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대 해외 수학여행..추억 대신 '상처'

김종원 기자 입력 2016. 6. 11. 20:45 수정 2016. 6. 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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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고등학교가 얼마 전 2학년 학부모들에게 발송한 가정통신문입니다. 수학여행 계획이 적혀 있는데, 캄보디아, 중국, 백두산 등 모두 해외 여행입니다. 그런데 경비가 100만 원을 훌쩍 넘다 보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학창시절 추억조차 돈이 없으면 함께하지 못하는 현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8월에 수학여행을 떠나는 서울 한 고등학교의 일정표입니다.

3박 5일 일정의 캄보디아, 첫날 밤에 도착해서 둘째 날은 관광, 셋째 날은 봉사활동을 합니다.

넷째 날 현지 학교 등을 방문했다가 귀국하는 일정인데, 비용은 122만 원입니다.

역시 환경정리 같은 봉사활동이 포함된 백두산 일정은 124만 원, 그나마 싸다는 중국 서안과 상해 역시 100만 원 정도 합니다.

국내 여행지는 아예 선택지에 없어서 학부모에겐 비용이 큰 부담입니다.

[학부모 :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담스럽잖아요. 다들 허리띠 졸라매고 애들 학원비니 뭐니 이런 것 때문에도 힘든데. 이렇게 비싼 비용을 들 여가면서 굳이 거기(해외)를 가야 할 필요가 있느냐.]

이 학교는 전체 360명 넘는 학생 가운데 100 명 정도가 올해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데, 상당수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입니다.

[학생/8월 수학여행 참가 :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아니면 한부모 가정 (아이 중에 못 가는 친구가 있어요). (수학여행 못 가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습을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 아이들에겐 수학여행은 추억이 아닌 상처가 됩니다.

[수학여행 참가 못하는 학생 : (학생은 수학여행 가세요?) 저는 못 가죠. 비싸서. 부모님께 눈치도 보이고 그래서 먼저 안 간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도 끝내 아쉬움은 남습니다.

[국내가 좋죠. 국내가 더 저렴하고 (같이 갈 수 있으니까요). 저 친구들 중에서는 저만 안가는 건데.]

수학여행을 가는 아이들도 괜히 미안합니다.

[(같이 가면 좋을 텐데.) 나도 좋을 것 같아, 같이 가면.]

외국으로 수학여행 가는 학교는 매년 늘고 있는 상황, 지난해 한 고등학교는 450만 원짜리 미국 수학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이렇게 고가의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의 평균 경비가 저렴한 국내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보다 60배나 더 비쌌습니다.

[최은순/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 : 수학여행이 교육의 연장이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갈 수 있는 그런 보편적인 기준을 정해서 수학여행지를 골라야 합니다.]

하지만 계속된 논란에도 교육 당국은 일선 학교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준호, 이준영)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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