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돈 때문에..사패산 살해 피의자 성폭행혐의도 집중 추궁
피의자 "그냥 산에 갔다가 혼자 온 여성 등산객 노려"
경찰 "시신 상태 미뤄 성폭행 시도 가능성 배제 못해"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경기도 의정부시 사패산 50대 여성 등산객 살해 피의자의 범행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돈을 빼앗으려고 혼자 산에 온 여성을 노린 것으로 파악하고, 시신 상태 등으로 미뤄 성폭행 시도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 상당한 생활고에 돈 뺏으려 범행
11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정모(45·무직)씨는 지난 10일 오후 10시 55분께 경찰에 전화해 "사패산 여성 등산객을 살해했다"고 자수했다.
등산객 정모(55·여)씨는 지난 7일 오후 친척 동생과 함께 사패산에 가려다 갑자기 동생에게 일이 생겨 혼자 산행에 나섰다.
이 무렵 피의자 정씨도 사패산에 올랐고 등산로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돗자리를 펴고 혼자 있던 등산객 정씨를 발견하고 돈을 뺏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곧이어 등산객 정씨를 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지갑을 들고 달아났다.
그러나 지갑 안에 있던 현금은 고작 1만5천원 뿐이었다.
피의자 정씨는 달아나면서 현금만 챙겼다. 신용카드와 도서관 카드가 든 지갑은 피해 여성의 신분이 알려질 것이 두려워 범행 현장에서 200m가량 내려와 미끄럼방지용 멍석 밑에 감췄다.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 정씨는 "(범행 당일) 그냥 산에 올라갔고 피해 여성은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특별한 직업 없이 반 노숙생활을 하며 공사장을 전전하던 피의자는 최근 들어 일거리가 없어 상당한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진술대로라면 돈이 없어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얼마전 수락산 살인 피의자 역시 돈 때문에 60대 여성 등산객을 흉기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피의자 정씨가 범행을 사전 계획해 사패산 등산객을 노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피의자 정씨가 수락산 살인사건을 접한 뒤 범행 장소로 사패산으로 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 수사망 좁히는 언론보도 보고 자수
피의자 정씨는 범행 3일 만인 지난 10일 밤 경찰에 자수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검거돼 의정부경찰서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언론보도를 보고 좁혀오는 수사망에 압박을 느껴 자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등산객 정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난 8일 오전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모 여러 가닥과 신발 자국을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으로 음모의 DNA 분석을 의뢰, 11일 오후 남성의 DNA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경찰은 시신과 범행 현장에 자국을 남긴 신발의 상표를 확인, 등산로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며 해당 상표의 신발을 신은 등산객을 찾는 데 주력했다.
결국 피의자 정씨는 압박을 느껴 자수를 결심했고 경찰과의 전화통화에서 "죽고 싶다. 산책하는 여자를 보니 그때 생각이 난다.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한 심리를 드러냈다.
피의자 정씨는 돈이 필요해 단지 지갑만 뺏었다고 진술하며 성폭행 시도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당시 시신의 상·하의가 반쯤 벗겨져 있었고 유독 드러난 맨살 부분은 모자와 가방으로 가려져 있었다.
시신과 주변에는 피의자 정씨의 음모도 발견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성폭행 시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이 부분을 살피고 있다. 일단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도 성폭행 시도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성폭행 시도를 부인하고 있지만 정황 증거들이 있어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밝혔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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