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공공기술, 청년 만나 '혁신벤처'로

남도영 2016. 6.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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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지도자·기술교수·청년 '기술창업탐색팀' 꾸려 시장연계 '랩투마켓' 교육 지난해 5개팀 창업 '결실'

■ 공공기술 사업화 현장을 가다

(상) 한국형 '아이코어' 공공기술기반 창업탐색사업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 등에서 나온 연구결과물을 사업화해 혁신 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공공기술 사업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연구결과물을 갖고 있는 공공 연구기관은 창업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와 기술의 원천이 되고 있다. 특히 주력산업 쇠퇴와 젊은이들의 고용절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질 높은 공공기술 기반 창업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기술로 창업에 도전하는 현장을 소개한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시대에 때아닌 '무전기' 열풍이 불고 있다. 올초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와 영화에 무전기가 중요한 소품으로 연이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시대를 넘어 무선을 주고받으며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사실 무전기는 현실에서 쓰기에 불편함이 많다. 전화와 달리 한쪽이 말하는 동안 다른 쪽은 듣기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5G기가통신연구본부 곽병재 연구원은 이런 불편함을 해소한 무전기를 개발해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동시 송수신이 가능하게 해주는 '자기간섭신호제거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곽 연구원은 'QUI'란 이름의 창업팀을 꾸려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 새로 시작한 공공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공공기술기반 창업탐색사업'에 지원했다.

이 사업은 학생과 연구원들이 공공기술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곽 연구원 같은 예비 창업대표를 중심으로 창업지도자, 기술지도교수, 예비 창업멤버로 이뤄진 '기술창업탐색팀'을 꾸려 시장과 연계된 '랩투마켓(Lap-to-Market)'형 기술창업 교육을 제공한다.

미래부는 올해 40개 기술창업탐색팀과 이들의 창업활동을 돕는 '창업전문기관'을 선정했다. 국내 교육은 KAIST와 포스텍,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컨소시엄을 이룬 '기술창업혁신단(KITS)'이, 해외 교육은 '한국혁신센터(KIC) 워싱턴DC'가 담당한다.

올해 선정된 창업탐색팀들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최근 화제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창업 아이템도 있다. 박병화 포스텍 박사과정생이 대표인 'ARGO팀'은 AI 기술인 '딥러닝'을 활용해 태블릿 동화책이 아이들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책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기술을 제안했다. 반병현 KAIST 학사과정생의 '치즈케익스튜디오팀'은 사진이나 문장을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을 작곡해주는 기술을 창업 아이템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체온을 이용한 발전 침낭, 코에 뿌리는 미세먼지 차단제, 여행 계획을 자동으로 세워주는 알고리듬 등 개성 있는 창업 아이템들이 나왔다.

이들은 지난달 19일부터 2박 3일간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열린 '부트캠프'에서 싸이월드 창업자 이정태 피플스노우 이사 등 100여 명의 강사와 멘토단에게 사전교육을 받았다. 오는 17일에는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발대식을 갖고 20일부터 기술창업의 메카인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창업교육을 받는다. 현지에선 자신들의 고객이 될 100명의 소비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는 등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시험할 예정이다.

이런 교육방식은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인 '아이코어(I-corps)'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2011년 공공 연구성과의 상용화를 강조하며 '스타트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 정책을 발표하고, 그중 하나인 아이코어 사업을 통해 3년 만에 230여 개 창업 기업을 탄생시켰다. 단기간에 기술사업화를 위한 시장조사와 비즈니스모델 개발, 투자까지 집중 지원해 벤처기업의 1단계 투자 성공률을 18%에서 60%까지 끌어올렸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한국형 아이코어 시범사업에 10개 창업팀이 참여해 현재 5개 팀이 창업에 성공했다. 시장조사 등 미국 현지 교육과정에서 4개 팀이 사업모델을 바꿨을 정도로 교육이 실제 창업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태양광발전 및 태양열 시스템으로 창업한 이동일 두잇나우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고객들을 만나면서 사업 아이템을 실제 창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주간의 미 현지교육과 3주간의 온라인 교육을 마치면 각 팀은 사업 도전 여부를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 계속 하기로 결정한 팀은 다시 2단계 실전 창업교육에 들어간다. 시제품 제작 등 최종 단계에 들어선 팀은 마지막으로 밴처캐피털, 엔젤투자자 등 심사위원에게 평가를 받고 교육을 최종 수료하게 된다. 수료식이 곧 투자설명회가 되는 셈이다.

이종석 KAIST 기술창업혁신단 연구원은 "이 사업은 기존에 있던 사업화 지원사업과 달리 선진화된 시장조사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시장의 중요성을 단순히 언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을 만나보고 이후 단계를 어떻게 할 지 전문가들이 밀착 지원하는 최초의 사업"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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