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반기문 비난 공정하지 않아..그도 방법이 없었다"
사우디 인권침해국 삭제에 潘옹호론…유엔내 '이해충돌·위선' 비판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유엔 재정지원 중단' 압력을 받고 사우디 주도의 국제동맹군을 유엔 아동인권침해국 명단에서 삭제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옹호하는 사설을 썼다.
이 신문은 11일(현지시간) '반기문의 빛 안 나는 자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우디에 굴복했다며 반 총장을 비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그로서도 방법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감이라면 사우디가 반 총장을 그런 고약한 처지로 내몰았다는 것"이라며 유엔 내부의 모순과 회원국들의 이해충돌을 비판했다.
유엔은 최근 '무장분쟁지에서의 어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 주도의 국제동맹군이 지난해 1천953명의 예멘 아동·청소년을 살상한 책임이 있다고 지목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반발하자 '블랙리스트'에서 국제동맹군을 한시 삭제했고 국제인권단체들은 일제히 반 총장을 비난했다. 반 총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사우디로부터 '유엔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 압력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NYT의 사설은 "반 총장이 사우디의 압력에 굴복한 것은 괴롭기는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놀라운 것은 반 총장이 이를 공개하고 (사우디의) 압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설은 사우디가 수많은 예멘 아동을 살상한 국제동맹군을 지원한데 이어, 재정지원 카드로 반 총장을 위협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두 번 거론이 됐다면서 "반 총장이 그렇게 한 것은 옳다"는 견해를 보였다.
사설은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이 인권 문제에서 위선적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라면서, 인권침해로 비난받는 국가들이 돌아가며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을 맡는 것을 지적했다. 사우디도 현재 인권이사회 이사국이다.
사설은 그런데도 "유엔은 전 세계 국가들이 어우러지고, 만나고, 산하기관을 통해 어린이 구호, 세계유산 보호, 평화유지활동 등을 하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어린 시절 유니세프가 제공한 책으로 공부한 반 총장으로서는 어린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국가의 명단공개를 훨씬 선호했을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 남수단, 시리아에서의 유엔 인도적 활동에 대한 사우디의 재정지원이 끊어졌다면, 반 총장의 말대로, 수백만 어린이들이 더욱 극심한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유엔의 복잡한 상황과 이해충돌이 '도덕 지상주의(moral absolutism)'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quinte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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