳤던 이”라며 고인을 기린 뒤 “그의 아픔과 고통은 본래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고 사회 모두가 짊어져야 했던 것이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혼자 고통을 겪게 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고인과 함께 세월호 참사 구조 활동을 펼쳤던 민간잠수사 김상우씨 역시 “민간잠수사의 고통을 해결하고 국민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추모사를 낭독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 갑)은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오열했다. 고인은 4·13총선 선거운동 기간 박 의원의 수행비서를 자처하며 당선을 도왔다. 박 의원은 “선거 운동 기간 함께 한 내내 저는 고인이 속으로 느낀 압박과 힘듦을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박 의원은 “어제 하루종일 울었다”고 울먹이면서도 “눈물로 우리 가슴의 불을 꺼뜨리지 않겠다. 고인과 우리가 꿈꾸는 사회를 꼭 이룰 것”이라고 외쳤다.

2시간 여에 걸친 행사가 끝나고 추모객들은 줄을 서 헌화 및 분향을 한 뒤 유가족들과 악수하며 위로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너무 슬프지만 정말 뜻깊은 일을 하다 간 대견한 아들임을 깨달았다”며 “혹독하게 열심히 살아내겠다. 꼭 잘 살아내겠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앞서 잠수사 김관홍 씨는 지난 17일 오전 7시 25분쯤 경기 고양시의 자택 인근 비닐하우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약통이 옆에 놓여 있었는데, 술을 마시다 약을 복용한 뒤 쓰러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일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사 수색에 참가했던 고인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진상 규명에 힘썼다. 구조 활동 이후 허리·목디스크 등 부상을 입어 생업인 잠수를 포기하고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의인 고(故)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 행사가 17일 오후 7시 서울 시립 서북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행사가 진행된 지하주차장을 가득 메운 추모객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김보영 기자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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