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가 가능하려면
[한겨레] [토요판] 별
‘지구 탈출’ 기술
▶ 영화 <인터스텔라>는 인류의 새로운 이주지를 찾기 위한 우주여행이 줄거리다. 영화는 언제 현실이 될까? 지금 인류의 로켓 기술로는 화성까지는 8개월, 생명이 있을지도 모르는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까지는 수년, 태양계 바깥의 다른 별(항성)에 도달하려면 몇만년이나 걸린다. 이제 태양빛의 압력으로 추진하는 우주 돛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고, 나사에서는 에스에프 영화에나 등장하던 워프, 즉 초광속 공간 점프의 가능성까지도 시험하고 있다. 행성 간 여행을 뜻하는 ‘인터스텔라’의 오랜 꿈과 가능성을 따져봤다.
오래전, 우주는 천국과 동의어였다. 서양인들은 해와 달, 별이 떠 있는 머리 위 하늘을 ‘헤븐’(Heaven)이라 부르며 경외했고, 동양에서도 인간이 살고 있는 지상과 구별되는 초월적인 세상으로 하늘 위 천상을 그렸다. 눈에 잡힐 듯 보이면서도 다가갈 수 없게끔 언제나 머리 위에 떠 있던 저 하늘과 별들은 인간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지만, 한편으로 어떻게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꿈이 싹튼 것은 그만큼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시절 사람들이 생각한 우주는 현대 천문학이 밝혀낸 거대한 시공간이 아니라 그저 대지를 둘러싼 지붕인 천구와 거기 붙어 움직이는 빛나는 것들일 뿐이었다.
그리스의 유명한 이카로스 신화는 큼지막한 날개를 다는 것만으로 태양 가까이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여긴 고대인들의 소박한 우주관을 보여준다. 그들도 하늘에 붙은 별과 행성의 주기적인 운행에 대해서는 긴 세월 동안 놀라울 정도의 정밀한 관측을 했다. 하지만 별이나 행성의 정체나 크기, 그곳까지의 거리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얻어낼 방법은 없었다. 케플러와 갈릴레오, 뉴턴 등에 의해 별의 운행을 포함한 운동의 일반적인 법칙이 수립된 것은, 긴 시간이 흐르고 망원경의 발명을 통해 훨씬 면밀한 관측이 가능해지고 나서다.
SF 소설이 상상했던 ‘달 대포’처럼
러시아 과학자, 로켓 기본공식 발표
연료폭발 내연기관과 동일한 원리
현대 로켓은 산화제 함께 싣고가야
큰 덩치와 엄청난 무게 불가피해
시속 4만km의 탈출속도로 돼야
지구 중력 밧줄 끊고 우주행 가능
큰 엔진과 여러 단의 로켓이 필요
화성까지 8개월 걸리는 기존 로켓
초광속 공간 점프 가능성 시험돼
우주 대포 사용한 달 여행 아이디어
이런 과정 속에서 인류는 두꺼운 대기로 덮인 지구의 하늘과 그 너머의 우주 공간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이카로스의 허망한 날갯짓 후 2000여년이 지난 1865년, 공상과학(SF) 소설의 아버지인 쥘 베른은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를 통해 우주 대포를 사용한 달 여행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대기가 없는 우주 공간을 뚫고 지나가기 위해서는 이쪽이 날개보다 훨씬 현실성 있는 발상이라는 점, 두말할 필요 없다.
