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질병이다, '만성질환의 씨앗' 비만 다스리기
‘나이 들며 생기는 뱃살쯤이야’ 혹은 ‘살쪄도 건강하기만 한데’라며 배나 옆구리에 한가득인 살을 업신여기는 사람이 많다. 비만인 사람이 늘어난 게 한몫을 한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만 환자는 10명 중 3명이며, 전문가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건강한 비만이란 없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뇌경색, 천식 등의 질병 위험을 높이고, 사망률마저 20% 높인다.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부터 체중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인 8년간 병에 시달리다가 삶을 마감, <헬스조선>이 ‘9988’의 길을 모색하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1.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80.2세보다 1.1세 더 높다. 그러나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3세다. 8년 이상을 질환과 싸우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큰 고통을 준다.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만만찮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재의 건강 화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9988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일만 아프다 죽는다)’에 성공하는 방법은 없을까. <헬스조선>이 연중기획 ‘건강수명을 늘리자’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PART 1 비만은 무엇이고, 왜 생기나
나는 비만인가?
비만은 몸에 지방 조직이 과도하게 많은 상태를 뜻한다. 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만은 아니다. 근육량이 많은 게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비만인지 확인하려면 대한비만학회가 제시한 한국인 비만 기준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는 체질량지수(BMI)가 25kg/㎡ 이상인지 계산하고, 둘째는 허리둘레가 남자 90cm 이상, 여자 85cm 이상인지 측정해야 한다.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다. 체질량지수가 25kg/㎡ 이상일 때부터 비만이 유발하는 질환이 생길 확률이 1.5~2배 급증하는 통계에 기반해 이런 기준이 생겼다. 특히 허리둘레 측정은 근육량이 적은 노인이나 체중이 감소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서 체질량지수의 오류가 생기는 것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허리둘레는 내장지방이 과도하게 쌓였는지를 알려준다. 내장지방이란 복강 내, 내장 주변에 존재하는 지방이다.
비만 가장 잘 생기는 연령대는 ‘40代’
국내 비만 환자는 얼마나 될까? 2012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성인의 비만유병률은 32.8%이고, 그중 40대 비만유병률이 39.2%로 가장 많았다(<표>참조).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심경원 교수는 “40대쯤 되면 이른바 나잇살이라고 부르는 것이 많아질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잇살이 찌는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거의 없고, 이와 관련해 기초대사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은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의 에너지량이다. 젊을 때는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면서 몸의 모든 기관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고, 이것이 기초대사량을 높게 유지시킨다. 하지만 50대를 지나면 오히려체중이 줄어든다. 한편 지난 10년간 국내 고도비만 환자 수는 1.6배, 초고도비만 환자 수는 2배 이상 증가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살은 왜 찔까?
오랜 기간에 걸쳐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 남는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되면서 비만이 된다. 먹는 음식량은 많은데 활동량이 적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고기 등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혈중에서 떠돌던 지방이 심장이나 근육에서 에너지로 사용되고, 남으면 지방세포에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섭취한 지방의 양이 많고 에너지 소비량이 적을수록 체지방으로 축적되는 지방의 양이 많아지는 것이다. 탄수화물이 소화돼 생기는 당질도 여분이 남으면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당은 지방 세포 안으로 흡수된 뒤 중성지방으로 변한다.
패스트푸드, 스트레스, 유전도 원인
음식을 꼭 많이 먹지 않아도 패스트푸드같이 열량 높은 음식 역시 피해야 한다. 피자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에는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설탕 등 열량 높은 성분이 과도하게 많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원인이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식욕을 높일 뿐 아니라 내장지방을 증가시킨다.
유전도 중요한 요인이다. 지방세포의 수는 성인 한 명당 300억 개에 달한다. 지방세포수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와 신생아기, 사춘기에 급격히 증가하고 이후부터는 늘지 않는다. 지방세포의 크기 자체가 늘어나면서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방세포 수가 많을수록 살이 잘 찌는데, 이는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해 유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알려졌다.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2배 정도 더 비슷한 체질량지수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이밖에 수면부족이나 폐경도 비만을 유발하는 인자로 알려졌다.
