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 '굿바이싱글' 김혜수가 하면 진상도 호감이 된다

조지영 2016. 6. 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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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레드카펫에서 어린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입술 보톡스를 맞는 과감함, 아들뻘 되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꿈꾸는 무모함, 내 편을 만들기 위해 아이를 갖겠다는 황당함. 이 모두를 갖춘 지상 최고의 진상 스타이지만 그럼에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바로 '천의 얼굴' 김혜수 때문이다.

올해 초 방송됐던 tvN 드라마 '시그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 김혜수는 휴먼 코미디 영화 '굿바이 싱글'(김태곤 감독,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작)로 다시 한번 관객을 찾는다.

'굿바이 싱글'은 독거 싱글로 살아가는 톱스타 주연이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지는 임신 스캔들을 그린 작품. 김혜수의 소속사인 호두엔터테인먼트가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이자 김혜수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코믹 연기로 기대를 모은 '굿바이 싱글'은 지난 9일 진행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인생 수사물'로 불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과시했던 '시그널'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걸크러쉬' 형사 차수현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김혜수는 '굿바이 싱글'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역대급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 주연으로 변신, 눈을 의심할 만큼 충격의 반전을 안겼다.

김혜수
김혜수가 연기한 주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배우 중 하나였지만 온갖 찌라시와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인기 하락세를 맞게 되는 인물이다.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아들뻘 되는 연하 배우마저 젊은 여대생과 바람이 나며 공개적 배신을 당하자 인생에 큰 회의를 느끼게 된 주연은 진정한, 영원한 내 편을 만들기 결심하고 곧바로 임신 계획을 세우지만 이 또한 안타까운 사연(?)으로 쉽지 않게 됐다. 이렇듯 위기에 봉착한 주연은 16세 나이로 덜컥 임신하게 된 단지(김현수)를 우연히 만나게 됐고 단지와 새로운 임신 스캔들을 벌인다.

김혜수는 그야말로 뇌가 순수한, 철딱서니 없는 진상 톱스타를 코믹하게 풀어내 눈길을 끈다. 보톡스 때문에 흉하게 부푼 입술로 첫 등장한 그 순간부터 짝사랑하던 아나운서 민호(이성민)에게 무식을 자랑하는 모습까지 역대급 망가짐을 선보이는 김혜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비글미'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 주연을 위협하는 또 다른 톱스타 역의 이미도와 리딩현장에서 펼치는 날 선 신경전도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명품 몸매를 원 없이 드러내는 화려한 의상 또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 올해 46세임에도 여전히 완벽한 콜라병 몸매를 유지 중인 그는 20대 기죽이는 외모를 119분 내내 과시한다.

김혜수-마동석-서현진
'굿바이 싱글'은 그간의 이미지를 모두 내려놓은 김혜수의 원맨쇼도 원맨쇼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시선을 강탈하는 조연들의 활약 또한 상당했다. 일단 주연과 20년 지기 친구이자 주연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스타일리스트 평구 역을 맡은 마동석은 형형색색 의상으로 한 번, 속 깊은 의리로 두 번 감탄을 자아낸다. 분명 주연의 스타일리스트 평구이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스타일보다 사고 뒤처리 수습을 더 많이 하는 모습으로 시종일관 폭소를 터트리는 마동석. '마블리(마동석+러블리)' '마요미(마동석+귀요미)'는 그냥 불리는 게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마동석과 더불어 신을 훔치는 또 한 명의 명품 '신스틸러' 안재홍도 일당백 활약한다. '족구왕'(14, 우문기 감독) 제작자였던 김태곤 감독은 '족구왕'에서 인연을 맺은 안재홍에게 '굿바이 싱글' 카메오를 부탁, 안재홍 역시 흔쾌히 응하며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긴다. 안재홍은 '굿바이 싱글'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등장하는데 주연과 단지의 임신 스캔들을 알고 극구 반대하지만 끝내 주연의 부탁을 들어주며 단지의 건강을 챙기는 의리남으로 깜짝 등장한다. 단지와 그 아이를 걱정하는 건 좋지만 의사보다 더 극성으로 참견하는 주연을 향해 "오지마!"라고 악다구니 지르는 안재홍의 모습에 넋 놓고 웃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것.

김혜수와 티격태격 워맨스(Womance)를 펼치는 아역 김현수 또한 '굿바이 싱글'에서 큰 축을 담당하며 열연을 펼친다. 주연에게 살갑게 굴지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 그를 믿고 의지하는 단지는 후반부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며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든다. 16세 소녀의 담백하고 영특한 연기력이 신의 한 수로 작용한 '굿바이 싱글'이다. 이 밖에도 tvN '또 오해영'으로 '대세 스타'가 된 서현진, 하정우를 위협할 '먹방'을 선보인 황미영 등 완벽한 앙상블을 이뤘다.

굿바이 싱글
기획부터 크랭크업까지 7년에 걸쳐 만든 '굿바이 싱글'은 세기에 남을 명작은 아니지만 적절한 웃음과 감동을 버무리는 데 성공, 휴먼 코미디로서 제값을 해냈다. '곡성'(나홍진 감독) '아가씨'(박찬욱 감독) 등 강렬하고 자극적인 장르물이 극장가를 초토화한 가운데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김혜수의 '굿바이 싱글'. 소박하지만 따뜻한 김혜수표 휴먼 코미디가 극장가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김혜수, 마동석, 김현수, 김용건, 서현진, 곽시양 등이 가세한 '굿바이 싱글'은 '족구왕' 각본과 기획, 제작을 맡은 김태곤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오는 29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굿바이 싱글' 스틸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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