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신비함 일깨운 '모데랏의 밤'

2016. 6.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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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5일 비. 잘해랏. #212 Moderat 'Running'(2016년)
[동아일보]
노스 프리마베라 페스티벌에는 록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 팀이 노장, 신진을 가리지 않고 모인다. ⓒHugo Lima
해외 음악 페스티벌에 갈 때마다 그 축제만이 가진 개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주, 휴가를 이용해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노스 프리마베라 사운드’ 페스티벌(9∼11일)에 다녀왔다. 아이슬란드 록 밴드 시규어 로스가 신곡을 선보이는 순서부터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이 명반 ‘Pet Sounds’ 발매 50주년을 자축하는 무대까지 출연진이 화려했다.

해변에 면한 아름다운 시민공원이 축제 부지였다. 다양한 먹을거리와 살거리, 축제장 곳곳의 예쁜 디자인과 작은 미로같이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인상적이었다. 주변은 예쁘장했지만 출연진은 마냥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셸락, 배틀스, 드라이브 라이크 제후 같은 매스록(math rock·수학적으로 복잡한 박자체계가 돋보이는 록) 팀들,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와 시규어 로스 같은 포스트록 밴드들의 치밀하고 강렬한 연주가 시종 공기를 날카롭게 꿰뚫었다. 포르투갈 현지 인기 밴드 린다 마르티니는 거친 색감의 사운드에 대비되는 정교한 악곡 구조를 퍼즐처럼 결합해냈다. 장르와 음악 성격을 불문하고 안정된 음향이 좋았다. 때로 세밀화로, 때로 거대한 덩어리로 무대 쪽에서 울려오는 사운드는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무색하게 했다.

에어, 애니멀 콜렉티브 같은 전자음악 팀들이 주로 가장 큰 무대의 밤 시간대를 차지했다. 의외의 발견은 마지막 날 밤 메인 스테이지의 피날레를 장식한 독일 전자음악 트리오 ‘모데랏’이었다. 모데랏은 베를린의 음악 팀 모드셀렉터와 아파랏이 의기투합해 팀 이름까지 섞은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모데랏의 음악은 마치 광활한 늪지대에 묻혀 있다 우연히 발견된 고대도시와 같았다. 그 고대도시는 아마도 22세기의 것쯤 되는 첨단문명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질척대며 둔중하게 반복되는 저음은 무채색에 가깝지만 그 위를 유영하는 멜로디는 세련되고 중독적이었다.

더구나 노스 프리마베라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의 특색은 객석이 언덕 모양으로 돼 있어 뒤에 설수록 높은 곳에서 공연을 보게 된다는 것. 언덕 꼭대기에 섰다. 무대를 약간 내려다보게 됐고 대형 스피커는 귀와 평행선상으로 왔다. 그 순간, 이 넓은 공간이 마치 푸르게 확장된 우리 집 거실같이 느껴지는 이상한 경험을 한 건 그 때문이었다. 음악에 맞춰 기하학적으로 명멸하는 조명과 영상. 그들은 내 소매를 밤의 저편, 아주 아득한 곳으로 잡아끌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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