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깎이나.. '맞춤형 보육' 속타는 교사들

입력 2016. 6. 6. 18:48 수정 2016. 6. 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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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시행 앞두고 불안감 확산

올해로 어린이집 보육교사 17년차인 박성연(가명)씨는 요즘 속이 타들어 간다. 며칠 전 원장이 “다음달부터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수입이 줄게 된다”고 말한 게 꼭 ‘급여를 삭감하겠다’는 사전예고 같아서다.

박씨는 6일 “보육교사 경력이 20년 가까이 돼도 급여는 월 최저임금이다. 처우개선비, 근무환경개선비 다 합해도 손에 들어오는 건 한 달에 150만원 정도”라며 “여기에서 더 깎는다면 정교사를 파트 타임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달 1일 어린이집 맞춤형 보육 시행을 앞두고 보육교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 수입이 줄어 보육교사들의 급여 삭감 가능성이 높지만 정부는 ‘강건너 불 보듯’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맞춤형 보육은 홑벌이 가구처럼 장시간 어린이집 보육이 필요 없는 가구의 아이(만 0∼2세)가 어린이집을 이용할 때 이용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맞춤반 아이에게 지급되는 정부 보육료는 종일반의 80% 수준이어서 맞춤반 비율이 높을수록 어린이집 수입이 줄게 된다.

인터넷에는 단축근무를 강요받았다는 글이 벌써부터 올라오고 있다.

가정어린이집에서 일한다고 밝힌 A씨는 “원장이 다음달부터 한 시간 빨리 퇴근하라고 한다”며 “그만큼 월급도 좀 깎인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사 B씨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는데 종일반 교사(정교사)를 다 반일반으로 바꾼다는 말을 들었다”며 “원장님들이 경비 줄일 때 제일 만만한 게 교사 임금 줄이는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최근 복지부가 내놓은 ‘2015년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보육교사들의 월평균 급여는 수당까지 합쳐 민간어린이집은 163만원, 가정어린이집은 150만원으로 나타났다.

박봉도 문제지만 맞춤형 보육이 어린이집의 불·탈법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는 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 어린이집은 맞춤반 어린이들이 늘면 서류상으로는 정교사(하루 8시간 근무)를 채용한 것처럼 해놓고선 실제로는 파트타임으로 돌려 하루 6시간 급여만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트타임 교사에게 담임을 맡기는 것은 불법이다.

경남 김해의 가정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최모씨는 “나는 지금도 계약상으로는 정교사이지만 하루 7시간 파트타임 급여를 받고 있다”며 “정부가 이런 문제를 놔두고 맞춤형 보육을 실시하면 교사들이 더 노골적으로 불법 근로계약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어린이집은 맞춤반 아이가 8명(53%)이나 돼 분위기가 더 안 좋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복지부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맞춤형 비율은 평균 20% 수준”이라며 어린이집 운영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보육료?보육교사 처우개선비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맞춤형 비율 30%선까지는 어린이집 수입이 오히려 는다”며 “어린이집 경영난은 과다공급 때문이지 맞춤형 보육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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