오래 앉아 있는 생활습관 특히 주의해야
앉아서 생활하는 이른바 좌식 생활습관은 신체 활동량을 부족하게 해 체내 에너지 소모가 덜 일어나 체중을 늘린다. 특히 오랜 시간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이 문제다. <미국간호사연구> 학회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루 두 시간 텔레비전을 본 사람은 비만이 될 확률이 23% 높다.
ART 2 특히 조심해야 할 비만 종류
배만 볼록 나온 ‘내장비만’
다른 부위는 날씬한데 배만 볼록 나온 사람은 내장비만을 의심해야 한다. 내장비만이란 복강 안쪽 내장 사이를 커튼 모양으로 연결하고 있는 장간막(그물막)에 내장지방이 많이 쌓인 것을 말한다. 흔히 얘기하는 복부비만은 내장비만을 뜻한다고 보면 된다. ‘숨은 비만’으로 불리기도 한다. 복부비만이 있으면 허리, 허벅지, 엉덩이 등의 피부 바로 밑에 지방이 쌓이는 일반적인 피하지방형 비만에 비해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3대 성인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높다. 대한비만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이용해 2008년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의 성인남녀 19만5519명을 대상으로 체중과 허리둘레에 따른 만성질환 위험도를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체중과 허리둘레가 모두 비만인 그룹은 정상인 그룹에 비해 당뇨병(2.7배), 고혈압(2.2배), 이상지질혈증(고중성지방혈증 2.0배, 고콜레스테롤혈증 1.6배, 저HDL 콜레스테롤혈증 1.6배)에 걸릴 확률이 2배 높았다. 배만 나와도 고혈압 걸릴 위험이 정상인의 4.6배라는 동국대일산병원의 연구결과도 있다.
내장비만이 더 위험한 이유에 대해, 심경원 교수는 “내장지방은 축적이 잘 되는 만큼 분해도 잘 된다”며 “내장지방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분비해 위험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혈압을 높이며 혈전(피떡)을 만들기도 한다.
허리둘레가 남성은 90cm, 여성은 85cm가 넘으면 내장비만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 배에 찐 살이 내장비만인지 단지 피하지방인지 알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배꼽 옆 부분의 살을 손가락으로 잡아서 살이 2cm 이상 잡히면 피하지방이 많은 것이고, 2cm 이하로 잡히면 내장비만일 확률이 크다. 이러한 기준에 부합해 내장지방이라고 생각되면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는 “남성이나 폐경기 여성, 알코올을 많이 마시는 사람한테 내장지방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세 살 지방이 여든까지 가는 ‘소아비만’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살이 찐 어린이들이 있다. 이때는 자녀가 비만에 속하는지 부모가 확인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체질량지수가 25kg/㎡ 이상이거나, 연령별 기준에서 상위 5%인 경우다. 비만도를 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비만도(%)는 실측 체중에서 신장별 표준 체중을 뺀 값을 신장별 표준 체중에 100을 곱한 값으로 나눈 것이다. 이때 20% 이상에 해당하면 비만, 20~39%는 경도 비만, 30~49%는 중등도, 50% 이상은 고도 비만이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최호천 교수는 “소아비만이 성인비만보다 위험하다”며 “어렸을 때 살이 찌면 나이가 들어서도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이 되고, 성인이 돼 비만이 생기는 것보다 훨씬 오래 비만을 겪으면서 위험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어렸을 때 비만 세포 수가 활발히 늘어나는 것이 성인이 돼서도 살이 잘찌는 체질이 되게 한다. 지방세포 수가 많을수록 살이 찌기 쉽다.
