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안성맞춤', '바우덕이 恨' 서린 안성시

2016. 6. 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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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면적 70% 산림, 개발 늦어 충청도 사투리 쓰는 곳 지방도 따라 구불구불 찾아가면 스토리 켜켜이 쌓여 있어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77호 김수영(사진 오른쪽)씨가 장남 범진(43)씨에게 유기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전체 면적 70% 산림, 개발 늦어 충청도 사투리 쓰는 곳

지방도 따라 구불구불 찾아가면 스토리 켜켜이 쌓여 있어

(안성=연합뉴스) 김종식 기자 = 안성맞춤의 도시, 바우덕이의 한(恨)이 서린 곳, 어사 박문수가 장원급제에 앞서 기도드린 장소, 김대건 신부의 시신 안장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철도가 없는 곳. 바로 경기도 안성시다.

전체 면적의 70%가 산림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경기도이지만 개발이 늦어 아직도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지역이다. 공기 맑고 산림이 잘 보존된 고장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서쪽과 동쪽 경계 끝을 스쳐 가고 있으며, 국도 38호선과 평택∼제천 고속도로가 동서를 연결하는 동맥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제2 경부고속도로로 불리는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가 안성 도심 인근을 지나는 것으로 계획돼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이유 등으로 2015년 12월 2일 KB국민은행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안성시 집값 상승률이 23.51%로 전국 2위를 차지하는 등 전국 적인 투자처로 뜨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본격 개발이 안 돼 지역 곳곳에서 안성맞춤 유기공장의 대를 이어가는 장인 정신과 남사당 놀이패의 바우덕이 한을 느낄 수 있다.

안성시는 과거가 잘 보존되어 있으나 관광객이 많지 않아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흠이다.

생각을 바꾼다면 큰 매력일 수도 있다.

구불구불 지방도를 따라 찾아가 보면 스토리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과거를 접할 수 있고, 관광객이 많지 않아 나물을 캐거나 들판에 가족과 단란하게 둘러앉아 식사를 즐기는 여유를 맛볼 수도 있다.

요즘 농번기를 맞아 새참을 먹는 인심 좋은 농민들에게 막걸리 한잔을 얻어 마시며 옛이야기를 듣는 것은 보너스다.

안성시청 강광원 공보팀장은 "안성은 경기도의 남단 지역으로 충남 천안과 충북 진천, 음성과 경계를 이뤄 충청도 사투리가 많이 남아있는 지역"이라며 "경치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안성맞춤 도시"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성맞춤 유래 '안성 유기'

안성맞춤은 조선 시대 궁중 진상품인 '안성 유기'에서 나온 말이다.

조선 시대에 안성은 교통이 발달해 삼남지방과 중앙을 연결하는 거점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아산만 상류인 안성천을 끼고 안성장이 발달했다.

안성장에는 타지 물품이 모였으며, 안성 산물이 전국으로 유통되는 역할도 했다.

물화가 서울로 이송되는 길목에 위치해 서울보다 두 가지 물건이 더 많다고 할 정도로 안성장이 번성했다.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유명했던 '안성 유기'는 당시 20여 개 공방이 성업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차츰 사라져 현재는 4개 정도만 남아있다.

유기장 보유자 김수영(68·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77호)씨는 아버지에게 배워 아들 3명으로 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보개면에 1만여㎡ 규모의 '안성맞춤 유기공장'에서 주물과 방짜유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안성 시내 중심가에 전시관과 판매장, 박물관 등을 소유하고 있다.

작업장은 공개되지 않지만 찾아가서 보겠다는 데는 말리지 않는다. 다만 높은 온도 속에 진행되는 작업이라서 먼 곳에서 지켜보는게 좋다.

장남 범진(43)씨는 "안성맞춤 유기가 조금 비싼 이유는 재료비와 인건비가 비싼 데다 불량률이 높기 때문으로, 밥그릇 하나도 수십 가지의 비법과 엄청난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며 "작업장을 꼭 보고 싶은 관광객이 사전에 연락한다면 관람이 가능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안성유기 제작 체험은 안성시 무형문화재 2호 이종문(50) 유기장이 운영하는 '叡祉(예지)'(www.anseongyuki.com)에서 올 하반기 부터 가능하다.

