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타지마요.. 부산 지하철에 '여성칸'

부산/박주영 기자 2016. 6. 17.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2일부터 1호선서 3개월간 출·퇴근시간 시범 운영 혼잡한 시간대 임신부 등 보호.. 전동차 8량 중 5호차를 지정 3개월뒤 여론 살펴 도입 결정 서울·대구 한때 운영하려다 남성차별 논란 등으로 무산

부산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이 생긴다. 승객이 몰리는 시간에 임신부와 영·유아를 동반한 여성을 배려하고, 성추행 등 지하철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지하철 여성 전용칸 운영은 앞서 서울과 대구 지하철이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외국에선 이와 관련한 찬반 논란이 일었다.

◇여성 배려… 실효성은 미지수

부산교통공사는 "22일부터 3개월간 도시철도 1호선에서 출·퇴근 시간에 '여성 배려칸'을 시범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공사는 출근 시간인 오전 7∼9시와 퇴근 시간인 오후 6∼8시에 운행하는 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 8량 가운데 5호차를 여성 전용칸으로 운행한다.

출·퇴근 시간대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이용 승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요즘 이 시간대 혼잡도는 120%(1칸당 150여명이 100%)쯤 된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피서철이 되면 지하철은 더 붐빈다. 공사 측은 "러시아워 시간대의 1호선 이용 승객 중 여성 비율은 55% 정도"라고 말했다. 박종흠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여성들이 전국에서 가장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여성 전용칸은 서울 지하철이 1992년과 2007년, 2011년 세 차례 시도했다. 대구 지하철도 2013년 추진했다. 그러나 추진 단계에서 실효성 논란이 빚어지거나 남성 지하철 이용객들이 여성 전용칸에 타면서 운영이 흐지부지되곤 했다.

최낙철 부산교통공사 고객홍보실장은 "서울과 대구의 실패 사례 등을 검토했다"면서 "지금은 당시와는 사회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최근 지하철 범죄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도전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성추행 건수는 서울의 경우 2013년 990여건에서 작년 1800여건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부산 지하철에서도 지난 4월 40대 후반 남성이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을 비롯해 성범죄가 그치지 않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시범 운영에 앞서 1호선 각 역 승강장과 전동차 안팎에 이용 안내문을 붙이고 출·퇴근 시간에 사회복무요원을 승강장에 배치, 여성 배려칸 이용을 안내하기로 했다. 또 역과 전동차 안에서 수시로 안내 방송을 해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여성 배려칸에는 여자아이가 엄마를 뒤에서 안고 있는 모습, 하트 등의 이미지가 담긴 사진과 '부산 도시철도에서의 행복한 하루, 여성과 아이를 향한 당신의 따뜻한 배려에서 시작합니다' 같은 문구를 담은 안내문 등을 창문에 붙이기로 했다.

◇외국에서도 논란

일본은 2000년부터 지금까지 도쿄·오사카 등지의 도시철도에서 출근 시간에 여성 전용칸을 운영 중이다. 멕시코는 모든 열차의 앞칸이 여성 전용칸이다. 인도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는 남성이 여성 전용칸에 탑승하면 벌금을 물리고 있다.

여성 전용칸을 도입했다가 폐지한 나라도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경우 2012년부터 여성 전용칸을 도입했다. 하지만 러시아워 시간에 일반 열차칸은 만원(滿員)인데 여성 전용칸은 텅텅 비는 문제가 생겨 이 제도를 없앴다. 대만도 2006년 타이베이 부근 전철에 여성 전용칸을 도입했다가 3개월 만에 폐지했다. 독일·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의 경우 민간 철도에서 여성 전용칸 도입을 추진했으나 남성 차별 논란이 일어 무산됐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