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에 대한 진실

2016. 6. 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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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콜레스테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사방에서 갖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그래도 과학적인 주장도 있지만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도 많습니다. 비전문가가 그러면 ‘몰라서 그렇지만 참 경솔하구나’ 하고 용서나 받을 수 있지만 전문가 중에 자질을 의심할 정도의 주장을 하는 사람도 가끔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과학적으로 오류가 많은 주장은 단순해서 알아 듣기 쉽고 말하는 사람이 워낙 확신에 차 있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보기에 오히려 더 진짜 같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요즘 많이 나오는 주장을 살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보겠습니다.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2015년에 미국 식품가이드라인위원회에서 일반인이 보기에는 좀 센세이셔널한 개정판을 발표했습니다. 음식의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증거는 미약하므로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심장병 위험 음식에서 제외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했는데, 마치 콜레스테롤이 심장병과는 무관하므로 무시해도 된다라고 잘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발표가 나온 후 몇 달간 몇 조각의 진실과 본인의 희망사항과 오해를 뒤범벅한 이상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이 위원회의 발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너무 늦은 것이었습니다. 음식의 콜레스테롤은 웬만큼 많이 먹지 않으면 핏속의 콜레스테롤을 높이지 않습니다. 즉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는다고 혈중 콜레스테롤이 많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이미 1980년 이전에도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원회가 이 사실을 너무 늦게 받아들인 것입니다. 아마도 대중이 이 메시지를 오해할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너무 폐해가 많다고 생각되어 결국 발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차례 말씀드리지만 혈중 콜레스테롤의 70%는 간에서 유래되고, 30% 정도만 음식에서 들어옵니다. 음식의 콜레스테롤은 너무 많이 들어오면 흡수가 안 되어 대변으로 배설됩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음식물의 포화지방입니다. 포화지방은 간에 작용하여 간이 콜레스테롤을 많이 생산하게 합니다. 간이 생산한 콜레스테롤은 핏속으로 많이 들어가 혈중 콜레스테롤을 높입니다.

음식의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미약해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심장병 위험 음식에서 제외한다는 2015년 미국 식품가이드라인위원회의 발표는 오해를 불렀다. 많은 사람들이 ‘콜레스테롤은 심장병과 무관하므로 무시해도 된다’고 받아들였는데, 조홍근 박사는 “음식의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이 아니며, 많이 먹는다고 꼭 심장병이 생긴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요리 전문가가 차린 건강음식. / 경향신문 자료사진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의 가장 강력한 원인입니다.

위원회의 발표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증에 안전하다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음식의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이 아니며 많이 먹는다고 꼭 심장병이 생긴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혈중 콜레스테롤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동맥경화증의 원인입니다.

콜레스테롤이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은 여러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염증이 주범이다. 콜레스테롤은 죄가 없다, 그래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은 소용없고 약물의 부작용만 유발한다, 작고 조밀한 지단백이 문제인데 오히려 이런 지단백엔 콜레스테롤이 적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의 원인이 아니다. 이런 류의 주장입니다. 워낙 이 부분이 복잡해서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데, 모르는 사람들은 늘 듣던 내용과 달리 참신하니까 이 주장에 끌리고 심지어 기존 이론은 음모론이고 이 이론이야 말로 진실되고 참되다라고 속단합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의 주장은 동맥경화증 발생의 큰 이론틀에서 자신에게 맞는 부분만을 가져다가 과장한 면이 대부분입니다.

콜레스테롤, 염증, 산화는 동맥경화증의 3요소

동맥경화증은 혈관벽에 콜레스테롤 찌거기가 치고 들어가 거기서 덩어리가 생겨 혈관을 좁게 하는 병입니다. 이런 과정엔 세 가지의 필수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콜레스테롤, 염증, 산화입니다. 이 세 가지가 초점이 맞아야 동맥경화증이 생깁니다.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을 침투하면 혈관벽에 살고 있는 면역세포가 콜레스테롤을 먹게 되고, 너무 많이 먹으면 면역세포가 미쳐서 주변 면역세포들에게 ‘어서 모여 콜레스테롤을 처리해달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염증의 시작입니다. 과식한 면역세포는 죽고 그 자리엔 콜레스테롤만 남게 됩니다. 나머지 면역세포는 무슨 적이 침투했는지 모른 채 열심히 일을 하는데, 그것은 염증물질을 분비하는 것입니다. 면역세포가 박테리아를 죽일 때는 강력한 산화물질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은 박테리아가 아니므로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입니다. 그 결과 콜레스테롤이 산화됩니다. 산화된 콜레스테롤은 더욱 더 면역세포에 잘 먹힙니다. 사실은 신체를 위한 방어작용이었던 것이 번지수를 잘못 찾아 혈관에 이렇게 상처를 입힙니다. 콜레스테롤이 낮은데 염증만 있거나 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동맥경화증은 생기지 않고 다른 종류의 동맥질환이 생깁니다.

따라서 염증, 산화, 그리고 콜레스테롤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의지해서 일어날 때 동맥경화증이라는 것이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산화가 동맥경화증의 원인이지 콜레스테롤은 원인이 아니라는 말은 아주 모순적입니다. 셋 다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 콜레스테롤이 아주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항산화제나 항염증제를 먹어도 동맥경화증은 예방되지 않지만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먹으면 동맥경화증이 예방됩니다.

포화지방은 억울하다?

최근엔 한 술 더 떠서 포화지방을 많이 먹어도 심장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주장이 가끔 나오고 있습니다. 2015년에 미국영양학회지에 기존의 포화지방과 심장병의 관계를 부인하는 연구 결과가 몇 차례 발표되었습니다. 기존의 이론은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올라가고 이 결과 심장병이 잘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 영양학회지의 논문은 메타 분석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수십 편의 논문을 모아서 다시 통계분석을 해보니 포화지방 섭취와 심장병 간에 뚜렷한 연관을 찾을 수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논문을 받아 여러 매체에서 보도하면서 성급한 결론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논문들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통계적 기법을 이용해 결론을 내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의 의의도 이런 의외의 결과를 토대로 좀 더 깊은 연구를 해야 된다는 것이지, 포화지방-심장병 도그마를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포화지방을 줄이고 대신 섭취한 영양소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포화지방을 줄이고 대신 단순 탄수화물을 먹게 되면 심장병 위험은 줄지 않습니다. 그러나 포화지방을 줄이면서 복합탄수화물 또는 불포화지방산을 먹게 되면 심장병 위험이 줍니다. 그러니까 건강을 위해 포화지방을 줄이면서 단순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입니다. 서양이든 우리나라든 포화지방을 줄일 때 대부분 그 나머지를 국수·빵·과자 등의 단순 탄수화물로 채우는 경향이 많은데, 이러면 별 이득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포화지방을 아예 먹지 말아야 할까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포화지방은 우리 몸에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하는 물질입니다. 기름을 먹지 않으면 면역, 염증, 호르몬 작용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문제는 양입니다. 현대인은 필요 이상의 지방과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고, 그래서 과량의 지방과 단순 탄수화물이 문제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어떤 기사를 보면서 무엇이 해롭다고 할 때는 담배를 제외하고는 앞에 ‘너무 많이 먹으면’이라는 말이 생략된 것으로 보셔야 합니다. 18세기 조선에 살았던 평민에게는 정말 가끔 먹어보는 기름과 고기와 국수와 꿀이 보약이었지 절대 해로운 음식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파악하셔야 합니다.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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