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의 그늘.. 뛰는 가계빚 날개 달아주나

2016. 6. 1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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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주담대 금리 줄줄이 인하 가계부채 증가세 잡기 더 어려워져 '주범' 집단대출 올들어 10조원 2금융권 풍선효과도 갈수록 심화"집단대출도 규제" 목소리 커져

한국은행이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연 1.25%)로 내리면서 시중금리가 꿈틀대고 있다. 은행들은 예·적금에 적용되는 수신금리와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 시한폭탄, 가계부채의 고삐는 쉽게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예금 9종, 적금 2종, 입·출식 수신상품 4종의 금리를 0.05∼0.25%포인트 내렸다. 먼저 대표적인 예금상품인 ‘우리 웰리치 주거래예금’의 이자를 1년 만기 기준 연 1.60에서 1.40%로 낮췄다. ‘올포미 적금’도 1.70%에서 1.45%로 내렸다. KEB하나은행도 ‘행복 노하우 연금예금’(1년 만기, 연 1.4%→1.2%) 등 주요 상품의 수신금리를 0.2~0.25%포인트 인하했다.

은행권 대출금리도 소폭 내려앉았다.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포유 장기대출’의 이자를 지난달 말 연 2.85∼4.15%에서 이날 2.71∼4.01%로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고정금리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를 이날부터 0.7%포인트 낮췄다.

금리가 최저치 경신을 거듭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쉽게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잖아도 정부가 올해 들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여신심사 기준을 강화했다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등 경기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이유로 여신심사 강화에서 빠진 집단대출과 깐깐해진 은행 대출의 ‘풍선효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이 불어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한해 이뤄진 주담대 70조3000억원 중 집단대출은 8조7000억원으로 12.4%인 데 비해 올해 들어 5월까지 이뤄진 집단대출은 10조원으로 작년 한해치를 넘어섰고, 전체 주담대 19조원 중 절반 이상(52.6%)을 차지하고 있다. 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집단대출이 주담대 급증을 주도하고 있는 흐름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순수 일반가계 부채 총액 1223조6700억원 중 주담대는 621조3000억원으로 50.8%이며 집단대출은 115조5000억원으로 전체 주담대의 18.6%를 차지하고 있다. 집단대출이란 신규아파트를 분양할 때 계약자에 대한 개별 소득심사 없이 중도금이나 잔금을 통상의 주담대보다도 낮은 금리로 일괄해 빌려주는 대출을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일단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고 이뤄졌다가 2∼3년 후 일반대출로 전환돼 차주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재조정되는데 이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다면 부실화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갚을 만큼만 빌려주는”, 깐깐한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해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보험사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급증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9%로 작년 1분기의 9.6%보다 떨어졌지만 제2금융권은 급상승했다.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와 같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작년 1분기 8.8%에서 지난 1분기 12.5%로, 보험, 연기금 등 기타금융기관은 작년 1분기 3.4%에서 지난 1분기 17.2%로 뛰었다.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은행 569조원, 비은행예금취급기관 256조원, 기타금융기관 333조원이다.

은행 여신심사 강화 등 금융위 대책으로 고정금리·분할상환 부채 비율이 상승하며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올해 들어 이뤄진 주담대 중 77%가 분할상환 방식이다. 그러나 집단대출 급증, 풍선효과 등으로 가계부채 총량이 계속 늘고 있으며 미래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부채가 늘고 있는 터에 금리는 계속 내려가면서 향후 부동산 거품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면서 “집단대출을 규제하지 않고 계속 가도 괜찮은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한편 집단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보험권에도 은행 수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할 방침이다.

황계식·오현태·이우중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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