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 정용진, 이번엔 소주 품었다

손일선,조성호 2016. 6. 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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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주 인수, 와인·맥주이어 소주까지..이마트 자금력·전국 유통망에 업계 긴장통큰 투자 없이는 애물단지 전락할수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3월 미국 위스키 브랜드 `버펄로 트레이스` 양조장을 찾아 오크통을 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해외 출장길에 주류업체나 제조현장을 꼭 방문하는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사진 출처 = 정용진 부회장 SNS]
'애주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술 사랑이 와인, 맥주에 이어 소주에까지 뻗쳤다. 신세계L&B, 신세계푸드 등 계열사를 통해서 맥주, 와인을 수입하거나 수제맥주를 판매하던 신세계가 소주 제조사까지 인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주류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국내 술 시장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9일 제주소주와 주식매매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매가격은 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소주는 2014년 10월부터 산도롱, 곱들락 등 2가지 소주를 제주지역에 판매해온 제주도 기반 지역 소주회사다.

현재 국내 소주시장에는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9개사가 참여해 연간 2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소주는 지난해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시장에서는 그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주력 무대인 제주에서도 점유율이 0.5%에 그친다.

그러나 제주소주 자체보다는 신세계그룹이 소주 시장에 진출한 것 자체가 주류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유별난 '술 사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소주 1병, 와인 1병은 거뜬히 마시는 애주가로 유명하다. 미국, 유럽 등 해외출장길에 항상 주류업체나 제조현장을 꼭 방문해 직접 맛을 보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차례 공개했다. 평소에도 한라산 소주나 중국 고량주,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사진도 종종 올린다.

실제로 이번 제주소주 인수 결정도 정 부회장의 결심이 절대적이었다. 올해 초 제주소주로부터 인수의사를 타진받은 이마트는 이후 4개월이 넘게 장고만 거듭할 뿐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재무담당 부서에서는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줄기차게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류사업이 이마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정 부회장이 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 부회장의 주류사업은 2008년 신세계그룹이 주류 수입사인 신세계L&B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신세계L&B는 현재 와인 426종, 맥주 75종, 기타 음료 및 주류 22종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주류 사업은 '데블스도어'다. 2014년 말 문을 연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는 정 부회장이 브랜드 론칭부터 콘셉트, 메뉴 구성까지 직접 점검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한 것도 정 부회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이마트가 소주시장에 진출하면서 주류 업계는 향후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막강한 자금력과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신세계 유통채널을 감안할 때 무시 못할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의 경우 클라우드 맥주를 내놓은 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의 영향력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주소주는 제주지역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시장 지배력이 약하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으로 시장을 넓혀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제주에서 생산된 소주를 장거리로 배송해야 하는 물류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 3월 소주업체 무학과 손잡고 일렉트로맨 캐릭터를 활용한 PB 소주 제품을 출시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경험이 있다.

소주시장의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이미 절대강자로 자리 잡은 '참이슬'이나 '처음처럼'과 경쟁하려면 이마트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 등으로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과도한 투자로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이마트 입장에서는 소주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런 이유로 소주사업이 자칫 이마트의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애주가인 정용진 부회장의 술 사랑이 실제 주류사업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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