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사우디 압력으로 아동인권 침해국 명단서 제외' 인정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9일(현지시간) 아동 인권 침해국·단체 명단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연합군을 제외한 배경에 사우디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미국의소리방송(VOA)과 RT통신에 따르면 반 총장은 이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멘의 무력 분쟁은 어떤 어린이도 겪어서는 안 되는 공포"라며 "(사우디를 명단에서 제외한 것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 중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수백만 명의 어린이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수 있는 상당한 가능성이 있었다"며 "이미 위험에 처한 팔레스타인과 남수단, 시리아, 예멘, 이 외에 많은 곳에 있는 어린이가 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유엔 회원국이 과도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철저한 조사는 당연하고 꼭 필요한 유엔의 업무"라며 사우디를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아동 인권 침해국·단체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에서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을 제외한 데 대한 논란은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 총장은 지난 2일 발간한 '2015년 어린이와 무력분쟁' 연례 보고서에 "지난해 예멘 내전으로 숨진 785명 등 어린이 사상자 2000여 명의 60%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에게 책임이 있다"며 "예멘의 학교·병원 공습 101건에 대해서도 아랍 연합군에 48%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 소속 국가들은 유엔이 예멘 정부의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고 잘못된 통계를 기반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 극단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와 함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나흘 뒤인 6일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유엔 사무총장은 (사우디와의) 공동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랍 연합군을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 두자릭 대변인은 조사가 오는 8월께 끝난다며,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을 명단에서 뺀 것은 한시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영구적인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한 배경에는 사우디의 강한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엔 소식통은 사우디와 연합군 소속 국가들이 블랙리스트에서 자신들을 제외하지 않으면 유엔 프로그램과 각종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 팔레스타인 기금 등에 자금 지원을 끊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에게 항의 전화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압달라 무알리미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압력이나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유엔의 한 관계자는 CNN방송에 "(사우디의 압력은) 이제까지 겪었던 그 어떤 것보다 훨씬 심했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와 국제 앰네스티 등 20개 인권 단체들은 8일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을 블랙리스트에 다시 올리라는 항의 서한을 반 총장 앞으로 보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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