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강간범 봐주기 판결.. "판사 탄핵" 들끓는 미국

이상렬 2016. 6. 9.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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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잡힌 스탠퍼드대 수영선수"만취 상태 범행" 징역 6월 선고하자주민소환 청원 이틀새 54만명 서명

여성을 캠퍼스에서 성폭행한 명문대 엘리트 운동선수에게 선고된 징역 6개월. 또 하나의 ‘판결 특혜’에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사건은 2015년 1월18일 새벽 1시께 일어났다. 올림픽 메달을 꿈꾸던 스탠퍼드대 수영 유망주 브록 터너(20)는 남자 대학생 사교클럽 파티에서 만취해 의식을 잃은 여성(23)을 성폭행하고 있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들켜 달아나다 붙잡혔다.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최대 14년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였다.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샌타클라라 지방법원의 애런 퍼스키(54) 판사는 징역 6월에 보호관찰 3년을 선고했다. 퍼스키 판사는 “터너는 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도덕적으론 비난받을 부분이 적다”며 “징역형은 터너에게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었다.

그러나 여론의 재판은 달랐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피해 여성의 법정 진술서가 공개됐다. 사건 당시 의식이 없었던 여성은 병원에서 수치스러운 검사를 받고 ‘강간 피해자’라는 서류를 보고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다. 그는 “내 몸을 재킷처럼 벗어서 버려버리고 싶었다”고 적었다. 어느날 뉴스 기사를 읽고 자신이 어떻게 성폭행을 당했는지 알게 된 이 여성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게재한 7244 단어의 진술서는 순식간에 6백만 명 이상이 봤다. CNN의 유명 여성 앵커 애슐리 밴필드는 생방송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며 진술서를 또박또박 읽어내렸다. 여기에 터너의 아버지가 재판부에 보낸 편지가 여론에 불을 질렀다. 그는 “(아들의) 20년 인생 중 20분간의 행위에 대한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고 썼다. 또 “아들이 예전에 즐겼던 음식에 대해서도 식욕을 잃었다”며 “충분히 처벌받았다”고 주장했다. 앞길이 창창했던 아들의 인생이 망쳐졌다는 것이었다.

터너는 장학금을 받고 다니던 스탠퍼드대를 자퇴했다. 그러나 진심어린 반성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미국 사회는 “사법 정의가 무너졌다”며 격분했다. 네티즌들은 “새로운 감옥에 살게 해주겠다”며 온라인에 터너의 사진과 이름을 퍼날랐다. 터너의 이름은 트위터에 4만8000번이나 등장했다.

분노한 민심은 퍼스키 판사를 직접 겨냥했다.

법원 사무실엔 협박 전화가 쇄도했다. 어떤 이는 “지옥에나 가라. 그의 자식들이 성폭행 당하길 바란다”는 저주를 퍼부었다.

퍼스키를 판사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주민 소환 움직임도 시작됐다. “퍼스키 판사가 사회적 계층, 인종, 성(性) 등에 관계없이 성폭행은 위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선거로 뽑힌 퍼스키를 물러나게 하려면 유권자의 20%가 주민소환에 찬성해야 한다.

시민들의 호응은 폭발적이다. 청원 사이트 개설 이틀 만에 54만 명이 서명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탄핵할 경우에도 퍼스키는 판사 옷을 벗어야 한다.
브록 터너, 스탠퍼드대 성폭행 사건은

2015년 1월 스탠퍼드대 수영 선수 터너, 만취 여성 강간하다 현장 체포
2016년 3월 배심원단 만장일치 유죄 평결
2016년 6월 2일 퍼스키 판사, 터너에게 징역6월, 보호관찰 3년 선고
2016년 6월 3일 버즈피드, 피해 여성 법정진술서 공개
2016년 6월 6일 판사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 시작. 청원 사이트 개설 이틀 만에 54만 명 서명 돌파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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