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사건 뒤 관광객 35% 줄어..주민들 "휴가철이 걱정"

김호 입력 2016. 6. 13. 01:20 수정 2016. 6.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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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반도 못 채워..주민들 한숨숙박업소 "객실 14개 중 6개만 나가"상인 "몇 명 잘못으로 섬 전체 피해"패키지 상품 묶인 홍도까지 불똥
12일 전남 신안군 흑산도 항구 앞에 어물전이 펼쳐졌지만 여교사 성폭행사건 여파 때문인지 관광객이 줄면서 찾는 발걸음이 끊겨 한산하다. [프리랜서 장정필]

일요일인 12일 낮 12시30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도 여객선 매표소 옆 식당가. 점심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는 관광객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식당 주인을 비롯한 이 섬 주민 3명이 저지른 여교사 성폭행사건이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진 이후 첫 주말 풍경은 이처럼 썰렁했다.

식당 주인들은 손님 없는 가게 식탁 의자에 멍한 표정으로 홀로 앉아 있거나 가게 앞에 나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기자가 성폭행사건 이후 손님이 얼마나 줄었는지 묻자 식당 주인 장모(여)씨는 굳은 표정으로 “여름휴가철인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하소연했다. 장씨는 “토요일부터 이틀간 단체손님 8명만 식사를 하고 갔다”며 “범죄를 저지른 일부 주민의 잘못으로 섬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생선과 전복 등 수산물을 판매하는 흑산도 항구 앞 어물전도 관광객의 발걸음이 평소 주말에 비해 뜸했다. 주민들이 파라솔을 펴고 장사에 나섰지만 구경하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상인들은 손님 대신 몰려든 파리를 나무 막대기로 쫓느라 바빴다.

관광객 이모(52·여·서울 거주)씨는 “오래전부터 지인들과 계획한 여행이라 갑자기 취소하기 곤란해 오긴 했지만 성폭행사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홍어로 유명한 흑산도가 여교사 성폭행사건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전남 지역 2219개 섬 중에서도 홍도와 함께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위험한 섬’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신안군 비금도·도초도를 거쳐 흑산도·홍도까지 향하는 쾌속선을 운항하는 2개 선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토요일이었던 지난 11일 흑산도를 찾은 관광객은 1300여 명에 그쳤다. 일주일 중 관광객이 가장 많은 토요일에 많게는 2000여 명이 흑산도를 찾았던 것과 비교해 700여 명이 줄었다. 동양고속훼리 관계자는 “최대 370여 명이 탈 수 있는 쾌속선이 잇따라 절반만 채워진 상태로 목포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주민 4400여 명이 거주하는 흑산도는 신안 지역 14개 읍·면 중 셋째로 인구가 많은 곳이다. 1981년 12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해마다 겨울철 4~5개월을 빼면 다도해의 비경을 보려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주민들은 어업과 관광업에 주로 종사한다.

하지만 흑산도 주민들과 목포해경 등에 따르면 이번 주말을 앞두고 500여 명의 관광객이 흑산도 방문을 취소했다. 흑산도 관광이 주로 1박2일 일정인 점에서 모텔·여관·민박집 등 60여 개 숙박업소도 타격을 받고 있다. 흑산도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평소에는 예약이 밀려 방이 부족할 정도인데 토요일에는 전체 14개 객실 중 6개에만 손님이 찼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① “성폭행 피해 여교사와 국민께 사과” 머리 숙인 신안 주민들
②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 둘러싼 괴담과 진실은?
흑산도에서 쾌속선으로 30분 거리인 홍도에까지 이번 사건의 불똥이 튀고 있다. 대다수 관광객이 흑산도와 홍도를 묶어 여행하는데 흑산도 여행을 취소하면서 홍도까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줄어든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흑산도 주민들은 “용서할 수 없는 성폭행범들에게 엄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한 70대 주민은 “주민은 물론 외지에 나간 자식들도 ‘흑산도 출신’이라고 말을 못 꺼낼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며 “다시 아름답고 안전한 섬을 만들 테니 흑산도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는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흑산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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