당시의 일부 과학자와 기술자들도 이 제안이 가진 의미를 알아챘고 1920년대에 독일 우주여행협회는 실제로 이런 목적의 대포를 설계하기도 했다. 계산에 따르면 달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길이 900미터에 이르는 대포를 공기저항이 적은 해발 5000미터 고산지역에 설치해야 했는데, 이런 구조물의 제작 자체도 불가능에 가깝지만, 설령 만들었다 한들 실제로 작동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이 대포의 아이디어를 계승하면서도 훨씬 효과적으로 물체를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릴 방법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생소했던 로켓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대포가 밀폐된 포 구조 안에서 화약을 터트려 그 폭발 한 번의 압력을 추진력으로 바꿔 탄을 쏘아 보내는 반면, 로켓은 화약이 포가 아닌 탄 자체에 붙어 있기 때문에 비행을 위한 추진력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포탄은 다른 것에 의해 쏘아 보내지지만 로켓은 자기 힘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사실 이런 점은 추진력을 얻는 동력의 힘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그리 중요한 차이는 아니었다. 로켓이 포탄보다 그리 멀리 날아가지도 않았거니와 막상 추진력과 방향을 통제하기도 힘들었고, 복잡한 구조로 비용도 포탄에 비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 다량의 화석연료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공학적 정밀성이 높아지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물체를 최소 수십 킬로미터 상공의 우주로 보내거나 수백 킬로미터 먼 곳으로 날려 보내는 데는 로켓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그래서, 쥘 베른의 달 대포가 선보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세기 말에 러시아의 과학자 치올콥스키는 이미 로켓의 기본 원리가 되는 공식을 발표했다. 이 공식은 분사 가스의 속도와, 엔진과 연료의 질량비에 따른 로켓의 바탕이 되는 역학을 방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나아가 그는 이론에서 멈추지 않고 1903년에는 액체 수소와 산소를 사용하는 우주 로켓의 설계도까지 직접 만들었다. 1903년이면 라이트 형제가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최초의 비행기를 띄웠던 해이니, 치올콥스키가 이 방면에서 얼마나 앞선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이렇게 현대적인 로켓 이론이 비교적 일찍 등장한 것은 그 기본 원리 자체가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료를 조금씩 폭발시켜 힘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내연기관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내연기관은 밀폐된 실린더 내부에서 연료의 폭발이 이뤄지면 이때 만들어진 가스가 피스톤을 밀어내 바퀴를 돌리는 것이고, 로켓은 폭발 가스 자체를 열린 뒤쪽으로 뿜어내 직접적인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일반 여객기의 제트엔진이 바로 이와 같은 원리인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신기전도 지금 관점에서는 제트엔진에 가깝다.
3명 달 보내는 로켓 무게만 3000톤
이들과 구별되는 현대적인 로켓의 결정적인 특징은 공기가 희박한 고공이나 우주 공간에서 비행하기 위해 산소가 든 산화제를 함께 싣고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로켓의 무게 대부분은 태워서 힘을 내는 화석연료와 거기 불을 붙이기 위한 산화제가 차지하고, 고층 건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덩치가 필요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얼마나 크냐 하면, 고작 인간 3명을 달에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새턴 브이 로켓의 전체 높이는 110미터, 무게는 3000톤 이상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1단 로켓의 출력은 물경 1억6000만 마력에 달했다. 이러니 옛사람들이 만약 관측을 통해 달의 실체와 달까지의 거리를 알아냈었다 한들 감히 가려는 엄두를 낼 수는 없었을 거다. 지금도 사용되는 마력(말 한 마리가 내는 힘)이라는 개념 자체가 과거 인류가 쓰던 동력의 크기가 얼마나 작았는지 잘 보여주니 말이다. 우주여행은 고사하고, 절대온도 개념을 정립한 윌리엄 켈빈 등 주류 학자들은 라이트 형제의 비행 직전까지도 공기보다 무거운 것은 결코 하늘을 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비행기 날개의 양력에 적용될 수 있는 베르누이 정리가 이미 오래전에 알려졌었던 만큼, 이런 주장은 아마 비행기를 띄울 정도로 강한 동력을 소형화해서 탑재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기초했을 거다.