2천200여㎡에 갤러리와 공방·체험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관광객이 3∼5시간 정도 시간을 낸다면 조선 시대 상평통보(엽전)와 마패 등을 제작해서 가져갈 수 있다. 비용은 1인당 1∼2만 원 선.

관심이 없는 가족은 경치 좋은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기며 식당에서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안성 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78대22 비율로 섞어 녹여 만든다. 구리 함량이 낮으면 품질이 나빠지고, 너무 많으면 견고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성시는 2002년 8월 대덕면 서동대로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진입로에 '안성맞춤 박물관'을 개관, 사라져 가는 안성맞춤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있다.

◇천주교 '미리내', '죽산' 성지…'신앙 증거의 땅'

'미리내' 하면 한국천주교회 역사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미리내 성지(양성면 미산리)는 한국 최초의 방인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묘소와 이윤일 요한 성인의 묘소 유지(遺址), 그리고 '16위 무명순교자의 묘역'이 있는 성지이다.

교회사적인 면에서 박해시대부터 교우들이 모여 살며 신앙의 터전으로 가꾼 곳이다. 1846년 10월 순교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시신이 이곳에 안장되면서 순교 사적지가 됐다.

천주교 103위 성인 시성을 기념하려고 세운 웅장한 성당이 있다. 성지로 가는 길은 입구부터 왕복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한적하다. 미리내 저수지를 끼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미리내성지에 도착하면 웅장한 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차장도 넓고 주변을 산책하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진입로 주변에는 유명 탤런트와 방송작가 별장이 있으며, 카페도 운영 중이다. 미사는 평일(월∼토요일)은 오전 11시 30분에, 주일(일요일)은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열린다.

죽산성지(일죽면 죽림리)는 중부고속도로 일죽 나들목에서 2㎞ 내외에 위치, 접근성이 편하면서 주변에 인적이 드물어 고요하다.

이곳에서는 1866년 병인박해부터 1871년 신미양요 때까지 24명이 피를 흘리며 신앙을 증거하고 하느님께 목숨을 바쳤다. 그래서 신앙 증거의 땅 죽산 순교성지로 불린다.

순교자 묘역과 십자가의 길, 성당, 사제관, 만남의 장소, 주차장 등을 갖추고 있어 신자가 아니더라도 하루 조용한 곳에서 쉬어 가는데 안성맞춤이다.

순교자 묘역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 높이 2.1m, 둘레 10.4m 크기의 흔들바위가 유명하다. 성인 한 명이 바위에 힘을 주어 밀면 20∼30㎝까지 흔들흔들한다.

흔들바위 뒤로는 팔봉산의 8개 명당 중 한 곳인 무덤이 있다. 이 무덤은 사냥꾼에게 쫓기던 노루를 살려주었더니 노루가 떠나지 않아 이곳에 묘를 썼더니 후손이 번창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안성 남사당놀이…'얼~수 한판 놀아보세'

남사당은 조선 후기 유랑예인집단으로 조선 팔도 장터와 마을을 떠돌며 춤과 노래, 곡예를 하며 살았다. 1865년 대원군 경복궁 중건 때 안성 청룡사 '바우덕이 남사당패'가 전국 남사당패를 제치고 이름을 떨쳤다. 바우덕이는 안성 남사당을 이끌었던 꼭두쇠(우두머리) 여자아이의 별명이다.

본명은 김암덕(金岩德 1848∼1870)으로 열다섯 어린 나이에 남자들 세계인 남사당에서 꼭두쇠로 만장일치 추대됐다.

풍물(농악), 바나(접시),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덜미(꼭두각시놀이) 등 여섯 놀이를 신기에 가까운 재주를 펼쳤기 때문이다.

풍물은 충청도와 경기 이북의 웃다리 가락을 바탕으로 최소 24명이 한다. 살판은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 이란 속담에서 생긴 이름이다. 바우덕이는 22세에 폐결핵을 이겨내지 못해 눈을 감았다. 남사당패가 조선 팔도를 떠돌다 추워지면 돌아와 겨울을 나는 본거지인 청룡사 부근 분당골에 사당과 무덤이 있다.