소아당뇨는 치료가 더 어렵다. 어린이들은 식욕조절이 어렵고, 복용 가능한 약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체중 감량이 쉽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소아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비만이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2014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만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비만이 될 가능성이 초등학생은 6.6배, 청소년은 4.7배 높았다. 국내 아동 청소년 4553명과 그 부모를 조사한 결과다. 심경원 교수는 “부모의 평소식생활 습관과 함께 유전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녀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부모부터 비만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ART 3 비만, 왜 위험한가
비만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고, 결국 사망 위험을 20% 높인다고 알려졌다. 비만은
어떤 질환을 왜 유발하는 것일까?
비만 탓에 생기는 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비만으로 인해 몸속 대사에 문제
가 생겨 유발되는 질환과 과도한 체중 그 자체로 생기는 질환이다.
몸속 대사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
당뇨병
당뇨병 위험은 체질량지수가 1kg/㎡ 늘어날 때마다 20%씩 높아진다. 체질량지
수가 27~30kg/㎡이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2배, 그 이상에는 3배 정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유리지방산이나 염증성 물질에 의해 인슐린 작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혈중에 당이 많을 때 이를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중 당이 분해되지 못해 혈당이 높아지고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관상동맥질환·뇌경색
비만해지면 혈압이 높아진다. 고혈압 환자의 85% 이상이 체질량지수가 25kg/㎡ 이상인 비만 환자였다는 핀란드의 연구 결과가 있다. 혈압이 높아지는 이유는 비만할수록 체액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아지면 심장에 무리가 가면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심부전,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박동하는 부정맥, 혈관이 딱딱하게 변하는 동맥경화증 위험이 덩달아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비만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50% 높이고, 모든 종류의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사망률도 50% 높인다고 알려졌다.
같은 이유로 뇌경색 위험도 높아진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질환인데, 고혈압으로 인해 뇌혈관이 두꺼워지면 생길 수 있다.
암
비만은 암 위험을 높인다. 전립선암, 자궁암, 유방암, 위암 등 관련한 암 종류도 셀
수 없다. 한국인 78만 명을 조사한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비만이 대장암, 간암, 담도암, 전립선암, 갑상선유두암, 폐소세포암, 흑색종이 비만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정상 체중 남성에 비해 비만 남성이 전립선암 위험도가 1.2배 높았다는 대한비뇨기종양학회의 연구결과가 있다. 대한내과학회지에 소개된 연구들에 따르면, 폐경기 한국 여성(40~64세) 중 체질량지수가 30kg/m2 이상인 여성은 정상 체중 여성에 비해 전체 암 발생 위험이 23% 높고, 일반적으로 체질량지수가 1kg/m2 증가할 때 대장암 1.05배, 유방암 1.07배, 자궁내막암 1.13배, 신장암 1.08배 높다.
비만으로 인해 생긴 인슐린 저항성이 세포가 죽는 것을 억제하고, 세포의 분열을 촉진하는 인슐린유사성장호르몬 양을 늘리는 것이 원인이다. 세포가 증식하다보면 돌연변이 암세포가 생겨날 확률도 자연히 많아지는 것이다. 이밖에 비만이 몸에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등 암 위험을 높이는 인자를 자극하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도한 체중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
수면무호흡증·천식
비만이 심해지면 수면무호흡증이 잘 생긴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중에 기도가 막히면서 산소를 충분히 흡입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성바오로병원 호흡기내과 이상학 교수는 “비만한 사람은 팔다리뿐 아니라 목에도 살이 찐다”며 “목에 찐 살이 기도를 압박하면서 수면무호흡이 쉽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전신에 염증이 유발돼 노화가 촉진되고,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도 높아진다. 비만은 천식 위험을 높이고, 천식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상학 교수는 “비만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천식 위험이 최대 3배 높다고 알려졌다”며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만한 사람일수록 위식도역류질환이 잘 생기고, 이것이 천식과 연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만인 천식 환자는 비만이 아닌 천식 환자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염증이 유발된다고도 알려졌다”고 말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위식도역류질환이 체질량지수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등 수많은 학술지에서 발표됐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여 가슴 안쪽으로 타는 듯한 통증이나 쓰림이 생기는 병이다. 대한소화기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복부 비만은 위 속 압력을 증가시켜 위산의 역류를 일으킬 수 있고, 내장지방이 만드는 여러 염증 물질이 식도와 위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실제 비만한 사람일수록 하부식도괄약근압이 감소돼 있다.
