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전거 타는 덴마크 국회의원이 부럽다고요?

김유리 기자 2016. 6.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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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 덴마크 한국 단순 비교로 정치 혐오 조장했다는 지적 나와

[미디어오늘 김유리 기자]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덴마크 국회의원과 한국의 국회의원을 단순비교한 KBS 뉴스가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로 꼽히고 있다.

KBS 뉴스9는 지난 9일 “‘자전거 출퇴근’…덴마크 국회 ‘특권 거부’”와 “어딜 가도 VIP…‘국회의원 의전 과도’” 리포트를 잇따라 보도했다.

KBS는 앞선 기사에서 “한 남성이 가방을 둘러메고 자전거로 출근길에 나선다”며 모튼 웨스터고우 사회자유당 의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KBS에 따르면 지난해 당선된 초선 의원인 그는 20분을 달려 덴마트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일반 국민처럼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 한다.

▲ KBS 뉴스9. 지난 9일자 방송 화면 갈무리.


국회 주차장에 고급 대형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덴마크 국회의원 179명이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면서도 좁은 비서실에 의원 2명 당 비서가 1명이 배치된다고 소개했다.

사무실 가구도 자비로 구입하며 의정활동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휴가 기간과 대신 일할 의원을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하는 국회, 덴마크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이유”라고 리포트를 끝맺었다.

한국 의회를 다룬 리포트에서는 의원이 보좌진과 달리 국회 본회의장 의원 전용 통로로 입장하는 것, “권위와 부를 상징하는 검은색 대형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 “길게 줄을 서는 일반 승객과 달리 항공기 출발 30분 전에만 공항에 도착해도 탑승 가능”한 것 등을 특권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단편적인 비교가 오히려 한국 국회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덴마크 국회의원 수는 한국 국회의원 300명에 비해 적다. 덴마크 인구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인구 3만명 당 의원을 1명씩 선출하지만 한국은 국회의원 1명이 최소 14만명 최대 28만명을 대표한다.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다.

▲ KBS 뉴스9. 지난 9일자 방송 화면 갈무리.


또한 덴마크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의원을 선출한다. 정원 179명 중 175명을 본토에서 뽑되 135명은 10개 대선거구에서 선출한다. 나머지 40명은 정당별 득표와 의석을 고려해 비례대표 방식으로 선출한다. 대신 별도의 비례대표 명단을 두지 않고 지역구 선거에서 탈락한 정치인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179명 중 4명은 그린란드와 페로제도에서 각각 2인씩 선출한다. 단 농촌 같은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은 면적을 고려해 의석수를 배정, 2석을 보장해준다. 한국이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데 따라 농촌을 대변하는 의원 수가 적어지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차이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덴마크는 내각제 국가로 의회가 정부를 구성한다”며 “당연히 국책 연구소는 의회 산하에 있고 당 정책 연구소가 정책을 생산해 비서 0.5명으로도 충분하다”고 적었다.

반면 한국은 권력분립형 대통령제 국가로 모든 정책 기관이 행정부에 집중돼 있고 국회의 정책보좌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국회 입법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 설립한 국회입법조사처는 2015년 발간한 2014년 연차보고서에서 조사 인원 97명(총 정원 119명)이 한 해 동안 6000여건 이상의 입법 조사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행정부 감시·견제라는 국회와 공통 목표를 추구하는 감사원마저 독립적 헌법기관이지만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배정돼 때때로 논란이 인다. 또한 입법권과 예산편성권 마저 행정부가 가진 행정부 비대화 속에서 의원이 비서 0.5명으로 행정부를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 국회의원의 가장 큰 특권으로 일컬어지는 세비는 월평균 1100만원이다. 덴마크 의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의원 기본급은 한국 돈으로 944만원 가량(12일 환율 1DKK=177.52원 기준)이다.

여기에 덴마크에 거주하는 의원에게 비과세로 주어지는 비용보조는 매월 89만원 가량, 그린란드와 페로 제도에서 선출된 의원에게는 119만원 가량을 추가로 지급해 비용을 보조해준다. 이를 고려하면 덴마크 의원의 기본급은 한화로 1033만~1063만원 가량이다. 한국 의원들의 세비와 비슷한 수준이고 덴마크에서도 일반인의 월급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북유럽권의 정치 문화나 정치 수준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각각 정치제도와 인구 등 배경을 뺀 맹목적인 타국의 정치제도 추종은 국내 정치에 대한 혐오만을 일으킬 뿐이라는 비판이다.

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보좌관은 “국회 보좌진 입장으로서는 아프게 들어야 하는 게 맞겠지만 국회의원 숫자가 많다고 하면서 국회의원 권력이 비대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혐오만 하고 있기에 정치는 너무나 중요하다”며 “혐오를 부추겨 클릭수를 올리는 게 회사 재정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나라 발전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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