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8시간 행적'

김태영 입력 2016. 6. 13. 21:42 수정 2016. 6. 1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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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들이 지난주 처음 공개됐습니다. 이들은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사전에 성폭행을 모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극구 부인했습니다. 오늘(13일) 탐사플러스에선 사건이 발생한 섬에서 범행이 이뤄진 8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피의자들의 행적을 따라가봤습니다. 그리고 피해 여교사가 얼마나 무방비 상태에서 범행의 표적이 됐는지 짚어봤습니다.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OO도 주민/목격자 : 토요일날 들어오셨더라고. 뭔 일 때문인지. 혼자 계시더라고 다른 선생님들 안 계시고.]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달 21일.

취재진은 사건 당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추적해봤습니다.

- 5월 21일 오후 6시/여객선 터미널

전남 목포에서 마지막 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온 초등학교 교사 A씨.

A씨는 2km쯤 떨어진 학교 관사로 가기 전 식사를 하기 위해 학부형 박모 씨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박 씨는 홀로 식사를 하던 A씨에게 직접 담근 술을 거듭 권했습니다.

[OO도 주민/목격자 : 술자리에 있는 걸 내가 봤거든요. (사장님도 같이?) 예예. 그 사람(박씨)은 영업 중이라 식당 안에서 왔다갔다 손님 보면서.]

뒤늦게 술자리에 합류한 또다른 피의자 이모 씨까지 가세해 A씨에게 술을 강권했고, A씨는 결국 정신을 잃었습니다.

- 5월 21일 밤 11시/OOO식당

박 씨는 A씨를 관사에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웠습니다.

1분 뒤 이 씨가 뒤따랐고, 20분 뒤 인근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마지막 피의자 김모 씨도 관사로 향했습니다.

모두 자신들의 차를 타고 음주운전을 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습니다.

[OO파출소 관계자 : 거의 둘이 근무할 때가 태반이거든요. 야간엔 한 명씩 근무하고 쉬고.]

취재진은 피의자들이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선을 따라가봤습니다.

마을을 벗어나자 가로등 불빛이 사라집니다.

CCTV는 총 3대. 군부대 경계용을 제외한 나머지 2개의 CCTV를 통해 경찰은 피의자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 : 갈 때 시간대 보면 오는 시간대가 있을 거 아닙니까. 안 왔다면 거기 세 대가 다 있었던 장소, 시간대 아닙니까.]

하지만 서로 모여있는 현장이나, 일부 피의자들의 전체 동선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관사로 가는 더 빠른 해안도로가 있었지만 이곳에 설치된 CCTV들은 모두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해경 관계자 : 경찰서에서 사건 직후에 우리 거를 보려고 했는데 녹화가 안 됐어요. 그다음에 수리했어요.]

[소방 관계자 : 여기는 아마 이쪽하고 관계없이 바다만 찍을 거예요.]

피의자들이 서로 만나 범행을 모의하거나 식당과 관사를 더 오갔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 5월 22일 자정/OO초등학교 관사

피의자들은 A씨가 사는 관사 역시 아무런 제약없이 드나들었습니다.

관사 입구에는 대문이나 CCTV 등 기본적인 방범 시설조차 없었습니다.

문 하나만 열면 바로 방으로 이어지는 독채입니다.

[A씨 동료 교사 : 인적이 없기 때문에 무서운 게 있었습니다.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를 못한다는 게 컸던 거 같아요.]

- 5월 22일 새벽 2시/OO파출소

정신을 차린 A씨는 이상을 느끼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OO파출소 관계자 : 출동했죠, 당연히. 엄청나게 놀란 상황이잖아요. 말을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피의자들이 성실히 조사를 받는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고, 사건 발생 2주가 지나서야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이들에게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뚜렷하다며 특례법상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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