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20대 국회 첫 뇌관

박승철,전정홍,추동훈 2016. 6. 14. 17: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행 보름남짓 남겨두고 野 돌연 반대당정 "문제점 보완해 예정대로"..野우상호 "강행하면 전면 투쟁"
"맞춤형 보육을 하되 어린이집 측면에서의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 보육료 인상을 최대한 하자는 것이 대안이다." "맞춤형 보육을 시행하면 가정어린이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한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위의 두 발언은 여야 의원들의 대립적인 주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같은 당 책임 있는 인사들의 얘기다. 첫 번째 언급은 지난해 11월 보건복지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전 의원이 한 것이다. 두 번째는 14일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지난해 11월 여야는 보건복지위와 예결특위 과정에서 보육료를 6% 올린다는 것을 전제로 맞춤형 보육에 합의했다. 당시 예결소위 여야 간사는 각각 김성태, 안민석 의원이었다. 합의에 따라 맞춤형 보육은 다음달 1일부터 전면 실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행 보름여를 앞두고 전국 가정어린이집이 강력 반발하자 더민주는 여야 합의를 뒤엎고 '시행 저지' 입장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맞춤형 보육'이 정국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무상보육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면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권은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14일 국회에서 맞춤형 보육 관련 당정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장 의견 수렴에 나섰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전체 정책을 보면 문제가 없는데 개개 어린이집으로 따져보면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며 "국가에서 0~2세 1명당 82만원가량을 지원하는 금액 중 절반을 차지하는 기본 보육료는 손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일제 보육이 현재 12시간 기준인데 중장기적으로 8시간으로 줄이고 보육료를 표준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해달라는 건의도 있었다"며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정부에 촉구하고 다시 당정협의를 개최해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측 인사로 참석한 방문규 보건복지부 차관은 "건의된 내용을 탄력적으로 검토하되 맞춤형 보육 시행은 예정대로 7월 1일에 하겠다"며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실제 시행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어린이집 관계자와 현장 실무자들의 애로 사항과 지적된 문제점들을 파악해 정부에 개선 방안을 요구할 예정이다. 당정간담회엔 김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이명수 민생특위 위원장, 방 복지부 차관,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맞춤형 보육은 2013년부터 시작된 무상보육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0~5세 어린이들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이 실시됐다. 0~5세 어린이들의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거나 가정에서 돌볼 시 육아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어린이집이 사실상 무상이 되면서 전국적으로 어린이집 부족 현상이 일어났고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수십~수백 명의 순번을 기다려야 겨우 입소할 수 있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2014년 무상보육체계의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맞춤형 보육'을 추진했다. 지난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진방안이 구체화됐고 지난해 말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 2016년 예산안이 확정됐다.

 맞춤형 보육은 어린이집 이용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전업주부들의 이용시간을 단축하고 맞벌이 부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에 따라 부모 모두 직장에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은 기존처럼 종일반(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 이용이 가능하게 되며 전업주부는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만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편됐다. 오는 7월 1일 전면 실시 예정으로 종일반 이용을 원하는 부모들은 오는 24일까지 재직증명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맞춤반으로 편성되는 아이들에 대한 정부의 보육료 지원이 기존의 80%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보육료 삭감에도 불구하고 시설과 인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보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어린이집들의 논리다.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서울광장에서 1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맞춤형 보육' 반대 집회를 열었다. 한어총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제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집단 휴원 투쟁 등 모든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해 우리 뜻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맞춤형 보육이 강행되면 학부모와 아이들, 어린이집 원장 및 교사들을 위해 전면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맞춤형 보육을 실시하면 가정어린이집 거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맞벌이 증명이 어려운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의 처지를 정부는 과연 알고 있나"라면서 "동네 밀착형 소규모 어린이집에서 두 그룹으로 아이를 나눠 보살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라고 비판했다.

 김 의장은 또 "보육료가 떨어지면 보육의 질이 얼마나 나빠질지 정부는 알고 있나"라면서 "이건 맞춤형 보육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 입맛대로 하고자 하는 보육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보육료를 작년보다 6% 인상했기 때문에 어린이집 예산은 작년보다 많아지므로 보육의 질적 수준이 하락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승철 기자 / 전정홍 기자 /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