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어판장 '삼식이', 심각하게 생겼네

김종성 입력 2016. 6. 1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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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구석구석 자전거 여행 25] 세계 5대 갯벌이 펼쳐진, 인천 강화도 해안 여행

[오마이뉴스 글:김종성, 편집:손지은]

 두 얼굴의 바다, 멋진 전망대가 된 돈대가 이어지는 강화도 남쪽 해안길.
ⓒ 김종성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 강화도(인천광역시 강화군)는 수도권의 보물섬 같은 곳이다. 강화나들길이 생겨나고, 해안가에 자전거도로가 깔리고 있어 도보여행뿐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도 좋은 섬이다.

강화도 남쪽 해안은 세계 5 대 갯벌 중 하나라는 갯벌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드넓게 펼쳐져 있다. 거기에 작은 포구와 정다운 어촌마을, 멋진 전망대가 된 조선시대 해안 초소 '돈대', 연육교로 이어진 작은 섬까지 두루 볼 수 있다.

특히 달리는 내내 괭이 갈매기들이 노니는 강화도 특유의 푸근하고 질펀한 바다와 갯벌 풍경을 볼 수 있어 자전거 타고 누비기 참 좋은 곳이다. 조수 간만의 차로 두 얼굴을 가진 남쪽 해안에선 이 섬에서 가장 크고 장대한 갯벌로 유명한 동막해수욕장도 만날 수 있다.

강화도의 새끼 섬, 황산도와 동검도

 푸근한 강화 바다, 질펀한 포구가 보이는 황산도 나무데크 산책로.
ⓒ 김종성
강화버스터미널에 내려 동쪽 해안가에 깔린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다 초지진(사적 제225호,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초지대교를 지나면 비로소 강화도 남쪽 해안여행을 하게 된다. 김포 땅이 훤히 보이는 동쪽 해안의 좁은 강화해협과 전혀 다르다. 남쪽 해안은 거칠 것 없이 너른 서해바다다.       

조선시대에 만든 성벽 초소 초지진과 육지와 섬을 잇는 큰 다리인 초지대교를 지나면 강화도의 작은 새끼 섬 황산도가 나온다. 강화도와 가까이에 붙어 있어서 연육교로 이어져 있는 데다 아주 작은 섬이다보니, 이름이 아니었으면 섬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원래 대황산도와 소황산도 2개로 이루어진 섬이었지만, 간척을 통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단다. 섬 해안가에 나무데크 길이 조성되어 있어 바다와 포구, 갯벌을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엔 게가 집 삼아 지어놓은 조그만 구멍들로 가득하다. 갯벌 위를 지나갈 때마다 주변 게들이 정말 게 눈 감추듯 빠른 속도로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구멍 옆에서 대기하며 서있는 모습도 재밌다. 횟집, 어판장, 낚시하는 관광객, 갯벌에 들어가 수렵중인 주민들... 작은 섬이지만 분주했다.

 강화도의 대표 물고기가 된 밴댕이.
ⓒ 김종성
식당엔 강화의 명물인 밴댕이를 이용한 음식이 많았다. '오뉴월에 잡은 밴댕이는 농어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철 밴댕이는 인기가 좋다고. 몇 번 먹어보고 반해버린 강화도의 특산물 강화 순무로 만든 나박김치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선주들이 직접 운영하는 황산도 어판장을 지나다 그물을 직접 수선하고 있는 선장아저씨를 마주쳤다. "튼실한 그물이 끊어지다니 물고기들이 힘이 센가 봐요?"라고 했더니 쥐가 쏠았단다.

