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된 쾌락'..당근이 초코바에 밀려난 이유

2016. 6. 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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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신간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칼로리와 싸움을 평생 벌이는 다이어트의 시대다. 비만은 게으름과 부실한 자기관리의 상징이 됐다. 기회가 있을 때 잔뜩 먹어둔다는, 수렵 또는 농경 시대에나 어울리는 식습관이 인류의 유전자에 각인됐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설명도 따라붙는다.

지방과 당분이 농축된 식품은 엔도르핀을 생산하고 뇌신경 전달물질의 균형을 깨뜨려 그런 먹을거리를 계속 원하게 만든다. 일종의 중독 현상이다. 신간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는 현대인의 과도한 쾌락 추구가 과연 개인이 자기절제에 실패한 탓인지 반문한다.

당근 대신 초코바를 선택하는 건 우리가 당분과 지방 덩어리에 길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설탕을 주성분으로 하면서 곡물이나 과일처럼 실질적 영양분이 있는 식품을 몰아낸 초코바 같은 식품을 '슈퍼푸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슈퍼푸드가 현대인의 식습관을 장악한 데는 단맛에 대한 본능적 끌림 말고도 우리를 길들이는 외부의 요인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한다.

단맛을 내는 감미료 정도로 첨가해 설탕을 맛보던 과거에 비하면 19세기 캔디와 추잉검의 등장은 혁명적 변화였다. 단맛은 젤리·초콜릿·아이스크림·소다수·콜라까지 무수한 변형을 낳았다. 핵심은 포장에 있었다. 기계화 덕택에 표준화된 단것들을 값싸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저자들이 "제조된 쾌락의 완벽한 사례"로 꼽는 초코바는 이렇게 당근을, 심지어 사과까지 밀어냈다.

'포장된 쾌락'을 제공하는 상품은 대개 감각적 만족이 응축돼 용기에 담겨 있다. 값이 싸고 휴대할 수 있으며 포장재에 쌓인 제품이다. 오늘날 일상적 중독의 대명사인 담배를 소비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면 포장된 쾌락과 중독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 수 있다.

19세기 이전까지 담배는 종교의식처럼 의례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다. 가끔 접하는 여러 향정신성 물질 중 하나일 뿐 강박이나 중독은 흔하지 않았다. 오늘날의 종이 담배는 1832년 이집트의 한 포병이 포상으로 받은 담뱃잎을 종이에 말아 피워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기계화에 힘입은 대량생산과 니코틴을 핵심으로 하는 화학적 조작, 담뱃갑을 이용한 마케팅이 차례로 이어지며 니코틴 중독자들을 양산했다. 2011년 호주에서 담뱃갑 디자인을 없애는 법이 통과되자 담배회사들은 사활을 걸고 저항했다.

책은 축음기와 레코드, 스냅 사진과 영화, 놀이공원까지 논의를 넓히면서 포장된 쾌락이 사실상 우리의 모든 감각을 둘러싸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오늘날 소비문화와 완전히 결별하고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포장된 쾌락으로 우리의 감각 자체가 변형되는 일을 경계하면서 새로운 만족의 원천을 찾아보고 의도적으로 감각을 훈련시키자고 제안한다. "이 모든 것이 다 지루하게 들린다면, 어느 정도 그것은 금단 현상 때문이다."(425쪽)

동녘. 게리 S. 크로스·로버트 N. 프록터 지음. 김승진 옮김. 1만9천500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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