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전국 女교원 1121명 섬·오지 '나홀로'.. 섬 100곳에 경찰 90명뿐

임대환 기자 2016. 6. 10. 11: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 조연수 기자 choys@

도서·벽지 女공무원 근무환경

최근 전남 신안군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직원이나 간호사 등 여성 근무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교직을 수행하는 교사들의 도서·벽지 학교 근무 실태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공무에 매진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와 경찰청은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 도서·벽지 교사 현황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으로 전국 14개 시·도의 도서·벽지 학교는 모두 706개다. 강원도가 220개로 가장 많다. 이번에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전남 지역이 153개로 두 번째다. 이들 도서·벽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는 모두 6556명이다. 강원 지역이 2426명으로 가장 많고, 전남 1234명, 경기 지역에 659명의 교사가 도서·벽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여성 교원이 3000명가량인데 ‘나 홀로’ 거주하고 있는 여성 교원이 37.4%인 1121명에 이르고 있다. 다만 여기서 ‘나 홀로 거주’라는 개념은 혼자서 방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연립주택과 같이 한 관사 건물에 여러 명의 여교사가 각자 사는 경우도 모두 나 홀로 거주 교사로 계산됐다. 한 관사에 혼자 거주하는 진정한 나 홀로 거주 여교사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1967년 제정된 ‘도서벽지교육진흥법’에는 도서·벽지의 개념을 ‘지리적·경제적·문화적·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산간지·낙도·수복지구·접적(接敵)지구 및 광산지구로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령이 정하는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2 전남 섬마을 관사 실태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전남의 경우 섬 지역 관사는 목포·신안 등 8개 시군의 572개 동이다. 입주자는 927명에 이른다. 전남도 내 전체 학교 관사는 2416개 동, 입주자는 4414명이다. 섬 지역에서는 같은 학교 관사조차 4∼5곳에 분산돼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안전 관리상 허점으로 작용한다. 그동안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았고 사생활 침해 논란도 있어 CCTV가 관사에 설치된 적도 없다. 또 섬의 관사 중 지은 지 오래된 것이 많지만, 줄어드는 학령인구 때문에 언제 통폐합 대상 학교가 될지 몰라 개·보수 대상 순위에서 육지 학교에 밀리고 있다는 게 섬 지역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3 도서·벽지 근무 혜택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원들은 ‘도서벽지교육진흥법’에 의해 다른 곳에 우선해 지원을 받도록 돼 있다. 법에는 ‘국가는 도서·벽지의 의무교육을 진흥하기 위해 다른 것에 우선하여 학교 부지·교실·보건실 등 교육에 필요한 시설의 구비, 교재교구의 정비, 교과서 무상공급, 통학을 위한 필요한 조치, 교원에 대한 주택 제공, 적절한 교원 배치 등을 조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경비도 다른 것에 우선해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원에 대해서는 연수 기회를 우선적으로 부여해 이에 필요한 경비 등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도서·벽지 수당’도 지급되지만, 액수가 크지 않아 교원들의 불만 대상이다.

4 도서지역 치안실태

국내 유인도 4곳 중 3곳은 파출소나 치안센터 등 경찰관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 3677개 도서 가운데 유인도는 총 486개(13.22%)로 집계됐다. 전체 유인도 가운데 경찰관서가 있는 곳은 126개로 25.93%에 불과하다. 유인도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도 의경을 포함해 모두 267명이다. 물리적으로 치안 공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신안군의 경우 면적이 654.34㎢로 서울과 비슷하고 14개의 읍·면에 4만4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00여 개의 섬이 있으며 이 가운데 유인도는 100여 개에 이르지만, 단독 경찰서가 없다. 목포경찰서 산하에 배속된 15개 파출소 90여 명의 인력이 지역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섬에 상주하는 경찰관은 1∼2명에 불과하다. 주민 신고에 대응하기도 벅차다. 강력사건 대응과 범죄예방 활동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서 지역은 육지와 왕래가 적고 지역공동체 중심이다 보니 범죄예방 노력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1인 거주 여성 보건인력 및 교사 등의 안전망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5 여간호사도 위험

