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스포츠브랜드 EXR 15년만에 퇴장

박인혜 2016. 6. 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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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한, 8월말까지 200여개 全매장 철수아웃도어 경쟁 격화로 실적부진 시달려
국내 토종 스포츠 브랜드 EXR가 15년 만에 사업을 접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EXR를 운영하는 리앤한은 이날 EXR 브랜드 정리에 들어간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국에 있는 120여 개 대리점과 40여 개 직영점, 70여 개 중국 매장은 모두 8월 말까지만 운영된 후 정리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EXR의 전격적인 퇴출 결정은 갈수록 악화되는 실적 때문이다. 또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전통적 강자에 덩치가 훨씬 큰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스포츠 패션 분야에 뛰어들면서 더 이상 EXR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말 한창훈 리앤한 대표이사는 대리점 철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이번 발표를 통해 백화점과 아웃렛 매장, 직영점 등마저 모두 문을 닫게 되면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EXR는 국내에 본사를 둔 토종 브랜드인 만큼 자체 디자이너와 마케팅, 홍보 등 인력을 갖추고 있어 상당수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1년 국내 토종 스포츠 브랜드 로 화려하게 데뷔한 EXR는 자동차 부품회사인 성우하이텍을 모회사로 하고 있다.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의 처남인 민복기 현 카파코리아 대표이사가 자금 지원을 받아 설립했으며, '캐릭터 스포츠'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년 만에 매장 100개를 돌파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설립 초기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EXR 매출은 2003년 700억원대로 증가할 만큼 승승장구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위기가 감지된 것은 2012년부터다. 2011년 1500억원대 브랜드로 정점을 찍은 후 1300억원대로 매출이 하락하더니 2013년 1215억원, 2014년엔 822억원까지 추락했다. 불과 3년 만에 매출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2014년 EXR코리아라는 법인명으로 운영하던 EXR 브랜드를 해외 명품 수입을 주로 하는 리앤한이라는 회사에 흡수시켰다. 이에 따라 EXR는 2015년부터 리앤한이라는 법인 내 한 브랜드로만 존재하게 됐다. 위상이 약화된 EXR는 작년 10월 올해 매출 목표를 600억원대로 잡았을 정도로 고전했다. EXR는 지난해 이탈리아 출신 패션디자이너 겸 건축가까지 영입하고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한복판에 'X-HOUSE'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재기를 위해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갑작스럽게 EXR 브랜드 정리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한창훈 대표는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아직까지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리앤한은 향후 미래 먹거리를 해외 패션 브랜드 수입 강화와 해외 브랜드 인수 등에서 찾을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델보, 골든구스, 지암바티스타 발리 등에 집중하면서 수입 라인업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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