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주가' 정용진, 이번엔 소주 품었다
이마트는 9일 제주소주와 주식매매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매가격은 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소주는 2014년 10월부터 산도롱, 곱들락 등 2가지 소주를 제주지역에 판매해온 제주도 기반 지역 소주회사다.
현재 국내 소주시장에는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9개사가 참여해 연간 2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제주소주는 지난해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시장에서는 그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주력 무대인 제주에서도 점유율이 0.5%에 그친다.
그러나 제주소주 자체보다는 신세계그룹이 소주 시장에 진출한 것 자체가 주류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유별난 '술 사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소주 1병, 와인 1병은 거뜬히 마시는 애주가로 유명하다. 미국, 유럽 등 해외출장길에 항상 주류업체나 제조현장을 꼭 방문해 직접 맛을 보고 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차례 공개했다. 평소에도 한라산 소주나 중국 고량주,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사진도 종종 올린다.
실제로 이번 제주소주 인수 결정도 정 부회장의 결심이 절대적이었다. 올해 초 제주소주로부터 인수의사를 타진받은 이마트는 이후 4개월이 넘게 장고만 거듭할 뿐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재무담당 부서에서는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줄기차게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류사업이 이마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정 부회장이 인수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 부회장의 주류사업은 2008년 신세계그룹이 주류 수입사인 신세계L&B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신세계L&B는 현재 와인 426종, 맥주 75종, 기타 음료 및 주류 22종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또 다른 주류 사업은 '데블스도어'다. 2014년 말 문을 연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는 정 부회장이 브랜드 론칭부터 콘셉트, 메뉴 구성까지 직접 점검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한 것도 정 부회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이마트가 소주시장에 진출하면서 주류 업계는 향후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막강한 자금력과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신세계 유통채널을 감안할 때 무시 못할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의 경우 클라우드 맥주를 내놓은 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의 영향력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10%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마트의 제주소주 인수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제주소주는 제주지역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시장 지배력이 약하다. 이마트 입장에서는 서울 등 수도권으로 시장을 넓혀야 하는 이유다.
소주시장의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이미 절대강자로 자리 잡은 '참이슬'이나 '처음처럼'과 경쟁하려면 이마트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 등으로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과도한 투자로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이마트 입장에서는 소주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런 이유로 소주사업이 자칫 이마트의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애주가인 정용진 부회장의 술 사랑이 실제 주류사업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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