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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궁극의 화질' LG 올레드 TV 라인 베일 벗었다

송고시간2016-06-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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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168시간 가혹한 에이징 테스트…"품질과 타협없다"

TV 종갓집 구미공장서 7일 밤낮 꼬박 새워 프리미엄 가치 창출

(구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여기서 168시간을 버텨내야 합니다."

LG전자[066570] 구미품질팀 직원은 출하 대기 중인 올레드 TV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일 LG전자 구미사업장 A3동. 연면적 12만6천㎡(3만8천115평) 규모의 공장은 길이 140m의 컨베이어벨트가 쏟아내는 굉음으로 가득찼다.

LG전자 TV/모니터생산FD담당 이병철 상무는 "TV를 생산하는 16개 국내외 법인 중에서도 이곳 구미공장이 '마더(mother) 팩토리'다. 한마디로 종갓집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구미공장은 1975년 준공돼 연간 400만대 가까이 TV를 생산한다.

◇ 올레드 TV, 무엇이 다른가 = LG전자는 1966년 국내업체 중 최초로 흑백TV를 생산했고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대형 올레드 TV의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 구미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올레드 TV는 월 1만대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는 물론 일본, 아시아, 중동 등지로 팔려 나간다.

현장의 LG전자 임직원들은 올레드 TV를 '궁극의 화질'이라 단언했다.

그렇다면 현재 TV 시장의 절대다수를 점한 LCD(액정표시장치) TV와 무엇이 다르다는 말일까.

올레드TV제품지원팀장인 이희영 부장은 "재료의 특성상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표현한다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올레드 인광물질 자체가 자체 발광하는 유기물이다.

뒤에서 백라이트의 전압 컨트롤로 빛의 산란을 조절하는 LCD와는 근본 원리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FD담당 이정석 상무는 "예전 등화관제를 한 적이 있었다. 다들 커튼을 쳤는데 그래도 빛이 새어나오지 않더냐"라고 되물었다. LCD TV 원리가 커튼을 여닫았다 하는 식으로 빛을 조절한다는 말이다. 빛샘현상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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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드 TV는 '에이징'을 한다 = "백커버(후면패널)를 덮을 때까지는 똑같습니다."

TV모니터제조팀 임병진 차장은 55인치형 올레드 TV를 양산하는 G03 라인을 안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품질검사를 마친 패널을 LG디스플레이[034220]로부터 가져와서 후면에 방송수신 회로, 각종 모듈을 설치하고 뒤판을 덮는 과정까지는 올레드 TV나 LCD TV에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작은 띠끌 하나라도 눈에 띄게 바닥에는 온통 흰색 타일을 깔아둔 라인에는 작업자 머리 위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전용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돼 있다.

구미사업장은 프리미엄급부터 보급형까지 다양한 제품의 특성에 맞춰 팔레트(pallete) 방식과 플로우(flow) 방식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작년부터 업계 최초로 자동 스크류(나사) 체결기가 도입됐다. 6개의 로봇 팔이 정확한 좌표를 찾아 나사를 조인다. 나사 조립이 끝나면 카메라가 조립된 제품을 스캔해 미세한 전선이나 나사 하나까지 설계도면과의 차이를 찾아낸다.

올레드 TV 라인은 조립공정 30m, 품질검사공정 60m, 포장공정 50m다. 품질검사 라인 길이가 조립 라인의 2배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역시 품질이다.

웬만한 LCD TV는 10~13분이면 조립과 포장이 모두 끝난다.

하지만 올레드 TV는 다르다.

에이징(aging)이라는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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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 끝난 제품을 다시 뜯는다 = 후면패널 조립을 마친 올레드 TV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오더니 갑자기 방향을 튼다.

작업자의 정면을 바라보던 TV는 90도 돌아가 측면부를 작업자가 육안으로 검사하기 시작한다. 측면부 확인부터 충격검사, 자연색검사, 기능·외관검사를 거친다.

에이징 테스트의 시작이다. 에이징 테스트는 LCD TV에는 없는 과정이다. 10년 전 처음 LCD TV가 나왔을 때는 라인에서 테스트를 했다.

LG전자 직원은 "에이징을 굳이 번역하자면 '가속시험'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처음 라인에서 하는 에이징은 15분에 불과하다.

55인치, 65인치 올레드 TV와 초프리미엄급인 시그니처 올레드 TV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수작업으로 포장을 한다.

거의 모든 작업을 로봇 팔이 수행하는 LCD TV와는 대우가 다르다. 같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있지만 '귀하신 몸'인 셈이다.

박스 포장까지 끝난 올레드 TV가 나왔길래 이제 트럭에 실려 수출길에 오르려나 하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전용시험실로 가져간 올레드 TV는 다시 포장을 뜯는다.

수백대 제품 중에 1~2대를 샘플링 테스트하는 게 아니다. '전수조사'라고 한다.

모든 제품의 포장을 다시 뜯고 '가혹한 에이징 테스트'를 시작하는 것이다.

LG전자 직원은 "소비자가 집에서 TV를 배달받았다고 가정하면서 테스트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포장까지 끝내놓고 다시 뜯어서 실제 소비자가 TV를 보는 것처럼 최장 168시간을 관찰하면서 테스트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박스를 개봉하고 제품을 꺼내 설치하는데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충격까지 철저히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에이징 테스트를 하는 이유는 TV를 장시간 켜놓으면 여러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예기치 못한 품질상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상 신모델이 나오면 3개월 동안은 무조건 168시간짜리 에이징 테스트를 거친다. 어느 정도 제품이 안정화되는 시점에선 이를 72시간으로 줄인다.

구미품질팀 고유열 차장은 "구미사업장에만 대략 900대 정도가 계속 테스트를 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온 에이징 테스트 전용룸에는 올레드 TV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옆에서 보면 유리 한 장 두께일 정도로 얇은 패널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장관이다.

제품은 데모필름, RF방송, RGB패턴 등을 틀어놓고 작업자가 끊임없이 미세한 변화를 체크한다. 주간에는 방송실험, 야간에는 껐다 켜기를 반복한다.

2층에는 고온 시험실이 있다. 섭씨 40도 온도에서 제품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온도 변화가 전자제품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온 테스트는 필수적이다.

이렇게 7일 밤낮을 꼬박 새우고 나서야 진정한 올레드 TV 한 대가 소비자를 만나러 떠난다.

이병철 상무는 "프리미엄 TV란 단순히 가격이 높은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진정한 프리미엄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품질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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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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