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백화점식 압박..뇌사상태 빠진 롯데 경영

손일선,서대현 2016. 6. 14. 17: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당한 계열사들이 그룹매출 80% 차지호주·美면세점 등 수조원대 해외 인수 올스톱월드타워 면세점·신규진출 사업도 불투명해져컨트롤타워 정책본부는 휴대폰까지 뺏겨 '멘붕'

◆ 롯데그룹 2차 압수수색 ◆

"압수수색을 당해 업무가 마비된 계열사들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다. 검찰의 전방위적 압박에 사실상 그룹 전체가 완전히 뇌사 상태에 빠졌다."(롯데 고위 관계자) 검찰이 롯데그룹 정책본부 압수수색 나흘 만인 14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에 대해 2차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롯데그룹이 사실상 '경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수조 원대 해외 인수·합병(M&A) 작업이 사실상 모두 중단된 것은 물론 일상적인 업무마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롯데그룹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1937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며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정조준하고 이례적인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있는 만큼 올 하반기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비밀리에 추진했던 미국과 프랑스 지역의 호텔 인수 작업이 중단됐다.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출국금지 조치되면서 최종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대규모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또한 해외 면세점 인수 작업도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면세점을 2020년까지 세계 1위 면세점 업체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이후 롯데면세점은 호주 ·미국 면세점 인수를 추진해왔다. 이에 앞서 롯데그룹은 미국 액시올사 인수 작업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규모 M&A 작업이 모두 중단되면서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신규 사업뿐 아니라 주요 현안들도 삐걱거리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건설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초 롯데그룹은 올해 12월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하고 롯데그룹 제2의 도약을 선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의 총책임자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구속된 데다 그룹 전체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올 연말께 특허 재승인이 기정사실화됐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지난해 특허를 상실한 월드타워점은 부활을 노렸지만 검찰 수사라는 더 큰 장애물을 만난 것이다. 월드타워점의 연매출은 6000억원 규모로 롯데면세점의 핵심 사업장 중 하나다.

유통 계열사들의 신규 점포 개설 작업도 사실상 모두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신규 점포 개설을 위해서는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데 검찰 수사로 대부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신규 출점을 잠정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롯데가 투자하는 지방자치단체 대형 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부산에서는 롯데월드와 롯데쇼핑이 각각 19.5%와 1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동부산관광단지 테마파크 사업이 최근 10여 년 만에 겨우 본궤도에 올랐으나 이번 검찰 조사로 중단 위기에 처했다.

롯데쇼핑이 추진하고 있는 경남 김해관광유통단지 사업과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 등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충남은 호텔롯데가 부여와 제주 리조트를 M&A하는 과정에서 배임 등 비리가 있었는지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천에서는 롯데가 투자하는 송도국제도시 롯데몰과 남동구 인천터미널 용지 복합시설 개발 사업에 파편이 튈 가능성이 있다. 울산시가 서부권 개발 핵심 시설로 주목하고 있는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도 롯데쇼핑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올 연말 착공할 계획이지만 예정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이런 굵직한 사업 중단도 문제지만 더 큰 위기는 내부에서 포착된다. 그룹의 심장인 정책본부 이인원 부회장을 비롯해 운영실 황각규 사장, 커뮤니케이션실 소진세 사장이 출국금지됐고, 이일민 비서실장과 이봉철 지원실장이 소환되는 등 정책본부 7실 중 절반 이상이 검찰 조사에 직접 연루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책본부 직원들은 중요 서류는 물론 휴대폰까지 빼앗기면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더욱이 신동빈 회장은 당장 귀국하지 않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위해 미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최고경영자의 부재 상황이 길어지면서 그룹 내부에서는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특히 계열사 CEO들의 리더 역할을 했던 노병용 사장이 구속되면서 위기 상황에서 계열사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도 찾아보기 힘든 형국이다.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업의 경우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하지만 이번 사태로 롯데 이미지에 큰 흠집이 난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손일선 기자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