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촉발한 '구의역 政爭', 文 엄호 바쁜 野

박수찬 기자 입력 2016. 6. 15. 03:09 수정 2016. 6. 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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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세월호 비유'로 政爭 시작] 與 "낡은 착취 프레임에 갇혀.. 文 최측근이 메트로 감사" 역공 野 "대선주자 흠집" 이틀째 반발, 사건 관계된 박원순 시장만 당혹

서울 구의역 수리공 김모(19)군 사망 사고가 여야 정치 쟁점으로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상(地上)의 세월호'로 규정하며 '새누리당 책임론'을 제기한 이후, 안전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여야 공방만 확산되고 있다.

◇더민주, 與 역공에 文 엄호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4일 당 회의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해 "(문 전 대표는) 국가에 의한 착취, 자본에 의한 착취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게 아니냐"며 "이런 낡은 프레임은 현 경제 상황에 전혀 맞지가 않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구의역 사고의 본질에 대한 시각 차가 저와 문재인 (전) 대표 사이에 있다. 본질은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철통 같은 과보호가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 착취라는 결과가 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누리당은 13일에도 "서울메트로 감사직을 지낸 지용호씨가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서울시민캠프' 상임 대표로 일한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며 문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더민주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핵심 당직자들이 모두 나서 문 전 대표 엄호에 나섰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오전 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문 전 대표 책임론을 주장한 데 대해 "국민 안전 문제, 19세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대한 문제인데 이걸 갑자기 대선 후보 공격용으로 쓰는 저의가 뭐냐"며 "이것이 협치(協治)고 상생이냐"고 했다. 이후 이재경 대변인은 "(새누리당에)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대선 주자가 없어서 외부에서 업어와야 하는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상대 당의 유력 대선 주자를 흠집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몰염치,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한 청년의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다면 용서할 수 없다"며 정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더민주, 논란 자초해놓고

그러나 더민주가 "정쟁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이 같은 정치 논란의 발단은 문 전 대표가 제공했다. 그는 사고 발생 14일 후인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새누리당 정권은 공기업과 공공기관마저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도록 몰아갔다.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였다"고 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에선 "세월호와 이 문제가 무슨 상관이냐"며 "오히려 문 전 대표와 박원순 시장 등 서울 메트로의 '야당 낙하산'들 때문에 문제가 된 것 아니냐"고 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더민주는 '사고의 정쟁화'에 원인을 제공한 문 전 대표에 대해선 언급을 않고 새누리당만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이 논란으로 더민주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만 '바라지 않는' 조명을 계속 받고 있다. 박 전 시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고, 조만간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 시장 측은 문 전 대표의 '지상의 세월호' 언급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다시 문제를 키웠다"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구의역 사고는 비정규직이 안전사고에 노출되는 제도를 개선하라는 과제를 준 것인데, 정치권은 엉뚱하게 정치적 책임 문제로 변질시켰다"며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청업체나 정부 기관이 책임지도록 하는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제2의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정규직 과보호와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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