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의 창을 친박 방패로 막을 수 있을까?읽음

윤호우 선임기자

여야, 의도적으로 정예 멤버 한 명씩 배치… 상임위 활동 주도

6월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임ㆍ상설특별위원장 선거에서 상임위원장 18명의 선출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 연합뉴스

6월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임ㆍ상설특별위원장 선거에서 상임위원장 18명의 선출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 연합뉴스

여대야소에서 여소야대로 바뀐 20대 국회에서 상임위의 각개전투가 시작됐다. 각 당에 배정된 상임위 정수가 전투력을 그대로 나타낸다. 하지만 의원 숫자가 많다고 꼭 전투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특정 상임위 현안에 강하거나 협상력이 강한 정예 멤버가 많다면 전투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 같은 당 의원 간 멤버십이 강하다면 승리는 ‘떼어놓은 당상’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주요 쟁점 상임위에 김진태·이장우·김태흠·박대출 의원 같은 친박의 재선 공격수를 간사로 배치했다. 수적 불리를 간사들의 전투력으로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둘러싼 비박과의 당내 갈등에서도 전면에 나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새누리당 친박 공격수 간사들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쟁점 상임위에 전해철·박남춘·도종환 의원 등 친노 재선 의원들을 간사로 내세웠다. 특정 상임위에서는 친박-친노 맞수들이 맞붙게 됨으로써 20대 국회 역시 19대 국회처럼 만만치 않은 상황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간 최대 격전지는 이미 원 구성 협상에서 논란이 된 법사위다. 법사위원장의 당적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은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았었다. 법사위원장은 결국 새누리당의 손에 쥐어졌지만 17명의 법사위원(법사위원장 포함) 중 새누리당 의원은 7명(법사위원장 포함)뿐이다. 10명의 야당 의원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정예로 구성됐다. 국민의당에서는 법사위에서 뼈가 굵은 박지원 의원과 당의 법률위원장인 이용주 의원이 법사위원이 됐다. 비교섭단체로는 18대 국회 법사위에서 맹활약을 한 노회찬 의원이 법사위에 재진입했다.

더민주의 멤버도 화려하다. 법사위에서 이미 전문적으로 활약한 바 있는 정성호·이춘석·서영교·박범계 의원이 다시 활동한다. 정성호·이춘석 의원은 당내 수석부대표를 역임한 경험을 토대로 당초 야당 몫 법사위원장 후보로 손꼽혔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이 더민주의 간사를 맡았다. 초선 의원으로는 금배지를 달기 전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검사 출신의 금태섭·백혜련·조응천 의원이 포진했다. 더민주 안팎에서는 신구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노의 창을 친박 방패로 막을 수 있을까?

야당에 맞서 여당은 검사 출신인 권성동 법사위원장과 김진태 여당 간사를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두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세월호 협상 등에서 야당의 창에 맞서 일당백의 역할을 했다. 판사 출신 친노인 박범계 의원과 검사 출신 친박인 김진태 의원이 뜨거운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격전지가 될 정무위는 역시 친노 간사(전해철 의원)와 친박 간사(유의동 의원)가 맞붙었다. 때문에 두 간사를 놓고 ‘강 대(對) 강’으로 맞섰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20대 국회에서 정무위는 더민주가 강해지고, 새누리당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19대 국회에서 간사를 맡았던 김용태 의원이 정무위에서 다시 활약하지만 정무위 활동경험이 적은 다선 의원들이 배치됐다. 초선이지만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종석 의원이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정무위로 이동한 것이 새누리당으로서는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수적으로도 부족하지만 인물 면면으로도 야당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정무위에서 주로 활약한 김영주·민병두·이학영 의원이 다시 정무위에 배치됐다. 초선 의원으로는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최운열 의원에다 박용진·제윤경 의원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의원이 가세했다. 당내에서는 김기식 전 의원이 빠진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의 의원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18대 국회에서 정무위에서 이름을 날린 박선숙 의원에다 벌써부터 ‘제2의 김기식’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회계사 출신의 채이배 의원이 가세했다.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의원이 정무위에서도 재벌 저격수의 별명을 그대로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예산 등을 놓고 여야가 20대 국회에서 첨예하게 입씨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도 친노(도종환 의원)와 친박(이장우 의원)이 간사로 선출돼 ‘강 대 강’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초선으로는 이미 슈퍼 초선으로 대접받는 손혜원 의원(더민주)과 전희경 의원(새누리당)의 입씨름 맞대결을 눈여겨볼 만하다. 더민주에서는 교문위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안민석·유은혜 의원의 이름이 돋보이지만, 여당에서는 나경원·이정현·한선교 등 이름 있는 의원만 눈에 띌 뿐이다. 두 당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역할이 관심을 모은다.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데다, 안철수 대표가 교문위에서 활약하기 때문이다.

