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9개월째 직무유기
환경부는 국내 미세먼지 주발생 원인으로 경유차를 지목했고 경유차 잠재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 인상과 서민경제 타격을 염려하는 다른 부처 반발로 '중장기 연구과제'로 돌렸지만 경유세 인상은 언제든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
경유차에 대해 이처럼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환경부지만 폭스바겐 사후처리 방식은 전혀 딴판이다. 미국에서 폭스바겐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건이 터진 것은 지난해 9월로 벌써 9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국내 해당 차량에 대한 조사 결과 불법조작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올해 1월부터 리콜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리콜은 실시되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이 1월에 제출한 리콜계획서는 결함 원인과 개선 계획을 부실하게 적었다며 퇴짜를 놨고, 3월에 제출한 계획서는 결함 시정 소프트웨어를 제출하지 않아 반려했다. 환경부가 최종 기한으로 정했던 5월 31일마저 그냥 지나갔다.
리콜 지연의 1차 책임은 제대로 된 시정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폭스바겐에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이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보는 정부 태도에 대해서도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책에서 "배기가스와 관련해 리콜을 거부하는 경유차는 정기검사 때 불합격시키고 최고 운행 정지까지 시키겠다"며 경유차 소유주를 상대로 경고장을 날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먼저 폭스바겐 리콜 절차부터 마무리 지은 뒤 할 소리"라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리콜계획서가 반려되고 절차가 지연돼도 폭스바겐으로선 손해볼 게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폭스바겐의 리콜 지연에 대해 어떤 페널티도 부과하지 않았고 그 가능성조차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우리나라의 대기 환경은 실시간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폭스바겐 9만2247대, 아우디 2만8791대 등 12만대에 달하는 문제 차량이 날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이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 생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은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중 모든 문제 차량에 대한 리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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