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놈아" 무책임한 국가, 그저 미안한 아버지

소중한 2016. 6. 18. 17: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장] 고 김관홍 잠수사 빈소.. 세월호 유족과 박주민 의원 눈물

[오마이뉴스 글:소중한, 편집:이준호]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로 구조 활동에 헌신한 김관홍 잠수사가 17일 숨진 채로 발견됐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잠수사의 빈소에서 18일 김 잠수사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소중한
"아이고, 바보야! 어떻게 살라고 엄마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하냐!"

18일 고 김관홍 잠수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장례식장. 김 잠수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영정사진 앞에서 땅을 치며 오열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로 구조 활동에 헌신한 김 잠수사는 17일 오전 자택 인근의 화원 비닐하우스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관련기사 : '세월호 수습' 김관홍 잠수사 숨진 채 발견).

평소 쾌활했던 김 잠수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과도한 잠수 후유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잠수사를 더 할 수 없어서 화원을 운영했고, 이것으로도 생계 유지가 어려워 밤엔 대리운전을 했다. 생전 아들의 아픔을 알았던 듯, 어머니는 가슴을 치며 목 놓아 울었다.

"내 새끼!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놈아! 얼마나 아픈지 아냐 이놈아! 가슴이 터진다, 터져!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관홍아, 그 너스레 보고싶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장례식장에 고 김관홍 잠수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 소중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빈소가 차려진 17일부터 장례식장을 찾아 김 잠수사의 가족들을 위로했다. 오열하는 김 잠수사의 어머니를 지켜 본 유가족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한 유가족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어머니의 오열이 너무 안타깝다"라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김 잠수사의 아버지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조문객을 받고 있다. 17일 김 잠수사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한 조문객은 "아버지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하러 갈 때도, 이후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할 때도 김 잠수사를 말렸다더라"라며 "생전 아들 마음에 짐을 얹은 것 같다며 말려왔던 것을 매우 미안해하고 계시다"라고 전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등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꾸준히 함께했던 김 잠수사는 숨지기 전날인 16일에도 세월호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관련기사 : 잠수사 "장관이 유가족에 잡혀 있다며 잠수 종용").

18일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숨지기) 전날에도 서울 은평구에서 있었던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의 작품 전시회와 공연이 있었는데, 낮부터 일찍이 와 있었다"라며 "오후 10시까지 같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라고 떠올렸다.

"그날(16일) 전시회도 보고, (세월호 희생자) 엄마들 데리고 자기 화원에도 데려갔어요. 마침 엄마들이 전시회에 꽃누르미(압화)를 전시했었거든요. 그걸 알고 (김 잠수사가) '꽃이 이렇게 좋은 데 쓰일 줄 몰랐다. 좋은 꽃 있으면 제가 계속 꽃을 드리겠다'라고 말했어요. 그런 이야기까지 엄마들과 나눴죠. 제가 보기에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어요. 항상 쾌활하고, 너스레도 많이 떨고, 농담도 자주 하고 그랬었는데…."
 고 김관홍 잠수사의 빈소가 마련돼 있는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18일 조문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 소중한
17일 유 위원장은 "김관홍 잠수사님. 아니, 관홍아"로 시작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바로가기).

"많이 아팠지? 같이 아팠잖아. 이제는 괜찮니? 괜찮았으면 좋겠다. 그래, 괜찮아. 우리가 다 괜찮게 만들게. 부인과 아이들도 늘 들여다볼게. 자고 싶다고 했지? 그래 관홍이는 자러 간거야. 일어나면 좋겠는데. 그 너스레 보고싶다."

페이스북에 썼듯, 유 위원장은 김 잠수사의 가족들을 걱정했다. 김 잠수사의 아내는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두 딸과 7살짜리 막내아들과 함께 빈소를 지키고 있다. 막내아들은 아직 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 듯, 장례식장 곳곳을 뛰어다니며 밝게 웃기도 했다.

김 잠수사의 아이들은 자신의 몸보다 큰 상복을 입은 채, 노란 리본이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 조문객은 "(생전에 김 잠수사가) '애들 주게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만들어 달라'고 했던 목걸이"라며 "저 자식들 어떡하라고 먼저 갔는지"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유 위원장은 "세 아이를 키운다는 게 쉽지 않잖나. 그나마 잠수사 할 땐 괜찮았는데, 오죽했으면 대리운전을 했겠나. (숨진 날도) 대리운전하고 새벽에 화원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라며 "주변에서도 (김 잠수사를) 도울 방법을 찾고 애써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돼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 돌아가면 더 열심히..."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세월호 유가족 정성욱(고 정동수 군 아버지)씨가 18일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관홍 잠수사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 소중한


'세월호 변호사'로 불렸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김 잠수사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이후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빈소를 지키고 있다. 김 잠수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박 의원의 운전기사로 자원봉사를 할 만큼 박 의원과 각별했다. 18일 장례식장에서 만난 박 의원은 "(김 잠수사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선거 기간에 찍은 사진을 모으다가 눈물을 참 많이 흘렸다"라며 침통한 표정을 내보였다.

"선거기간 굉장히 많이 도와줬어요. 특히 선거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며 운전도 꼼꼼하게 잘해주셨거든요. 제가 지쳐 보이면 여러 이야기를 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박 의원은 "(김 잠수사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로 구조 활동을 벌인 다른 잠수사들도 절반 이상은 다시 잠수를 못하는 상태다"라며 "지속적으로 트라우마에 의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가 자신들의 힘만으로 구조가 어려워 민간잠수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면 이후 생긴 피해를 배려하고 돌봐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 참 못한다. 아니 못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김 잠수사의 빈소에는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월호 관련 단체, 동료 민간잠수사, 야당 등의 화환이 놓였으나,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의 화환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과 함께 준비했던 '세월호 피해자지원 특별법(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다음 주에 발의할 계획이다. 박 의원은 "(김 잠수사가) 내게 큰 과제를 쥐여주고 간 것 같다"라며 "다음 주 국회에 출근하면 세월호 참사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관련기사 : 세월호 특별법 개정 청원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

유 위원장도 "피해자지원 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적 내용은 피해자의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것"이라며 "현행 특별법엔 피해자를 세월호에 탑승했던 피해자와 직계가족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참사로 인해 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잠수사, 자원봉사자, 주변 어민들도 피해자로 규정하고 그에 맞게 지원이나 치유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 잠수사의 빈소에는 수많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당 국회의원 6명 전원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김 잠수사의 발인은 19일 오전 8시 30분 엄수되며, 18일 오후 7시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추모식(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이 진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벽제승화원이다. 경찰은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서북병원 장례식장에 고 김관홍 잠수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 소중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