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두 생명 죽인 살인자" 1인시위 아버지의 절규

박효진 기자 2016. 6. 14.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년 동안 엄마도 없이 어떻게 키운 딸인데....”

밝게 웃으며 캐나다 유학을 준비 중이던 딸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딸은 사랑했던 남자친구의 집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꽃다운 나이 24살, A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B(54)씨의 큰 딸 A(24)씨는 엄마 없이도 밝게 자라준 예쁜 딸이었다. B씨는 “18년 전 아내와 이혼을 했다. 혼자 자식들을 키웠지만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고 말했다.

사진=엄마 없이 외롭게 자란 A씨는 뱃속의 아기와, C군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A씨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족들과 떨어져 경기도 부천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회사를 다니며 짬짬이 모은 돈으로 A씨는 지난해 두 달간 유럽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자친구 C군을 만났다.

혼자 타지에서 외롭게 지내던 A씨는 여행에 돌아온 뒤에도 C군을 많이 의지했다. B 씨는 “C군이 딸에게 피임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오히려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자친구를 걱정한 것은 딸이었다. 딸이 ‘오빠가 아직 학생이니까 피임하자’라고 권유했지만 그 때마다 C군은 ‘임신하고 아기 생기면 같이 살자’고 늘 말해왔다”고 했다.

이후 A씨는 남자친구의 아기를 갖게 됐다. 엄마 없이 외롭게 자란 A씨는 뱃속의 아기와, C군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꿈꿨다. 하지만 마음이 돌변한 C군은 A씨를 외면했다. 

B씨는 “딸이 ‘오빠가 나랑 같이 산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린 생명을 죽일 수 없다’며 한달동안 C군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의 끈질긴 설득에도 C군은 “지금 집안 사정도 안 좋고 빚도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딸이 '우리 아빠한테 말씀 드려서 전세방을 얻어달라고 하자. 내가 돈도 벌 테니 함께 헤쳐나가자'라고 까지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군에게 돌아온 대답은 “우리 아버지가 반대한다”는 말 뿐이었다. 이후 A씨는 한 달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지난 3월 1일,  C군은 아버지, 누나와 함께 A씨의 오피스텔을 찾아왔다. 아버지와 누나는 A씨의 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C군은  “아버지가 같이 사는 것을 반대한다”고 A씨에게 말했다. 이에 A씨는 C군에게 매달리며 사정을 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는 "집 밖에서 기다리던 C군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빨리 내려오라’며 전화를 했단다. 이에 C군이 나가려고 하는 순간 딸이 미리 준비해뒀던 약을 먹었다. C군은 딸이 약을 먹는 모습을 보고도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가족들이랑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C군이 112에 신고를 했고, 119에 의해 부천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응급실에 실려 간 A씨는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다음날 아이는 유산됐다.

B씨는 “사건이 있은 후 딸에게 ‘목포 내려가서 아빠랑 살자’고 했지만 딸은 ‘눈만 감으면 꿈에서 애기가 죽어가는 모습이 보인다’며 힘들어했다. ‘자기혼자 저지른 일도 아닌데 남자친구는 자신의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본가로 내려오는걸 거절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사건이 있고 일주일 후인 지난 3월 6일, C군의 아버지와 A씨가 한 커피숍에 마주 앉았다. B씨는 딸과 함께 약속장소에 동행했지만 다른 장소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C군이 다니는 대학교 앞에서 1인 시위하는 A양의 아버지

B씨는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C군한테 ‘빨리 와보라’고 연락이 와서 약속장소로 갔더니 딸이 C군의 아버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딸은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 힘들다’며 ‘자신이 회복할 때까지 남자친구가 두 달만 옆에 있게 해달라’고 사정을 하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화가 난 B씨는 C군의 아버지에게 “내 딸이 당신 아들 앞에서 약을 먹었다. 그런 아이를 외면하고  그냥 가 버리는 게 어디 있느냐,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C군의 아버지도 ‘그 부분은 잘못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딸을 둔 아버지 입장에서 나 또한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당신들과 인연을 맺고 싶은 생각은 우리도 없다. 하지만 우리 딸이 너무 힘들어 하니 두 달만 양해를 해 달라’ 부탁을 했고 C군측에서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며 씁쓸해 했다. 