선장 아저씨에게서 원래 2개였던 황산도 얘기를 듣게 됐다. 선장님은 섬 매립 후, 육지로 나가는 게 편해지긴 했지만 바닷물 흐름이 바뀌어 물고기도 잘 안 잡히고 신통치 않다며 옛 황산도가 그립단다.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아저씨의 이마에 깊게 팬 주름이 황산도 앞 갯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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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과 달리 무척 달고 수분이 많았던 개똥참외.
ⓒ 김종성
황산도에서 나와 해안도로 옆에 난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강화도 해안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차도 변에서 자줏빛의 뭉툭한 팽이처럼 정겹게 생긴 강화 순무와 속이 노란 고구마, 개똥참외 등을 파는 주민들이 보였다. 개똥참외는 원래 길에서 나는 길가나 들 같은 곳에 저절로 자라서 열린 참외다. 참외보다 작고 맛이 없어 보통 먹지 않는데... 알고 보니 재미있는 이름으로 새로 개발한 품종이란다.

양해를 구하고 두 개만 샀다. 아저씬 내 자전거를 힐끗 보고 흔쾌히 허락하더니 먹고 가라며 칼까지 건네주었다. 개똥참외라는 이름과 달리 무척 달고 속살에 물기가 많아 여름날 자전거 여행자에겐 보약이 따로 없었다. 수분 많고 달디 단 과일을 2개나 먹어선지 해안가 자전거도로에 주차를 한 차량들을 마주쳐도 별로 화가 나지 않았다. 주말이라 주차장이 꽉 찼나보다 이해하는 마음까지 생겼다. 자전거도로에서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마주했을 땐 그냥 웃음이 나왔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한창 연육교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동검도(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는 해안선 길이 7㎞ 정도 되는 아담한 섬이다. 옛날 남쪽지방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선박은 물론, 중국에서 우리나라 서울을 왕래하던 사신이나 상인들이 통과하는 '동쪽의 검문소'라는 의미에서 동검도라 불렀단다.

섬이 동글동글 예쁘고 바다 전망이 좋아 주민들 집보다 펜션이 더 많을 정도다. 짧은 연육교를 지나 섬에 들어서면 '큰말'과 '서두물'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이정표가 나타난다. 서로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라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고 갈 길을 정했다. 마을회관, 교회, 펜션 등이 있는 섬 마을 지역이 '큰말'이다.

애마 자전거의 핸들을 서두물 포구 방향으로 돌렸다. 풋풋한 어촌 마을을 지나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좁은 해안도로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동그랑섬'이라 불리는 작은 무인도가 떠 있는 바다가 섬만큼 정다웠다. 해안 길 끝에 자리한 서두물 포구, 여느 포구처럼 횟집이나 어판장은 없지만 낚시꾼, 캠핑족, 갯벌놀이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서해 섬마을만의 포근한 매력은 숨길 수가 없나보다. 연육교는 차도 확장공사를 하고 있고 우후죽순 생기는 펜션에 이어 오토 캠핑장도 생겨났다.  

갯벌마다 이름이 있는 강화도

 썰물의 동검도 서두물 포구에서 갯벌을 즐기는 사람들.
ⓒ 김종성
 숭어가 많이 잡히는 갯벌 '숭어개'에서 일하는 '갯남' 아저씨.
ⓒ 김종성
동검도에서 나와 다시 해안도로로 가지 않고 강화나들길(8코스)을 따라 남쪽 해안가를 달렸다. 미끈한 자전거도로가 아닌, 풀이 자라난 흙길과 좁은 제방길을 지나지만 바로 옆에 바다가 찰랑거리고 갈매기들이 머리 위로 날아다녀 좋다. 해안가에 자라는 붉은 해당화, 나팔꽃처럼 생긴 예쁜 메꽃도 해안도로에선 만날 수 없다.

여행하기 좋은 길이 그렇듯 강화나들길은 투박하면서 자연스럽다. 새로 길을 내지 않고 있는 길을 조금 손보고 이어 붙였다. 도보용 길이지만 자전거도 지날 수 있다. 강화도 해안에 이런 좋은 길은 조성한 사람들(사단법인 강화나들길, http://www.nadeulgil.org)이 절로 고마워지는 길이다. 
        