안전행정위는 혼수상태에 빠진 백남기씨의 과잉진압 여부를 다루게 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행위 역시 친노 박남춘 의원과 친박 윤재옥 의원이 간사로 맞대결을 벌인다. 박 의원은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인사수석을 역임했다. 경찰대 1기 출신인 윤 의원은 안행위에서 친정인 경찰의 방패로 나서게 됐다. 야당에서는 민변 출신 진선미·박주민 의원이 야당의 공격수로 돋보인다. 19대 국회에서 진 의원은 안행위에서 남다른 활약을 펼쳤고, 세월호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이었던 박주민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경찰대 1기 출신 여당 간사인 윤 의원에 맞서 역시 경찰대 출신인 더민주 표창원 의원(초선),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인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재선)의 경찰 출신 간 대결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뜨거운 입씨름을 벌일 정보위에서는 국정원 출신의 새누리당 이철우 상임위원장과 더민주 김병기 의원의 대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이 가세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이태규 의원이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특위 기한 연장을 놓고 여야가 일전을 벌일 태세를 갖추고 있다. 야당 간사로는 전남에서 유일하게 배지를 단 더민주 의원인 이개호 의원이 선출됐다. 이 의원은 전남도 공무원 당시 농업정책과장·어정과장·기획관리실장을 지내 농·어업 행정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여당에서는 19명의 전체 상임위 의원 중 8명이라는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한 듯 재선의 김태흠 의원이 여당 간사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과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으로 활약한 대표적인 친박 공격수다. 초선으로는 더민주에서는 의성한우협회 전 회장인 김현권 의원의 활약이 기대된다. 친노로 분류되는 김 의원에 맞설 여당 초선 의원으로는 친박의 이양수 의원 등이 손꼽힌다.

환경노동위는 20대 국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미세먼지 대책,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온갖 폭발성 쟁점사안이 지뢰처럼 깔려 있다. 게다가 19대 국회 환노위에서는 야당이 강한 화력을 자랑해 왔기 때문에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도 여당이 방어에 힘이 부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더민주에서는 19대 환노위 여성 3인방(은수미·장하나·한정애 의원) 중 한 명인 한정애 의원이 유일하게 20대 국회에 들어와 환노위 간사를 맡게 됐다. 새누리당에서는 비박인 하태경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 하 의원 역시 여당의 다른 간사들처럼 전투력을 갖춘 재선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노위는 노동전문가들의 대결을 눈여겨볼 만하다. 홍영표 상임위원장은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한국노총 출신인 이용득·한정애(더민주) 문진국·장석춘·임이자(새누리당) 의원이 여야로 갈라져 어떤 대결을 벌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제2의 은수미’로 송옥주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송 의원실에는 은수미 전 의원의 보좌진들이 여러 명 합류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중앙대 법대 교수 출신의 이상돈 의원, 정의당에서는 이정미 의원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맞춤형 복지 시행 논란으로 벌써부터 달아오른 보건복지위의 경우 새누리당에서는 박인숙 의원, 더민주에서는 인재근 의원이 간사로 선출됐다. 더민주에서 보건복지위는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인연이 있는 의원들이 눈에 띈다. 인 의원은 김 전 장관의 부인이고, 기동민 의원(초선)은 김 전 장관의 장관 시절 정책보좌관이었다. 더민주에서는 또 여성단체 출신 4인방(남인순·김상희·권미혁·정춘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당에서는 뒤늦게 보건복지위에 합류한 김승희 전 식약처장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위는 새누리당에서는 이채익 의원, 더민주에서는 홍익표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 19대 국회에서 초선으로 산자위에서 활약한 두 의원 외에는 산자위를 경험한 의원이 별로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여야는 거의 초선 의원들로 산자위를 채웠다.

국토교통위는 이우현(새누리당)·민홍철(더민주) 의원이 간사로 선출됐다. 두 의원은 모두 19대 국회에서 국토위원으로 활약했다. 국토위를 거친 의원으로는 새누리당이 훨씬 많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성태·이학재·박덕흠·이헌승·함진규 의원이 재배치됐다. 국토위의 한 관계자는 “야당에서는 지역 안배 위주로 국토위에 배치를 한 반면, 여당에서는 국토위를 거쳐간 의원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부동산 전문가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 실장을 역임한 김현아 의원(초선)이 국토위에서 주목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에서는 재선의 전현희 의원과 도시공학을 전공한 황희 의원이 국토위에서 남다른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공정언론 문제를 놓고 야당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민주는 이미 원 구성 전에 공정언론특별위원회TF를 발족시켜 놓았다. 미방위에서는 MBC 3인방(신경민·김성수·최명길 의원)이 눈에 띈다. 여당에서는 KBS 출신인 민경욱 의원이 MBC 3인방과 맞서게 된다. 간사로는 새누리당에서는 박대출 의원, 더민주에서는 박홍근 의원이 선출됐다.

국방위와 외교통일위는 다선 의원들이 대거 포진했다. 역대 국회와 비교해보면 외교통일위에서는 외교관 출신 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 독특하다. 국방위에서도 여당에 장성 출신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의원(초선)과 대령 출신의 이종명 의원이 국방전문가다. 이에 맞서 국민의당에서는 준장 출신의 김중로 의원이 활약하게 된다. 20대 국방위의 최대 관심 인물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다. 야당 국방위 의원의 보좌관으로 오랫동안 활약하고, 청와대에서 국방보좌관실 행정관을 역임해 국방부에서는 벌써부터 ‘김종대 의원 경계령’이 내려졌다는 소문이 나왔다.

20대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가 국방위·외교통일위처럼 중량감 있는 인물로 포진됐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장 경선에서 떨어진 이종구·이혜훈 의원이 기획재정위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전문가다. 여기에 기재부 출신인 김광림 정책위 의장에다 초선이지만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의원이 전문가 중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으로 새누리당으로서는 또 다른 경제전문가를 영입한 셈이 됐다.

야당 역시 만만치 않다. 더민주의 대표인 김종인 의원에다 기재위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윤호중·박영선 의원이 재배치됐다. 국민의당에서는 18대 국회에서 기재위 의원으로 맹활약을 펼친 김성식 의원이 기재위로 돌아왔다.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달리 3당체제가 됐다.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서 각 상임위에서는 2명의 간사가 아니라 3명의 간사가 협상을 주도하게 된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상임위 간사의 면면을 보면 양당이 강 대 강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때문에 이런 대치상황 속에서 국민의당 간사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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