사진=A씨가 지난 4월 남자친구가 재학중인 한 대학에 붙인 대자보

몇주 후,  A씨는 C군이 다니는 대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에는 “제 모든걸 다 바친 남자에게 제 모든걸 잃었습니다. 죽음이 편하다는 생각에 정말 미련하게 약을 먹고 말았습니다. 살아도 사는게 아닌 지옥같은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B씨는 4월 25일, C군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는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위자료로 2,000만원을 청구했다. 자기 자식만 귀한고 남의 딸은 귀한줄 몰라 그의 가족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요청을 한것이다. 하지만 C군 측에서는 '내 딸이 돈을 받아 내기 위해 일을 꾸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캐나다 유학을 준비했다. 연수를 가기전 강남에서 영어 학원을 다니며 부족한 영어공부도 했다. 지난 4월 27일에는 정신과에서 마지막 진료를 받고 약도 끊었다.

그는 “딸이 표정도 밝아지고 잠도 잘 자고 한동안 잘 지냈다.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만난 딸의 직장 동료 말에 의하면 지난 5월 11일 C군이 고소와 관련해서 딸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딸이 ‘몸도 안 좋고 만날 일 없다’며 거절하자 C군이 카톡으로 ‘너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기나긴 싸움이 될 것이다’고 문자를 보내 왔다고 한다. 이후에 두 사람이 따로 또 만났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건강하게 회복하던 딸이 충격을 받은 어떠한 다른 일이 있지 않았나? 추측된다”고 말했다.

사건이 벌어진 지난 5월 19일,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상처가 나의 몫이라던, 나 혼자 해결하라던 너의 아빠의 말이 왜 이렇게나 가슴이 아픈지”라며 “나는 잘 살지 못하겠어, 나만 피해보고 상처입고 망가졌는데 어떻게 잘 살겠니”라며 C군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사진= 지난 19일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글.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미안해, 너무 힘들어서 못 견디겠어, 아빠, 효도한번 못하고 이렇게 떠나서 미안해요. 아빠가 힘들어 하고 울면 딸은 하늘에게 가슴이 무너져요. 다음생에 꼭 다시 만나요"라며 유서를 남겼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10층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A씨의 유서.

B씨는 “사건 당일인 19일, 딸이 C군을 만났다. 받은 선물을 돌려주려주기 위해 만나러 간다고 했지만 이미 유서까지 써놓고 목숨을 끊으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C군의 말에 의하면 딸이 집에 간다고 택시를 타고 가는 모습까지 봤다고 한다. 이후 자신도 밖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단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어서 가보니 딸이 떨어져 있는걸 보고 나에게 연락을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 5월 23일, 부검을 마친 뒤 목포의 한 장례식장에 딸의 시신을 안치했다. C군은 직장 동료를 통해 장례식에 오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지만 B씨가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만나러 갈 때까지 오지 말라고 했지만 다음날 아버지와 함께 장례식장에 찾아왔다. 빈소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부자를 향해 ‘너희는 딸에게 머리 조아릴 자격 없으니, 나가라’고 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딸이 운명을 달리한 뒤 B씨는 C군이 재학 중인 대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너는 두 생명을 죽인 살인자나 마찬가지다. 아까운 내 딸 살려내라’고 작성돼 있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아빠도 그 사람(남자친구)을 용서해 달라”고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씨는 “18년 동안 엄마도 없이 곱게 키운 딸이다. 딸은 용서해 달라고 했지만 나는 24살의 나이에 따뜻한 사랑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내 딸과 세상 밖으로 나와 보지도 못한 그 아이를 죽게 만든 그와 그의 가족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고소장에 C군 측에서 작성한 답변서가 A씨의 집으로 배송됐다. 하지만 주인을 잃은 집에서 이 서류는 수취인 불명으로 법원으로 반납됐다.

마지막으로 B씨는 “오는 17일 C군 측의 답변서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갈 예정이다”며 “딸의 시신을 넘겨받고 장례까지 치렀지만 부검 결과가 다 완료된 것은 아니다. 부검 결과가 나오면 딸의 휴대폰도 넘겨받게 된다. 휴대폰에 딸이 더 많은 증거를 남겨 놓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료를 토대로 소송을 준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군과 C군의 아버지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회뉴스 보기]
▶'임신'했다고 남친에게 버림받고 죽은 내 딸 살려내라!"
▶"돈 뺏으려다..." 사패산 살인사건 피의자 자수
▶[포착]사패산 50대 여성 살인 후 하산 장면
▶'사패산 등산객 50대女 살인' 피의자 DNA 일치
▶사패산 살인범 “돈 빼앗으려… 못 쫓아오게 하의 벗겼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