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고 또 깎고..공정위의 '과징금 세일'

김성훈,나현준 2016. 6. 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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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공정위 제멋대로 과징금 관행에 경고법적 근거없이 시행령 따라 재량권 남용기업 줄소송 이어져..경제활력 떨어트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백억 원대 과징금을 두들겨 맞은 A사는 신속하게 자진신고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83억원을 1차 감액받았다. A사는 2차 조정에서도 신속 자진신고를 이유로 과징금 16억원을 감액받았고, 3차 조정에서도 또 22억원을 감액받았다.

9일 감사원이 공개한 '공정거래업무 관리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경제 검찰로 통하는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하는 '고무줄' 과징금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공정경쟁을 유도해야 할 공정위가 비슷한 반칙을 한 기업들에 자의적인 잣대로 제각각 다른 벌칙을 적용하면서 오히려 경제질서를 해치는 등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의 이 같은 고무줄 잣대는 그 자체로서 기업에 커다란 비효율을 발생시킨다.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발당한 기업들은 부당하게 부과된 과징금을 줄이느라 불필요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기업이 휘청거릴 만큼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이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등 '용두사미'격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난맥상이 지속되는 것은 과징금 산정·감경에 대한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날 "과징금 부과 등 행정규제는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명확한 내용으로 정해야 하지만 공정위는 (과징금) 산정·부과 감액 기준을 정하면서 명확한 법률 근거 없이 추상적·포괄적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도 없는 '예외적' 사유를 만들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으로 적용했다. 비정상적으로 과도한 재량권을 행사하며 게임의 룰을 어지럽힌 것이다.

공정위는 반복적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C건설업체가 2014년 철도 건설공사 담함으로 적발되자 처음에는 기본 과징금에 20%를 추가 부과했다. 이후 공정위는 △현실적 부담능력 부족(50%) △부당이득 규모 참작(30%) △시장 여건 고려(10%) 등 무려 90%에 달하는 감액률을 적용해 과징금을 626억원이나 덜어줬다. 과징금 감액 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점을 감안하면 해당 업체의 불법 '로비' 의혹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기준이 일관성이 없자 해당 기업들의 불복 소송으로 이어졌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1~2015년 관련 기업 등이 제기했던 442건의 과징금 부과처분 불복 소송 가운데 187건(28.3%)에서 패소했다. 이는 국세청(10.4%) 관세청(17.1%)에 비해서도 현저히 높은 패소율이다. 감사원은 "공정위가 기업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국민세금으로 업체들에 과징금과 함께 많은 이자(환급가산금)까지 지급하고 있다"면서 "그 규모만 57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공정위가 기본 과징금을 지나치게 세게 매긴 후 나중에 깎아주며 기업 운영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떨어뜨려선 안 된다는 게 이번 감사의 주된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과 피로도를 줄여 경제 활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기본 과징금이 크다는 감사원 지적에 대해 "이는 국세청의 세금 부과 전 과세표준과 비슷하다"며 "추가 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크게 깎아줬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이번에 지적한 것은 일부 사건 처리 시 넓은 재량 범위에서 감액을 하는 것에 대해서 더 주의하라는 의미"라며 "앞으로 공정위는 법적 근거를 더욱 명확하게 해 과징금 감경 기준을 세분화하는 등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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