하지만 궁금하다. 우주로 나가기 위해서는 정녕 이렇게 큰 힘과 빠른 속도가 필요한 걸까? 공기가 없으니 이카로스의 날갯짓으로는 안 되더라도, 적당한 속도로 조금씩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대기권을 벗어나고, 이어 달이나 화성으로도 갈 수 있는 것 아니냔 말이다. 에스에프 영화나 만화에서 표현되는 우주여행의 모습은 대개 이런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된다. 이유는 지구의 중력이 주변의 모든 물체를 끌어당길 뿐 아니라 밧줄처럼 묶고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늘에 높이 올라가려 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100킬로미터 상공에 잠깐 도달하기 위한 버진 갤럭틱의 관광용 우주선은 작아도 되지만 그보다 높은 위성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더 큰 엔진이 필요한 거다. 나아가 궤도의 굴레를 벗고 달이나 화성 혹은 그 너머의 넓은 우주로 가려면 이제 지구 중력의 밧줄을 끊고 나갈 힘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속도를 탈출속도라고 하는데 대략 시속 4만킬로미터, 즉 한 시간에 지구 적도 둘레를 한 바퀴 돌 만큼의 빠른 속도다. 이 속도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직진해도 지구 표면의 곡선을 따라 회전할 뿐 그 바깥으로는 나갈 수 없다.
이 탈출속도는 음속의 30배가 넘기 때문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단은 새턴 브이처럼 강력한 엔진은 기본이고, 그다음에는 이를 통해 얻어낸 속도에 새로운 속도를 더하기 위해 여러 단의 로켓이 필요하다. 티브이의 로켓 발사 영상에서 거대한 1단 로켓이 발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버려지는 것은 2단 로켓을 점화시켜 다시 가속해서 위성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다. 아폴로 우주선의 경우 이렇게 지구 저궤도에 오른 다음 3단을 다시 점화해서 ‘지구 중력의 밧줄’을 끊는다. 인류는 이 3단 방식의 로켓을 써서 사람을 달에 보냈고, 또 무인탐사선을 금성과 화성, 목성, 토성, 명왕성과 그 너머까지 보내면서 그 효용을 입증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정말 멀리 가려 하거나 자주 움직여 다니려면 이제 이 틀에서 벗어나야 할지도 모른다. 3단 로켓이 가지고 있는 여러 한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에너지와 물자의 효율이 지극히 떨어진다. 일례로 가장 크고 비싼 1단 로켓은 단 한 번만 사용되고 버려져왔다. 1억6000만 마력의 엔진을 단 2분30초 동안만 사용하고 그냥 버리는 것이다. 이 낭비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지만 실용화되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서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가 1단 로켓을 바다 위의 바지선으로 수직 착륙시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 효율이나 엔진 성능 자체에 영향을 주는 개선은 아니지만 이렇게 주요 부분을 재활용함으로써 전체 발사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속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인류의 로켓 기술로는 화성까지는 8개월, 생명이 있을지도 모르는 목성이나 토성의 위성까지는 수년, 태양계 바깥의 다른 별(항성)에 도달하려면 몇만년이나 걸린다. 이래서는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은 지구 주변의 좁은 지역을 넘어설 수 없다. 이 문제는 연료를 태워 추진력을 얻는 기존의 로켓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호킹, 나노 우주선 쏘아보내자 제안
그래서 이제 태양빛의 압력으로 추진하는 우주 돛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고, 나사에서는 에스에프 영화에나 등장하던 워프, 즉 초광속 공간 점프의 가능성까지도 시험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상에서 레이저를 쏘아 가속해서 4.3광년 떨어진 알파 켄타우리까지 작은 나노 우주선을 떼지어 쏘아 보내자는 과감한 제안을 펼치기도 했다. 이 레이저 추진 방식으로는 화성까지는 단 3일, 알파 켄타우리까지도 20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제안이나 이론, 기술이 현실에서 어디까지 실현 가능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인류가 도달하고자 하는 세상을 점점 넓히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과 말발굽이 닿는 땅에서만 살아가던 시절에서 지금은 대양을 지나 하늘을 넘어 광활한 무한대의 우주 공간을 향한다. 그 모든 모험과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일컬어지던 때처럼,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어려움도 결국은 해결되어갈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미 천상에 조금씩 도달하고 있다. 비록 그곳이 신들이 사는 낙원은 아닐망정.
파토 원종우, <태양계 연대기> 저자·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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