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25곳 사업재편 탄력..한진重·한솔 등 원샷법 적용가능

나현준 2016. 6. 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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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출자금지 등 각종 규제서 벗어나유일호 " '피터팬' 부작용 막으려 개편"

◆ 대기업집단 기준 조정 / 대기업집단 자산기준 5조 → 10조로 상향 ◆

정부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높이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기업 족쇄'에서 벗어난 중견 그룹들이 발 빠른 사업 재편을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에 지정 해제된 중견 그룹 25개 가운데 현대산업개발, 한솔 등 8개 그룹이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상 기업 결합 승인 간소화와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급과잉업종'에 속해 주목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2008년 이후 자산 5조원으로 계속 유지되면서 규제 대상 대기업이 크게 증가했다"며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되지 않기 위해 투자 확대와 사업 재편을 기피하는 피터팬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자산 기준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올려 중견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도모한 바 있다.

이번에 대기업에서 벗어나 중견 기업이 된 기업들은 38개 법령에 따른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고 중견 기업에 적용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기업 오너의 경영 판단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에 지정 해제된 25개 민간 기업 가운데 동국제강 세아제강(철강), 중흥건설 현대산업개발(건설), 한솔(종이·목재), 한진중공업(조선), 태광 금호석유화학(화학) 등 8개 기업집단이 원샷법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속한 철강, 건설, 종이·목재, 조선 업종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공급과잉업종' 기준 가운데 첫 관문인 '최근 3년 영업이익률이 과거 10년간 영업이익률보다 평균 15% 이상 감소'라는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통계청의 세분류에 따라 보다 면밀히 업종을 나눠서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이들 업종이 원샷법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큰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순환출자·채무보증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공정위의 제재 없이 앞으로 원샷법 적용을 통해 사업재편 기간 최대 44일 단축 등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원샷법이 준용하는 조세특례법상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기업집단에 속할 때에는 원샷법 대상일지라도 계열사 간 주식을 맞바꿀 때에만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이연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주식을 처분한 시점까지 과세를 미뤄주기 때문에 사실상 '비과세' 효과가 났지만 특수관계인(지배주주)은 제외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재계를 중심으로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대기업집단에서 지정 해제된 기업들은 오너 일가가 자신이 가진 주식 지분을 사업 재편 목적으로 타 계열사 혹은 타 그룹 내 계열사 지분과 교환해도 과세이연 특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지배주주 재량권이 넓어지면서 '오너 역할론'이 부각될 전망이다. 실제 2008년 당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30개 기업집단이 지정 해제된 사례를 들여다보면 명확해진다. 당시 경영권 분쟁을 겪은 쌍용양회, 그리고 총수 비리 등 오너 리스크가 불거진 프라임과 대주건설은 지난 8년간 자산이 거의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축소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 조정으로 지배구조 규제를 받지 않게 돼 대주주의 힘이 강해졌다"며 "결국 관건은 그룹 핵심 산업과 관련된 사업에 집중하는 사업 재편이고, 반대로 문어발식으로 '비관련 다각화'를 할 때에는 STX 사례처럼 침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으로 인해 지정 해제된 대기업집단 내 계열사가 중견 기업으로 대거 바뀌면서 오히려 경제력이 집중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등을 적용할 때는 직전 3년 평균 매출액이 5000억원 이하여야 한다는 별도 기준이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대기업 기준 상향 조정이 세금 이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번 대기업집단에서 공기업이 대거 빠졌는데도 농협이 그대로 남게 된 점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신영선 공정거래위 사무처장은 "농협은 계열사가 많고 영리법인이며 사기업 측면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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