외딴섬에서 홀로 근무하는 간호사나 치위생사 등 보건진료직 여성 공무원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 역시 ‘여초 현상’과 ‘열악한 관사’ 등 여교사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북에는 군산과 부안 등 8개 도서 지역에 모두 12명의 보건진료직 여성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비안도, 연도, 무녀도, 신시도 등 4곳의 섬에서는 여성 직원이 홀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충남 지역에서도 9곳의 섬마을 보건진료소에 총 9명의 여간호사가 근무한다. 이 중 8명의 간호사가 ‘나 홀로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큰 섬에서는 이런 여성들이 공중보건의 등 다른 직원들과 함께 CCTV 등 보안시설이 갖춰진 관사에서 생활하지만, 규모가 작은 섬에서는 혼자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이진희 상지대 여성학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는 외딴곳(섬)에서 여성이 느낄 수 있는 성폭력 위험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섬 지역 주민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 전환, 폭력에 대한 인식 교육 등 장기적인 대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6 섬주민 폐쇄적 특수성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신안군 해당 섬의 한 주민이 일부 방송 기자의 질문에 피의자들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젊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등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섬의 폐쇄성이라는 특수성에 주민들이 일체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이를 섬 지역의 폐쇄적 특수성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대다수 주민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방송 출연 주민이)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섬의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그렇게 말했는지 몰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섬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은 지난 8일 피해 당사자와 가족, 국민께 드리는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7 피의자 예상 처벌 수위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 목포경찰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 피의자 3명에 대해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3조 1항(특수강간 등)을 적용했다. 이모(34)·김모(39) 씨에 대해서는 주거침입·준강간 혐의를, 박모(49) 씨의 경우 유사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현재 경찰은 3명 모두에 대해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8조 1항(강간 등 치상)을 적용하기로 했다. 죄질이 나쁜 점 등을 고려한 엄벌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이 죄의 형량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다.

8 도서·벽지 기피 근무처

도서벽지교육진흥법에 도서·벽지 근무 교사에 대한 처우개선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에는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교사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해 승진에 유리하도록 혜택을 줬었다. 그러나 지난 4월 교육부가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개선안’을 바꿔 도서·벽지 근무에 대한 가산점을 각 시·도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면서 가산점이 축소되는 추세다. 가산점 축소의 논거는 여러 가지다. 우선 실력이 없는 교사가 도서·벽지 근무 가산점만으로 교장이 되는 데 대한 반대론이 있다. 또 최근 신도시 개발과 연륙교 증가로 인해 과거와 같은 고립된 섬이 아니기 때문에 도서·벽지 근무 가산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일부 교육청이 도서·벽지 근무 가산점을 축소하면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신규 교사나 기간제 교사들이 도서·벽지 근무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 정부 대책 실효성은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확한 실태를 모르기 때문에 실태 파악부터 나섰다. 교육부는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현재 교사 관사 안전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6월 중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유사한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단기적으로 여성 교직원이 단독으로 거주하는 관사에 CCTV를 설치하고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교원단체와 여성·학부모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올바른 성문화 정착과 교권 확립 등의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경찰도 도서 지역 여성 치안 취약 요소를 분석하기 위해 전수 조사에 나섰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7일 “범죄예방 진단팀을 도서 지역에 보내 취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전수 조사에 들어가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도서 지역은 치안 수요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고립돼 있는 특성상 전반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또 “이런 소규모 섬은 통장, 이장 등 비상연락망을 활용한 ‘지역 지킴이 제도’를 통해 치안 상황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0 교권 침해사건 증가세

교사들에 대한 교권 침해는 갈수록 수위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3∼12월까지 10개월 사이에 3402건의 교권 침해 사례가 발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2∼2015년 동안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매년 4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폭언과 욕설이 1만3326건으로 가장 많다. 수업진행 방해 사례가 4356건, 교사 폭행 사례도 365건이나 됐다. 특히 학생들에 의한 교사 성희롱 사례도 341건에 달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도 367건이나 돼 교권회복 교육도 시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피해를 당한 교사에 대한 지원은 열악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현재 대전과 부산, 대구, 제주 등 4곳의 시·도 교육청에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설립해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이 센터는 피해 교사에 대한 치유와 복귀 등 교원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한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전국 17개 교육청 모두에 센터를 설치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임대환·장병철 기자 hwan91@munhwa.com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 문화닷컴 바로가기 | 소설 서유기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