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세월호 인양' 하중 예측 못해..시작부터 '기우뚱'

조형국 기자 2016. 6. 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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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기상악화 감안 않고 와이어 작업 ‘뱃머리 들기’ 1차 실패
ㆍ7월 완료 계획 연기…선체 파손에 진상규명 차질 우려도

가까스로 시작된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이 정부의 불충분한 준비로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작업 초기부터 선체 일부가 손상되면서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4일 선수(뱃머리) 들어올리기 작업을 위해 설치한 5개의 와이어 중 3~4번 와이어를 제거하고 리프팅 빔을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해수부가 계획했던 인양 공정과 달라진 것이다. 기존 안은 와이어만으로 선수를 들어올린 후 리프팅 빔을 넣는다는 계획이었다.

인양 계획이 변경된 이유로 정부는 기상악화를 들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2시부터 파고 2m, 길이 8~10초의 강한 너울(바람이 일으킨 물결)이 일면서 와이어가 연결된 수면의 크레인이 상하로 크게 요동쳤고 세월호 선체가 와이어의 요동을 견디지 못하면서 파손됐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추가적인 선체 손상을 막기 위해 2.2도까지 올렸던 선수를 1.6도까지 내렸고 선체를 파고든 와이어를 제거하기 위해 선수들기 작업을 중단했다.

문제는 해상 작업 중의 기상악화는 충분히 예견된 일임에도 이에 대한 대비가 부실했다는 점이다. 해수부는 “총하중 1025t을 견딜 수 있는 와이어에 1800t의 하중이 실리면서 선체가 하중을 견디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3~4월 해수부는 “8300t인 선체를 부력장치로 3300t까지 줄이는 점, 무게중심이 선미로 치우쳐진 점 등을 감안하면 2500t 크레인으로 선수를 들 수 있다” “700t의 인양력만 작용시켜도 된다”고 했었다.

선체는 손상됐고 와이어를 추가할 수도 없게 되면서 해수부는 당초 선수들기를 마친 후 넣기로 했던 리프팅 빔을 앞당겨 투입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선체를 훼손시키지 않은 1·2·5번 와이어는 유지하고 선미 쪽에 넣기로 했던 리프팅 빔 2개를 선수 쪽 하단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3개의 와이어와 2개의 리프팅 빔이 총 1500t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돼 선수들기 작업이 가능하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갑작스레 닥친 기상악화로 1800t씩 하중이 발생할 경우 똑같은 문제로 작업이 중단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상하이샐비지컨소시엄은 리프팅 빔 2개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선미에 쓰기로 했던 리프팅 빔 2개를 앞당겨 쓰면서 추후 사용할 리프팅 빔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정해진 금액 안에서 공정을 마쳐야 하다 보니 여분의 리프팅 빔조차 만들어놓지 않은 셈이다.

애초 해수부가 공언했던 ‘7월 말 인양 완료’는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5월 선수들기 및 리프팅 빔 설치, 6월 리프팅 빔-크레인 연결, 7월 선체 인양, 7월 말 운반 및 육상 거치 계획은 선수들기 작업이 6월 말로 밀리면서 줄줄이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와이어가 끊어진 것이 아니므로 하중 예측을 못했다기보다는 기상이변에 대한 예측을 못한 것”이라며 “심한 너울 때문에 차질을 빚었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맹골수도의 기상변화를 감안하지 않은 점은 인양 공정 분석이 부실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정황”이라며 “진상규명에 영향을 미치는 선체 훼손에 대해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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