관절염·요실금
비만한 사람이 정상 체중 노인에 비해 관절염이 잘 생기고, 허리둘레가 더 큰 노인이 정상인보다 요실금이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관절염이 잘 생기는 이유는 체중 때문에 관절에 가해지는 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만이 요실금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복부 압력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여성 요실금의 80%는 복압성 요실금인데, 이는 기침 등을 이유로 복부에 압력이 가해졌을 때 의도치 않게 소변이 나오는 질환이다.
수술 중 마취 위험 증가
비만하면 수술 등을 할 때 필요한 전신마취 중 응급 상황이 생길 확률이 커진다. 전신마취할 때는 환자의 자발적인 호흡을 없애고 인공적으로 호흡을 유지시킨다. 호흡을 유지시키는 방법엔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우는 것과 인공 기도를 삽관하는 것이 있는데, 둘 다 위험요소가 있다. 얼굴에 마스크를 써서 호흡을 시킬 때에는 비만일수록 수면무호흡이 높아지는 이유와 같은 맥락에서 위험이 높아진다. 기도가 좁아질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인공 기도를 삽관할 때는 원래 기도를 잘 찾아야 하는데, 살이 많이 찌면 기도를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마취할 때 여러 약제를 쓰는데, 이 중 지방에 잘 달라붙는 성분이 있고, 이는 약효가 과도하게 오래 가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상학 교수는 “살이 찌면 폐활량이 적어지는데, 마취로 인한 수술이 끝난 후 숨이 덜 들어오면서 호흡곤란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PART 4 쉽게 빠지지 않는 살…건강 챙기며 효과적으로 다이어트하려면?
글 강재헌(인제의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교수)
‘TV 속 연예인을 보면 다들 날씬하고 근육질 몸을 가졌는데, 왜 나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곤 한다. 한편에서는 너무 마른 몸매에 기준을 맞추어 체중을 줄여가는 것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는 비만 역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건강상의 문제다. 그렇다면 체중은 얼마나 어떻게 빼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일까?
건강체중이란 체질량지수(BMI) 25kg/㎡ 이하로 적정체중을 유지하며, 총 지방에 대한 총 체지방량의 비율이 남성은 25% 이하, 여성은 30% 이하인 경우로 정의한다. 체중이 늘어나면 피하지방뿐 아니라 복부 내장지방량이 증가하면서 체내 인슐린 기능이 감소하게 된다.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는 인슐린 분비가 체내에서 늘어나면, 혈당이 상승하는 당뇨병이라는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혈압, 혈중 중성지방, LDL 콜레스테롤까지 높아진다. 반면에 동맥경화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아져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 혈관 관련 질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니,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 말할 수 있다.
식사일기 써서 식습관 개선하는 게 첫째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 운동·생활습관 개선, 약물요법의 3가지가 기본이다. 그중 가장 우선되는 것이 바로 잘못된 식습관 개선이다. 자신의 식습관 문제를 확인하려면 식사일기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관리의 첫걸음이 가계부 작성하기라면, 나의 체중 관리는 식사일기 작성이라고 보면 된다. 식사일기를 통해 평소 식사가 불규칙한지, 식사시간이 너무 늦지 않은지, 어디서 누구와 식사할 때 폭식하게 되는지 등을 확인해보면 식습관의 문제점을 바로 인지할 수 있다.
자신의 잘못된 식습관을 확인했다면, 이제 음식섭취량을 조절해보자. 하루 섭취해야 할 열량 중 500 kcal씩 덜 먹게 되면, 1주일이면 3500kcal, 이를 체중으로 환산하면 0.5kg에 해당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열량 500kcal만 줄여 먹어도 일주일에 0.5kg, 한 달이면 2kg의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 한 달에 2kg 감량이 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감소된 체중보다 더 살이 찔 수 있는 요요현상을 막는다. 건강에 무리 없는 다이어트로는 한 달에 2~3kg 감량이 적당하다.
