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성폭행사건 발단된 식당, 바로 앞 파출소도 있었는데.."

최민지 기자 2016. 6. 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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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 파출소 앞 지나는 대담한 행각.. 섬지역 특유의 폐쇄적 공동체의식 작용했을 듯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가해자들, 파출소 앞 지나는 대담한 행각… 섬지역 특유의 폐쇄적 공동체의식 작용했을 듯]

지난 5월22일 새벽 전남 신안군 섬지역의 한 초등학교 관사에서 올해 3월 초 부임한 20대 여교사를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 3명이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관사. (독자 제공) /사진=뉴스1

전남 신안군 섬마을에서 일어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놓고 교육부가 내놓은 관사 안전 대책이 면피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가해자가 지역주민과 학부모인 점을 감안하면 부실한 치안의 문제라기보다는 섬마을의 '제식구 감싸기'와 인권의식 부족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8일 전남경찰 관계자와 교원단체에 따르면 가해자들이 피해 교원에게 술을 권한 식당 맞은 편에는 파출소가 위치하고 있다. 가해자들은 식당과 파출소를 지나 약 2km 떨어진 학교 관사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도중 파출소를 지나갈 정도로 가해자들이 대담할 수 있던 배경에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끈끈한 유대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며 범죄를 옹호하거나 "손님(관광객)이 떨어질 수 있으니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피해 교원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서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이번 사건에는 섬마을 특유의 폐쇄적인 공동체의식이 전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마을 규모가 작고 경계 세력이 없을수록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이 교사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인 것까지 감안하면 외지인인 교사는 이 카르텔을 깨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 벽지에서 직·간접적으로 근무 경험이 있는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학교 역시 교사들이 마을 주민과 어울리는 것을 권장한다. 아내가 도서 벽지에서 근무를 했던 전남의 남교사 A씨(46)는 "시골 학교는 유독 지역 연계 행사가 많기 때문에 교사들이 지역관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길 원한다"며 "혹시나 지역주민과 문제가 있어도 학교는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쉬쉬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도서 벽지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이미 다수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본부장은 "교총 상담센터에는 관사가 외딴 곳에 단독주택 형태로 떨어져 있어 남교원들도 무서움을 느낀다는 의견도 들어온다"며 "심지어는 남교원이 남성에게 성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교육부가 내놓은 관사 안전대책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이 낙후된 관사시설과도 관계가 있다고 보고 도서 벽지 학교의 관사 전수 조사, CCTV 설치 등을 추진 중이다.

김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이번 사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의식이 부족한 환경과 교권이 실추된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며 "관사 시설 정비, 도서 벽지 교사 발령 기준 변경 등의 대책을 취한다고 해서 없어질 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김 지부장은 "교권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 개선 방안은 온데간데 없고 미봉책이나 교사 신상추적에 집중되는 작금의 행태에 대해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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