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 "볼 게 없어요".. TV 예능프로 '보릿고개'

2016. 6. 1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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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프로그램 개편 호응 없어 '울상'

평소 TV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대학생 박상우(25)씨는 TV 앞에만 서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자주 보던 채널마다 비슷한 프로그램이 즐비한 탓에서다. 박씨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면 다냐”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TV 예능프로그램이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봄철 나들이객이 많아 시청률이 급감한다는 춘궁기(5∼6월)를 앞두고 저마다 개편을 단행했지만 시청자들은 ‘볼 게 없다’는 반응이다.

tvN은 다음달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새 시즌을 선보인다. 앞서 시즌1과 시즌2에서 호흡을 맞춘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그러나 새 시즌의 방송 소식이 전해지자 시청자들 사이에선 ‘기대감’보다 ‘식상하다’는 의견이 먼저 나온다.

그동안 ‘나 PD 시간대’로 분류된 금요일 밤 tvN에서는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신서유기’가 번갈아 편성됐다. 현재 방송 중인 ‘신서유기’ 이전에는 ‘꽃보다 청춘’, 그 이전에는 ‘삼시세끼’를 방송했다. ‘신서유기’가 곧 끝나면서 ‘삼시세끼’의 차례가 다시 온 것이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신서유기’는 이번 시즌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이미 여러 차례 시즌이 거듭된 ‘꽃보다 청춘’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때 10%에 육박했던 ‘꽃보다’ 시리즈지만 4%대 시청률에 머물며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당시 ‘꽃보다 청춘’에는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박보검, 류준열, 고경표, 안재홍 등이 출연했던 터라 시청률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나 PD의 ‘시즌제 예능’은 예능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짧은 주기로 반복 편성되는 탓에 시청자들은 ‘식상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오디션 열풍’과 함께 등장한 SBS ‘K팝스타’는 11월 6번째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의 성공으로 줄기차게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사라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나마 ‘K팝스타’는 대형 기획사 대표를 심사위원으로 섭외해 흥행에 성공했지만, 최근 반응이 크게 줄어 마지막 시즌을 앞두게 됐다.

K팝스타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박진영은 “참가자도 그렇고 저희 심사위원도 그렇고 점점 소모적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희도 어느 순간 같은 말을 되풀이하게 되더라. 심사위원과 참가자를 위해 이쯤에서 마지막 시즌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지상파에 새로 등장한 예능프로그램은 ‘육아예능’과 ‘쿡방’으로 정리된다. MBC가 ‘아빠, 어디가’로 성공하자 KBS와 SBS는 기다렸다는 듯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오! 마이 베이비’를 선보였다.

또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백종원이 인기를 끌자 저마다 ‘백종원 모시기’에 나섰다. 이에 tvN은 ‘집밥 백선생’을, SBS는 ‘백종원의 3대천왕’을 내놨다.

최근에는 MBC ‘복면가왕’의 인기에 힘입어 음악경연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했다. SBS는 ‘신의 목소리’와 ‘판타스틱 듀오’를, MBC는 ‘듀엣 가요제’를 내놨다. 기존에 방송 중인 KBS2 ‘불후의 명곡’을 더하면 지상파 음악경연프로그램은 총 5편에 달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시청률이 답해주고 있다. 지상파에서 주말 황금시간대 편성된 예능프로그램 대부분 10% 초반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과거 ‘무한도전’이나 ‘X맨’과 같은 예능프로그램들이 20∼30%의 시청률로 종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채널이 증가해 지상파 시청률을 예전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30%를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궁색한 변명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제작 현장에서는 예능프로그램의 태생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는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1년 뒤 프로그램을 편성하지만, 예능은 그렇지 않다”며 “예능 프로그램 성격상 트렌드나 시청자 반응에 민감해 비슷한 프로그램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부족한 인력도 문제로 지적된다. 참신한 프로그램 개발과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인력 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프로그램도 하나의 창조작업이지만,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여유가 없어 아이디어가 쉽게 고갈된다”며 “중간중간 재충전의 시기를 가질 수 있는 ‘시즌제 예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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