복부비만의 경우 특히 간식, 야식, 술과 안주 등을 제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간식은 말 그대로 식사 사이에 출출함을 달래기 위함이나 자라나는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간식을 밥보다 더 중요하게 먹는 경우가 많다. 피자, 떡볶이, 햄버거 등 한 끼 식사 열량을 훌쩍 뛰어넘는 음식을 간식으로 먹고 또 밥을 먹으니 체중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성인의 경우 저녁에 술과 안주로 배를 채우는 경우가 빈번한데, 술의 알코올은 1g당 7kcal를 내는 영양가가 전혀 없는 ‘엠티 칼로리 푸드(Empty Calorie Food)’이고, 술과 함께 먹는 안주는 기름진 것이 많으니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식사량이 적어 배가 고플 것 같으면 걱정하지 말고 채소나 해조류로 배를 채워보자. 채소에는 다량의 수분과 섬유소가 함유되어 있어 포만감을 유지시켜준다. 또한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체중 감량이 더 원활하게 윤활유 역할을 해주니 꼭 섭취하기를 권장한다. 과일도 각종 영양소가 많아 건강에 좋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단맛이 나는 과일은 열량을 지니고 있으니 너무 많은 양의 섭취는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산소·무산소 운동 병행하고, 평소 많이 걸어야
식습관과 함께 평소 운동·생활습관을 확인해보면 좋다. 차를 많이 타고 다니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지, 승강기 사용빈도는 어떤지, 지난주를 돌아보니 운동한 기억이 전혀 없는지 등 자신의 생활습관을 먼저 체크해보아야 한다. 자가차량 대신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기, 계단 이용하기, 일주일에 30분 이상 운동하기 등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수정하면 된다. 특히 운동 같은 경우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종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의 선택도 중요하다. 치료받고 있는 질병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해서 운동 종목을 결정하는 것도 잊지 말자.
체중 감량을 위한 운동 시 주의할 것은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모두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줄넘기, 수영, 에어로빅 등의 유산소운동은 지방을 태우고 심장과 폐의 기능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령, 단거리 달리기 등의 무산소 운동은 지방 연소뿐 아니라 근육 양을 늘려 기초대사율을 높이는 장점이 있으니 잘 기억해두자.
고도비만은 약물이나 수술 치료도 방법
식습관을 수정하고, 운동량을 늘렸음에도 3개월 이상 체중 감량이 되지 않을 때 약물요법을 시작할 수 있다. 식욕 조절이나 체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약물요법이 있지만, 이때도 약물에만 의존하지 말고 생활습관 교정을 병행해야 한다.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바리아트릭 수술법(BariatricSurgery)을 시도할 수 있는데, 이는 위의 용적을 줄이는 장치를 체내 삽입하거나 위의 일부를 제거하거나, 작은 위 주머니를 만들고 이 주머니에서 하부 소장으로 우회로를 만들어 흡수장애를 유발하는 등의 방법이다. 이 시술은 미용 목적으로 사용해선 안 되고,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예상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시행되어야 하며, 수술로 인한 환자의 건강상 이익과 위험을 잘 판단한 후 결정해야 한다. 이 또한 수술 후 개인의 장기적 생활습관 교정은 필수다.
한편 소아비만의 경우 성인비만으로 이행될 확률이 80% 이상이다. 단순히 어려서 체중이 는 것이 성인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식습관 및 운동·생활습관이 함께 비만을 초래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올바른 식습관과 운동·생활습관의 확립은 평생의 건강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평생 다이어트를 숙제처럼 하고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식습관과 운동·생활습관을 바로 한다면, 다이어트는 숙제가 아닌 생활이 될 것이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소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서울대 의대 졸업후, 가정의학과 전문의와 스포츠의학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 대한가정의학회 정책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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