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국민들 삶의 무게 무거워..믿고 힘모으자"

남기현 2016. 6. 13. 16: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대통령 29분간 국회 개원 연설..'사과'로 시작해 '협치'로 마무리스위스 '말뫼의 눈물' 언급하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재차 강조"큰 족적 남기는 의정활동 해달라" 당부..국회 24차례 박수로 화답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마친 뒤 의장석으로 다가가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취임후 5번째이자 ‘여소야대’로 전환된 20대 국회에서의 첫 연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오전 29분에 걸친 국회 개원 연설에서 ‘화합과 소통, 협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때문인지 여야 의원들은 총 24차례 박수로 박 대통령 연설에 화답했으며, 박 대통령이 입장할 때뿐 아니라 퇴장할 때도 기립박수로 박 대통령을 환송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즉생의 각오, 곪은 환부’ 등 강력한 어휘를 써가며 산업 구조조정 필요성과 보완대책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도발-대화-보상-재도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북측의 대화 제안을 일언지하에 일축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분홍색 상의와 회색 바지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24분께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뒤 곧바로 연설을 시작했다. 20대 국회 개원과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에 대한 축하인사로 운을 뗀 박 대통령은 민생고에 시달리는 서민들 아픔을 언급하며 사실상 사과 발언을 해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오늘, 국회의원 여러분이 느낄 막중한 책임감은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우리 국민들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청년은 일자리 때문에 힘들어 하고, 부모세대들은 은퇴 후 노후 때문에 불안해 한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애가 타고 있다”며 “국민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국민을 위한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들 삶의 질이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국민을 위해 헌신해야 하고, 정쟁을 거둘 수 있는 정치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며 “정부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고 적극 소통·협력해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대한민국 경쟁력 회복의 명운이 걸린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은 ‘정치권 협치’가 가장 절박하고도 긴요한 과제로 손꼽힌다. 대량 실직과 지역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칠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3분의1’을 구조조정과 규제 혁파에 할애해 관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세계경제 부진과 저유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 경제와 수출을 이끌어 온 조선·해운업 등 주력 산업들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특히 조선업은 수주절벽 속에서 지난 몇 년간 무리하게 해양플랜트를 저가로 대량 수주하고 이를 기한내 인도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면서 산업은 비대해지고, 어려움도 가중됐다”며 “개혁의 과정은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미루거나 회피한다면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고, 국가경제는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구조조정이 아무리 힘겹고 두렵더라도 지금 해내지 못하면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인 조선업체 코쿰스가 과거 문을 닫으면서 골리앗 크레인이라 불리던 핵심 설비를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넘긴 ‘말뫼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책과 관련해 조선업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을 약속한 박 대통령은 “중장년 근로자, 뿌리산업 근로자의 파견근로가 허용돼야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근로자가 재취업할 수 있다”며 파견법 개정안 처리를 재차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산업 구조조정은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에 오랫동안 누적돼 곪아있는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야 가능하다”고 말해 주목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대우조선 등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철저한 책임규명을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 하듯, 박 대통령은 “정부는 일관된 원칙 하에서 투명하게 각종 비정상과 부실을 반드시 바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확고한 강경대응 방침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라는 지난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의지의 싸움이다.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단합된 입장하에 있는 이번 만큼은 반드시 ‘도발-대화-보상-재도발’이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최근 북한은 대화 제안 등 국면 전환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 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성급히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서 모처럼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모멘텀을 놓친다면, 북한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협치’ 강조로 시작한 박 대통령은 연설은 마무리도 ‘협치’였다. 박 대통령은 “서로 믿고 힘을 모은다면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다”며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했는데, 의원 여러분들 초심이 임기 말까지 이어져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족적을 남기는 의정활동을 펼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