안성시는 2001년부터 매년 가을에 바우덕이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안성맞춤랜드에 전용 공연장을 마련하고 시립단원 26명을 채용해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공연을 한다.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단원들이 어린이와 학생 등을 무료로 지도,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2016년 공연은 기존 남사당 6마당 놀이에 깃발춤, 대고(큰북) 연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추가했다.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축제'는 대한민국 축제 콘테스트에서 3년 연속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토요일 공연은 오후 4시, 일요일 공연은 오후 2시에 진행된다. 공연 예약은 인터넷(http://www.namsadangnori.or.kr) 및 전화(☎<031>678-2517)로 가능하며 공연 좌석은 예매 순으로 배정된다. 관람료는 일반관람객 1만 원, 20인 이상 단체는 8천 원이며 안성시에 주소를 둔 시민은 50% 감면을 받는다.

안성남사당풍물놀이보존회 이상철(경기도 무형문화재 21호) 사무장은 "남사당놀이 공연은 관객들과 함께 신명 나는 뒤풀이까지 이어져 관람하시는 분들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남사당과 바우덕이를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장이 있는 안성맞춤랜드(http://asmcland.or.kr/)에는 천문과학관, 사계절 썰매장, 캠핑장, 공예문화센터 등이 위치해 캠핑장에서 하루 자면서 바우덕이 남사당 공연, 천문과학관, 썰매장 등을 함께 즐기며 힐링할 수 있다.

◇ 칠장사, 죽주산성

칠장사(七長寺)는 죽산면 칠장리 칠현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년 고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용주사(龍珠寺)의 말사다.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전해지고 있으며, 고려 우왕 9년(1383년)에 왜구의 침입으로 충주 개천사에 있던 고려조의 역대 실록을 이곳에 옮겼을 정도로 당시 교계에서는 중요한 사찰이다. 국보 296호인 죽산 오불회괘불탱과 혜소국사비 등 문화재가 많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과거시험을 보기 전에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는데 꿈에 나타난 나한님이 과거시험 구절을 가르쳐 주어 장원급제했다는 설화가 내려오고 있다.

안성시가 나한전 앞에 관광객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나한전 앞에 '어사 박문수 합격 다리'를 설치해놓았다.

이곳에서는 죽산·금광·삼죽면에 걸쳐 있는 칠장산(해발 492.4m)을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다. 칠장사 주변은 울창한 숲으로 유명하고 덕성산(519m)과 칠현산(516m)과 능선으로 이어진다

칠장사는 넓은 주차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진입로는 조그마한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데 주변에 음식점과 카페 등이 들어서 있다.

인근 복조리 마을은 구정을 앞두고 언론에 자주 소개되는 곳이다.

죽주산성(죽산면 매산리 일대)은 축조 후 단 한 번도 적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삼국시대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죽주산성은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외성, 중성, 내성의 삼중 구조로 강화됐다.

고려 때 몽골과의 전쟁에서도 적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게 큰 피해를 남기기도 했다.

둘레 1.5㎞의 성곽은 아직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며 포대 등 방어시설이 보존되어 있다.

궁예가 산성을 찾아 견훤과 운명적으로 처음 만났던 곳이다.

◇ 용설호수…'남편은 낚시, 가족은 농촌체험'

안성의 동쪽, 일죽면 용설리의 아름다운 호수를 감싸 안고 있는 한실·설동·거곡·당북 등 4개 마을이 2013년 농식품부의 '용설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됐다. 안성시는 관광개발계획을 수립해 개발하고 있으며, 용설리 마을 주민들은 낚시와 영농 등 2개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법인은 농사체험(포도·옥수수 따기와 감자·고구마·도라기 캐기), 전통문화체험(목공예·짚공예·전통두부 만들기·전통 장류 체험·다식 만들기·풍물놀이 등), 환경·생태체험(식물 곤충 체험·비누만들기·곤충체험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용설호(4.2㎞)와 공연장·다목적센터 등을 연결한 3개 둘레길을 조성했고, 낚시터와 공연장, 족구장, 캠핑장, 자전거 대여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 몰래 낚시를 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가졌다면, 용석호수 농촌체험휴양마을을 가족과 함께 찾으면 문제가 해결된다.

용설호문화마을 엄은영 사무장은 "최근에는 학교 동아리, 회사 워크숍, 동창회 모임 등에서 많이 찾는다"며 "2013년 관광객이 2천 명에서 2014년 7천600명, 2015년 8천100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용설호 주변에는 펜션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식당이 있다.(문의:☎<031>676-5518)

jong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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