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퀴어문화축제' "性소수자 권리" vs "亡國 전주곡"

김윤림 기자 입력 2016. 6. 8. 11:35 수정 2016. 6. 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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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8일 ‘2015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성 소수자와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행사를 마친 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 슬로건 디자인

- ‘퀴어문화축제’ 논란 가열



동성애자가 경찰에 처음 저항

1969년 ‘美 스톤월사건’ 기념

우리나라선 2000년부터 시작

지난해엔 시민 3만여명 참여



기독교계 “교리 어긋나 반대”

일부 기독교계는 “취향 문제”

성 소수자(QUEER·LGBTAIQ)인 동성애자들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매년 6월이면 동성애 당사자들과 옹호하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며 권리를 주장하는 행사가 열린다. 이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퍼레이드를 펼치는가 하면 관련 영화제를 열기도 하지만, ‘이런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더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알아본다.

◇ 퀴어문화축제는 어떤 행사 = 8일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강명진)에 따르면, 매년 6월 세계 곳곳에서 퀴어퍼레이드 및 다양한 성 소수자의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퀴어 퍼레이드는 지난 1970년 미국 뉴욕시에서 스톤월 사건(1969년 6월 28일 뉴욕에서 일어난, 동성애자들이 최초로 경찰에 저항한 사건)을 기념하는 행사로 처음 시작된 이래 지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서울에서 열렸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는 종로나 청계천에서 관련 행사가 열렸지만, 2013∼2014년에는 성 소수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홍대와 신촌에서, 지난해에는 최초로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와 더불어 2009년부터는 대구시에서도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서울의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난 뒤에 열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퀴어문화축제는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개최됐다. 개막식은 예정대로 6월 9일에 열렸으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해 주최 측은 행사를 축소하고 유튜브를 통한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를 시청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올해는 오는 11일 서울광장에서 시작된다. 조직위는 이날 서울광장에서의 퀴어퍼레이드를 시작으로 9일간 제17회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올해 축제는 퀴어퍼레이드 외에도 메인파티, 퀴어영화제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인다. 무대 공연, 부스 행사, 거리 행진으로 이뤄지는 퀴어퍼레이드는 지난해 역대 최다인 총 3만 명(조직위 추산)의 시민이 참여했다.

축제의 시작을 축하하는 자리인 메인파티 ‘프라이빗 비치’는 11일 밤부터 12일 새벽까지 열린다. 또 영화를 통해 성 소수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퀴어영화제는 서울 시내 극장에서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열릴 예정이다.

조직위는 앞서 올해 축제 슬로건으로 ‘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을 발표했다. 강명진 조직위원장은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가 자신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성숙한 시민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를 만드는 민주적인 문화행사”라며 “벌써부터 불법으로 행사를 저지하겠다는 혐오세력들이 득세하고 있는 만큼 안전하고 평화로운 축제가 열릴 수 있도록 정부와 경찰의 협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 뜨거운 찬반 논란 = 이 축제에 대한 논란은 ‘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옹호론자들과 ‘교리와 자연의 섭리’를 주장하는 반대론자들 간에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단 개신교와 천주교 등 기독교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행사가 계속될수록 논란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의 한 목사는 “표현의 자유 문제인 것 같다”면서 “찬성이냐 반대냐를 논할 건 아니고 개인의 취향 문제 아닌가. 퀴어문화축제도 행사 자체가 폭력적이냐, 법을 어기느냐 라는 관점에서 봐야지, 다른 측면에서 보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성 소수자의 권리는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며 “모든 크리스천이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쪽이라고 보진 않는다. 죄악시할 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동성애자의 교인 권리 인정은 물론 목사안수까지도 허락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요한 예수재단 목사는 “동성애 옹호론자들이 유럽이 어떻고 미국이 어떻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일 뿐”이라며 “국가의 흥망성쇠와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로 망국의 전주곡일 뿐이며, 아름답게 찬반을 논할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임 목사는 특히 “퀴어행사 전인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광장 사용승인을 받아놓은 상태지만, 그 이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계속 머물며 3일간 텐트를 쳐놓고 ‘미스바 구국금식성회’를 열 것”이라면서 “그 자리는 비켜주지 않을 것이고 그에 따른 사법처리는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양측 간의 충돌 가능성도 가늠케 하고 있다.

또 박원순시정농단진상조사시민연대 김정욱 간사는 “남녀 성기를 닮은 사탕과 과자를 판다든지, 하체를 드러내고 행진한다든지 하는 등의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소수자는 차별받지 않고 보호받을 대상이지, 사회를 선도하고 앞장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정진홍(종교학)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이들도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종교적 입장에서는 전통적으로 절대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종교계도 사회 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고, 동성애를 주장하는 분들도 전투적으로만 보이지 않도록 주장보다는 설득·호소하는 자세로 나왔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

◇QUEER·LGBTAIQ(성 소수자를 통칭하는 개념) =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무성애자(Asexual), 간성(Intersexual), 퀘스처너(Questioner·아직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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