찰랑거리던 바닷물이 점점 뒤로 물러나며 주름진 갯벌을 드러내는 해안 길을 지나다보면 '선두리 갯밭마을(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이 슬며시 나타난다. 갯벌 위에 철퍼덕 눌러 앉아 물때를 기다리고 있는 작은 어선들 모습이 정답고 친근했다. 바닷가 한복판까지 긴 팔을 펼치고 있는 듯한 선두리 마을은 예로부터 뱃머리를 돌려야 부두에 배를 댈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해안가 강화나들길은 선두 4리와 5리 두 곳을 지나간다. 아름다운 바닷가, 질펀한 갯벌 풍경과 싱싱한 어판장이 있는 아담한 어촌마을이다. 해안가에 있는 식당 겸 어판장 간판 이름이 재밌다. 소망호, 은하호, 순종호, 복음호 등 선주들이 물고기를 잡아오는 어선 이름이다. 선두리 어판장은 해산물들이 배에서 바로 나온 직거래장이다. 가격이 저렴해 인기가 많단다. 강화도 남쪽 해안을 지나는 사람들은 꼭 들르는 곳이라고. 

 어선 이름이 간판인 선두리 어촌 마을 어판장.
ⓒ 김종성
 어판장 아주머니가 재밌게 알려준 못생긴 물고기 '삼식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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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판장에서 강화를 대표하는 어종인 밴댕이 외에 재미있는 이름의 삼식이를 마주쳤다. 아귀처럼 심각하게 못생긴 물고기에 왜 삼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해 상인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매일 삼시 세끼를 챙겨먹는(삼식) 남편처럼 밉상이라 그렇단다. 마을 해안에는 관광객이 편히 쉴 수 있는 바닷가 조망 광장, 갯벌생태체험장, 세족장 등이 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을 '선두리 갯밭 마을'이라 지었나보다. 아이들이 갯벌에 들어가 마음껏 뛰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선두리 갯벌은 '철새 보러 가는 길'로도 잘 알려진 지역으로,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들이 무리 지어 살고 있는 곳이다. 늦가을에서 겨울철에 가면 강화도로 날아온 주둥이가 주걱 같아 익살스러운 저어새를 볼 수 있다니, 가을에 또 와야겠다.

강화도 남단 갯벌은 우리나라에서 넓은 갯벌 가운데 하나다. 해안가를 지나오면서 보니 주름 모양이며 구불구불 구부러진 갯골(갯벌에 난 물길) 등 그 모습이 다양했다. 강화도 갯벌은 마을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불러온 저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걸 선두리 마을에서 알게 됐다. 종류가 예닐곱 개나 되었는데, 숭어가 많이 잡히는 갯벌이라 숭어개, 갯벌 골이 곧다하여 고등개, 섬 아래쪽 검은색의 갯벌인 하묵개 등이다. 갯벌 이름 하나하나가 부르기도 쉽고 토속적이라 흥미로웠다.  

 '갯남' 아저씨가 잡은 갯지렁이.
ⓒ 김종성
숭어가 많이 잡히는 갯벌 숭어개의 너른 갯벌에 웬 남자들이 섰다, 엎어졌다를 반복했다. 뭔가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갯벌 위에서 서툴게 수렵을 하는 관광객들과는 확실히 달라 보였다. 남해바다에 해녀가 있다면 서해바다 갯벌엔 '갯남'이 있구나 싶었다. 너무 멀리 떨어진 갯벌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서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데 마침 해안가로 나오는 중년의 '갯남'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숭어 낚시용 갯지렁이를 잡고 있다며 플라스틱 통에 엉켜있는 갯지렁이를 보여줬다. 내가 알던 갯지렁이보다 훨씬 크고 징그러워 놀라자, 아저씨는 아예 갯지렁이 한 마리를 꺼냈다. 크기도 크거니와 길이가 얼마나 긴지 아저씨가 갯지렁이를 잡은 팔을 하늘 위로 쭉 펴도 모자랐다. 세계 5대 갯벌에서 사는 갯지렁이답구나 싶었다.    
       
물이 빠지자 기막힌 풍경을 보여주는 돈대

 강화 남단의 거대한 갯벌, 동막해변이 발 아래로 펼쳐지는 분오리 돈대.
ⓒ 김종성
 후애돈대에서 보이는 푹신한 스폰지같은 갯벌.
ⓒ 김종성
선두리 어촌마을을 지나면 강화도 지킴이 '돈대'도 만날 수 있다. 강화도 남쪽 해안엔 조선 숙종5년(1679)에 만든 후애돈대(강화군 길상면 선두리)와 분오리 돈대(강화군 화도면 사기리)가 있다. 낮은 평지에 자리한 후애돈대는 너른 갯벌을 마주하고 있고, 높다란 언덕배기 위에 지은 분오리 돈대는 강화도 남단의 거대한 갯벌과 동막해수욕장을 발아래 펼쳐 보인다.

군사 요충지였던 만큼 밀물 때는 장쾌한 바다의 모습이다. 썰물 때는 기막힌 갯벌풍경을 보여준다. 지구와 달의 '밀당'으로 바닷물이 물러설 때가 되자 수심이 얕아진 바다 위를 슬금슬금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강화도 남쪽 바다는 썰물 땐 바닷물이 4km까지 빠져 바다 멀리까지 거닐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후애돈대와 분오리 돈대 또한 예전엔 차들이 쌩쌩 달리는 좁은 해안도로변을 달려 찾아가야 했지만, 강화나들길이 생겨 풋풋한 해안가를 편안하게 지나서 닿을 수 있게 됐다.  

 강화도 제일의 해변 동막해수욕장.
ⓒ 김종성
분오리 돈대와 동막해변 가는 해안길, 널따란 분오리 저수지를 지나게 된다. 주변 농지에 물을 대주기 위해 조성된 저수지는 넓은 호수와 같았다. 바로 옆 바다와 또 다른 정경을 느끼게 해주었다. 바다가 아닌 저수지에서 떼로 노니는 갈매기들도 재밌다. 여러 명의 동행인들과 함께 온 도보 여행자들과 저수지 옆 정자에서 함께 쉬었다. 여행자 가운데 가이드 역할을 하던 아저씨가 처음 듣는 얘기를 전해 주었다.      

마니산, 동막해변, 분오리 돈대와 저수지가 있는 화도면은 강화도와 떨어진 고가도(古加島)라는 섬이었다는 거다. 동생섬인 석모도, 교동도처럼 강화도는 원래부터 현재와 같은 모양이 아니었고, 수십 개의 섬들로 나뉘어 있었다. 그러다가 고려 시대 유사시 임시 수도가 되면서부터 농지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간척이 이루어져 현재와 같은 모양이 된 것이라고.

인터넷 지도를 보면 간척으로 농지를 만들면서 생겨난 분오리 저수지까지 이어진 섬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원래 강화도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 남해도에 이어 5번째로 큰 섬이었다. 그런데 장기간 간척사업을 하여 면적이 조금씩 늘어나다보니, 남해도보다 넓어져서 대한민국 4번째의 섬이 되었단다.

천혜의 갯벌을 품은 동막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바닷물이 없는 바닷가가 사막처럼 펼쳐졌다. 강화도에서 가장 큰 모래톱을 자랑하는 해변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바닷가 소나무아래 텐트를 치고 쉬거나,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출렁이는 바다였을 곳 멀리까지 나아가 고개를 숙인 채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강화도 남쪽 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두 얼굴의 바닷가다. 밀물과 썰물 시간을 미리 알고 여행을 떠나면 더욱 흥미로운 강화도 해안여행이 되겠다. (www.badatime.com)

* 주요 자전거 여행 길 : 강화버스터미널 - 광성보 - 초지진 - 황산도 - 동검도 - 선두리 어촌마을 - 분오리 저수지, 돈대 - 동막해수욕장 (약 4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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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6월 4일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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